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정 "러블리즈 땐 99%가 男팬, 솔로 되니 女팬 늘었죠"[인터뷰]
by김현식 기자
2024.01.24 15:17:56
24일 미니앨범 내고 컴백
美뮤지션 자일로와 협업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저의 음악 인생에 있어 좋은 경력이 될 것 같아요.”
새 앨범을 미국 팝 가수와 협업한 곡들로 채우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한 싱어송라이터 류수정의 말이다.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인 류수정은 지난해 4월 자작곡으로 채운 정규 앨범 ‘아카이브 오브 이모션스’(Archive of Emotions)를 발매해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이번엔 미국 팝 뮤지션 자일로(XYLO)와 함께 작업한 곡들을 수록한 미니앨범 ‘투록스’(2ROX)로 대중과 만난다.
앨범 발매일인 2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라운드 인터뷰로 만난 류수정은 “음악이 한번에 알려지기 어려운 시대다. 진심을 다해 만든 음악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많은 분께 알려질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솔로 활동에 임하고 있다”면서 “이번 도전 또한 저의 음악 인생에 좋은 경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류수정과 합을 맞춘 자일로는 이른바 ‘다크 팝’(dark pop)으로 통하는 음악으로 사랑받고 있는 뮤지션이다. ‘언아메리칸 뷰티’(unamerican beauty), ‘예스 오어 노’(yes or no) 등의 곡이 대표곡이며 글로벌 DJ 듀오 체인스모커스와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두 사람을 이어준 매개체는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류수정이 먼저 자일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평소 유튜브를 통해 자일로의 음악을 자주 들었어요. 자신감 넘치기도 하고 뇌쇄적이기도 한 음악이 마음에 들었죠. 그러다가 인스타그램가지 살펴보게 됐는데 러블리한 포인트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저와 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크한 음악을 하면서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항상 가지고 가더라고요. 먼저 협업을 제안했을 땐 원래 K팝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흔쾌히 수락해줬고요.”
류수정은 서울, 자일로는 미국 LA. 두 사람은 ‘랜선 소통’을 하면서 곡 작업을 한 끝 ‘배드걸즈’(BAD GRILS), ‘SHXT’, ‘폴린 엔젤’(Fallen Angel) 등 3곡을 완성했다. 타이틀곡으로는 주체적인 여성의 매력을 담아낸 미드 템포 하우스 장르 곡인 ‘SHXT’를 내세웠다. 류수정은 “의도적으로 혼자서는 못할 실험적인 스타일의 곡들로 앨범을 채워봤다”고 했다. 이어 “자일로와 저의 에너지로 앨범을 듣는 분들의 자존감과 흥을 끌어올려 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 목소리가 허스키한 편이라서인지 ‘쨍한’ 목소리를 지닌 분과 협업했을 때마다 팬분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자일로 목소리가 쨍해서 이번 곡들을 향한 반응 또한 좋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앨범명인 ‘투록스’는 앨범명이자 두 사람이 결성한 ‘밴드 듀오’의 이름이기도 하다. 류수정은 “둘 다 일렉 기타 연주를 좋아해서 밴드 듀오라고 소개하기로 했다. 작년 11월에 한국에서 한 무대에 올라 협연을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자일로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2주간 한국에 머물다가 떠날 때 눈물이 났을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자일로와 더 많은 무대에 오르며 다양한 협업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자일로가 계속 한국에 머물러 있을 수 없는 터라 이번 신곡들로 음악 방송 활동은 펼치지 않기로 했다. 류수정은 “일단 팬 사인회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면서 곡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가사 대부분이 영어인 만큼 신곡들이 플레이리스트 형태의 유튜브 영상에 담겨 해외에서 자연스럽게 인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했다.
“공연을 염두에 두고 신곡들을 혼자 부른 버전으로도 가녹음해두긴 했어요. 언젠가 좋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팬들 앞에서 ‘깜짝 무대’를 선보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느덧 데뷔한 지 10년이나 됐지만 솔로 싱어송라이터로만 따지면 걸음마 단계이기에 부담감을 내려놓고 도전을 이어나가며 점차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게 류수정의 활동 방향성이다. 처음엔 몸도 마음도 낯설었지만 이젠 어느 정도 혼자서 지내는 일상과 활동 또한 즐길 수 있게 됐단다.
“작년에 호주로 여행을 떠나 오랫동안 쉬다가 왔어요. 러블리즈 활동 땐 멀리 여행을 떠난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기에 혼자서 멍을 때리며 휴식을 취한 그때의 경험이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죠. 푹 쉬고 돌아오니 작업을 더 즐겁게 임할 수 있겠더라고요.”
지난해 첫 솔로 정규앨범을 낸 뒤로 새로운 팬들도 늘어났단다. 류수정은 “러블리즈 공연의 경우 관객의 99%쯤이 남성분들이었는데, 최근 솔로 공연 땐 여성분들이 2~30%쯤이나 됐고 처음 보는 어린 팬분들도 많아서 신기하면서도 뿌듯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물론 러블리즈 때부터 팬이셨던 분들도 여전히 저를 응원해주시고 있고, 정식으로 데뷔한 적도 없는데 일본 팬분들도 아직까지 공연장에 와주신다”면서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올해 앨범 활동을 어느 때보다 활발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류수정은 아이유와 신곡 발표일이 겹친다. 인터뷰 말미에 ‘대진운이 좋지 않다’고 농담을 던지자 류수정은 “러블리즈 땐 트와이스 분들과도 자주 겹쳤다”고 받아치며 웃었다. 곧이어 류수정은 “대진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