양준혁, '神이라 불린 사나이'의 화려했던 18년 야구인생

by이석무 기자
2010.07.26 14:41:42

▲ 18년간의 화려했던 선수인생을 마감하게 된 양준혁. 사진=삼성 라이온스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신이라 불린 사나이' 양준혁(41.삼성)이 올 시즌을 마친 뒤 18년간 정들었던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양준혁은 26일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 본인과 팀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25일 선동열 감독과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1993년 데뷔 후 18년간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양준혁의 기록이 곧 '프로야구 기록'이라고 할 만큼 프로야구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 야구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 '양신'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펼쳤는지 잘 보여준다.

대구상고-영남대를 거쳐 1993년 신인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양준혁은 1993년 4월 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쌍방울과의 데뷔 첫 경기에서 6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결국 입단 첫 해 106경기에 출전, 타율 3할4푼1리 23홈런 90타점을 기록, 단숨에 프로야구를 정복했다. 프로 첫 해 타율, 출루율, 장타율 1위에 오르면서 입단 동기 이종범(당시 해태)을 제치고 신인왕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양준혁은 9년 연속 타율 3할(1993~2001), 역대 최다인 15번의 올스타전 출장, 골든글러브 8회 수상(1996~1998, 2001, 2003, 2004, 2006, 2007), 프로야구 최초 사이클링 안타 2회(1996, 2003), 16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1993~2008)기록 등 성공시대를 활짝 열었다.

타격왕 4회, 출루율 1위 3회, 장타율 1위 2회, 최다안타 1위 2회 등 개인타이틀 역시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 양준혁은 각종 통산기록을 갈아치우며 진정한 '기록의 사나이'로 우뚝 섰다. 양준혁은 프로 18년 동안 2131경기에 출전하면서 통산 최다경기출장, 최다안타(2318개), 최다홈런(351개), 최다타점(1389점), 최다득점(1299점), 최다루타(3879개), 최다사사구(1380개) 등 도루를 제외한 거의 전 부문의 통산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9 5월 9일 대구 LG전에서 통산 341번째 홈런을 터뜨려 장종훈 현 한화 코치가 세웠던 통산 최다홈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에 앞서 2005년 6월25일 문학 SK전에서 최다안타 기록을 뛰어넘은 뒤 내친 김에 2007년 6월 9일 잠실 두산전에선 대망의 2000안타 고지까지 정복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면서 양준혁은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꿔놓았다. '기록의 사나이'라는 별명도 자연스럽게 그를 따랐다. 특히 양준혁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까지 마친 뒤 24살의 늦은 나이로 프로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그의 대기록들은 더욱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물론 그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던 1999년 갑작스런 해태로의 트레이드는 양준혁의 야구인생에서 큰 고비가 됐다. 곧이어 LG로의 이적까지, 양준혁에게 큰 풍파가 계속 찾아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협 파동의 주동자로 낙인찍히면서 FA 자격을 얻고도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2002년 간신히 친정팀 삼성에 복귀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에 머물면서 전성기가 끝났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듬해 2003년 양준혁은 3할2푼9리 33홈런 92타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2004년에는 생애 두 번째 100타점(103점)을 넘어서는 등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이후에도 양준혁은 4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전혀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2009년까지 매 시즌 100경기 이상 활약했던 양준혁은 40대에 접어든 2009년 82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타율 3할2푼9리 11홈런 48타점을 기록하며 노장의 건재함을 보여줬다.

하지만 양준혁에게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다. 2010 시즌을 거듭하면서 후배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 벤치신세로 전락했다. 거의 선발출전을 하지 못한 채 간간히 대타로 나설 뿐이었다.

통산 15번째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던 양준혁은 그 다음 날 후배들에게 길을 터줘야겠다고 결심하고 결국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올스타전에서 눈시울이 붉어졌던 그의 모습은 선수인생을 마감해야 한다는 마음속 결심과도 무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