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영화, OTT 공개까지 6개월?…문체부 내달 홀드백 정착 시동거나

by김보영 기자
2024.01.18 19:41:16

OTT 공개 유예기간 6개월 규정 협의 중…내달 발표
영화계 내부 홀드백 요구 목소리 커져…토론회 개최도
"OTT 쏠림 최소 규제 필요"…韓영화 생태계 보호 요구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정부가 극장 산업 및 한국 영화계 보호를 위한 ‘홀드백 법제화’에 본격 시동을 건다. 정부 지원 및 투자를 받은 한국 영화들을 대상으로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에 공개되기 전까지의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규정하는 방침을 이르면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18일 오후 매일경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위와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식 홀드백 규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데일리에 “관련 내용을 협의 중인 사실이 맞다”며 “정부 지원 작품들 범위에서 먼저 (규정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홀드백’은 영화가 개봉한 뒤 주문형 비디오(VOD)나 IPTV, OTT 등으로 소비되기 전에 극장에서의 관람을 독려할 수 있게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는 영화산업 내의 관행을 일컫는다. 홀드백 기간에 대한 절대적 기준은 없다. 영화의 제작 규모와 흥행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OTT 위주의 시청패턴이 정착하기 전까지 홀드백은 통상 10주 정도 보장됐으나, 팬데믹 이후 극장 관람 행태가 위축되자 그 기간이 대폭 축소됐다. 2023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나 ‘서울의 봄’처럼 크게 흥행한 작품들은 두 달 넘게 극장에 상영되는 분위기이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들은 오지 않는 관객들을 기다리다 4주 만에 안방극장 수순을 밟는 일상이 된 것이다. 웬만한 영화들을 한 달만 기다리면 구독 중인 OTT로 무료 시청할 수 있는 만큼 홀드백의 파괴가 극장에서 돈을 주고 영화를 보는 행위를 점점 더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리고 있다는 하소연도 들려온다. 업계 내에서 ‘홀드백 법제화’를 향한 열망이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다.

보도에 따르면, 문체부는 극장에서 개봉한 작품의 OTT 공개 유예기간을 6개월로 잡아 영화계 관계자들과 논의 중이다. 이르면 내달 중 구체사항을 합의, 규정을 최종 확정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홀드백 규정은 월정액제 구독형 OTT에서 추가 비용없이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상품에 해당한다. 건당 요금을 내야 하는 IPTV나 VOD 서비스의 개별구매 상품(TVOD)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지원 및 투자를 받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해 시행한 뒤 상황을 봐 가며 단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문체부의 기조가 홀드백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왔던 만큼, 이 규정이 향후 실제 홀드백의 법제화로 이어질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계 내부에서는 홀드백 법제화가 대체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다만 반대 여론도 존재하기 때문에 당장 법제화가 실현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12월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영화관산업협회(협회장 김진선)가 주관한 홀드백 법제화 관련 토론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지난 12월 국회에서 열린 홀드백 법제화 토론회. (사진=한국영화관산업협회)
해당 토론회에 참석한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이미 많은 해외의 국가들은 코로나19를 통해 비약적으로 성장한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부터 자국 영화산업을 지키기 위해 미디어 홀드백을 법제화하고 있다”고 법제화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은 “한국의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의 근간은 영화다. 영화는 극장 수익의 3%인 영화발전기금을 통해 발전해 왔는데, 한국영화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원활한 창작 활동을 위해서는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홀드백 법제화는 개인적으로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OTT 쏠림 현상으로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범죄도시’시리즈 제작자인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제작자 입장에서 압도적 재미를 갖춘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심각하게 반성하고 있고, 노력해야 된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대표는 “극장은 투명한 정산 구조로 이익을 콘텐츠 제작자에게 분배해 주며, 이렇게 만들어 놓은 정산구조를 통해 대부분의 한국영화 매출이 일어나고 있고, 이것이 전 세계적인 생태계라고 생각한다”며 “이렇듯 한국영화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홀드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