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 여직원들’ 감독 “첫 연기 아이린, 만족스럽다”(인터뷰①)
by김윤지 기자
2016.08.01 10: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지난달 25일 온라인을 달군 웹드라마가 있다.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들’ 등을 만든 기린제작사의 신작 ‘게임회사 여직원들’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들의 일상과 고충을 담았다. 걸그룹 레드벨벳 아이린과 배우 이민지 등이 주연을 맡았다. 공개 24시간 만에 100뷰를 돌파했다.
극중 배경인 식빵소프트 직원들은 밤낮없이 야근에 시달린다. 게임 출시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마냥 낙관할 수 없는 현실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소한 생활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잔잔한 웃음이 위로를 안긴다. 게임 효과음 등 아기자기한 연출도 인상적이다. 1회 당 6~8분 정도인 짧은 분량이지만 로맨스 판타지 SF 등 여러 장르가 응축돼 있다.
윤성호, 박동훈, 이랑 등 감독 3인이 연출을 맡았다. 윤성호 감독은 영화 ‘은하해방전선’(2007),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2010) 등을 연출한 독립영화계 스타감독이다. 최근에는 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시리즈, ‘썸남썸녀’(2014), ‘대세는 백합’(2015) 등으로 웹드라마를 연출·기획하고 있다. 다른 두 감독의 이력도 상당하다. 박동훈 감독은 영화 ‘소녀X소녀’(2007), ‘계몽영화’(2010) 등으로 전 세계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다. 한예종 영상원 출신인 이랑 감독은 단편 ‘변해야 한다’, ‘유도리’ 등을 연출했다. 책과 앨범 등 폭넓은 활동 영역을 보여주고 있다.
1일 추가 공개를 앞두고 윤성호 감독을 제외한 박동훈, 이랑 감독을 광화문 카페에서 만났다.
―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합류했나.
박동훈 감독, 이하 박)윤성호 감독이 같이 하자고 전화를 했다. 윤 감독과는 10년 전 영화제에서 만나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가 됐다. TV판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랑 감독, 이하 이)웹툰 원작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작년 하반기쯤 나왔다. 아이린이 캐스팅되면서 급진전됐다. 윤성호 감독과 ‘출출한 여자’를 같이 했다. 윤 감독이 이렇게 3명으로 연출을 꾸리며 박동훈 감독님이 묵직하게 잡아줄 거라고 말했다.
박)모르는 이야기다. (웃음)
―연출이 세 사람인데, 어떻게 분업을 했나.
이)함께 연출을 한 것은 아니다. 에피소드별로 감독이 다르다. ‘출출한 여자’ 때도 연출이 여럿이었는데, 그땐 각자 대본을 써온 후 톤앤매너를 맞췄다. 이번에는 황국영 작가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쓰고 각자 파트를 나눈 후 각색을 했다.
―웹툰을 영상화 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이)웹툰 자체는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가볍게 보기 좋은 만화다. 웹드라마는 한 편에 기승전결이 있어야 한다. 그런 흐름을 가져가야 해서 고민이 많았다. 웹툰을 계속 보면서 ‘재미있는 이 내용을 어떻게 영상 기법으로 재조직할 수 있을까’, ‘어떻게 기승전결을 넣어야 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원작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이)사실 웹툰 원작에 대해 부정적이다. 캐스팅 때만 관심을 가질 때가 많다. 원작 팬들은 내용을 다 알고 있다. 자신이 상상한 캐릭터의 모습과 다를 때 실망하기도 한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굳이 영상으로 만들어야 하나 싶다. ‘게임회사 여직원들’도 캐릭터와 설정만 가져오되 에피소드를 재구성했다. 1화는 기반을 깔아야 해서 웹툰 설정과 비슷하게 들어갔다. 2화에선 새로운 에피소드를 넣었다.
―각 편마다 연출자가 다르다. 어떤 기준으로 나눴나.
박)좋아하는 에피소드 혹은 잘할 것 같은 에피소드를 각자 골랐다.
이)윤성호 감독이 첫 회와 마지막회를 맡았다. 혼자 사는 남자의 이야기나 로맨스는 박 감독님이, 놀리는 내용은 제가 가져왔다.
―연출하면서 고민했던 지점이 있나.
박)재미.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까 그것 하나였다.
―실제 게임회사나 직원들에 대해서도 취재했나.
이)텐버즈란 게임회사가 스폰서인데 그 회사를 가서 게임회사의 생태계를 관찰했다. 온라인 게임을 하지 않아 용어를 잘 몰라 애를 먹었다. 용어를 사용해 전문적으로 보였으면 했는데, 너무 남발하면 일반 시청자가 거부감을 느낄 것 같았다. 주위 프로그래머들의 도움을 받았다. 어떻게 하면 업계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지 물어봤다. 6화에서 ‘커밋하셨죠’란 대사가 나온다. 공동 서버에 각자 결과물을 업로드 시키는 개념이라고 하더라. 그 정도다. 용어부터 시작해 모니터 화면에 무엇을 띄워야 하는지 감수를 받았다. 그래도 틀린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이민지가 많이 도와줬다. 실제로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굉장히 고마웠다.
박)게임을 하긴 한다. 다만 제가 맡은 에피소드가 용어 사용과는 거리가 있어서 신경을 덜 쓴 편이다.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CG)와 옷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 7화를 보시면 무슨 말인지 안다.
―아이린이 개발자 아름 역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박)그때 아이린이 리딩을 했는데 괜찮았다.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돌 멤버들의 경우 과장해서 대사를 읽을 때가 있는데 아이린은 그렇지 않았다.
이)성격이 차분한 편이더라. 그 모습이 좋았다. 아름이란 역할도 그렇다. 본심은 그렇지 않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다. 자기 일만 하고 말도 툭툭 내뱉는다. 말할 때 눈도 잘 마주치지 않는다. 일단 아이린과 하기로 했지만, 마음이 불안했다. 직접 연락이 힘들고, 아이린 스케줄이 굉장히 바빴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더라. 촬영에 앞서 10번 정도 만난 배우도 있었는데, 아이린은 총 3번 만났다. 그중 한 번은 촬영 전날이었다. 그 사이에 숙제를 내줬는데, 그걸 잘 해왔다. 재미있는 내용은 대사에 반영하기도 했다. 아름처럼 아이린도 독특하면서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나중엔 더 망가질 수 있다고 했다.
박)평소엔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이 있다. 촬영에 들어가면 그렇지 않다.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적인 면에서도 만족스러웠다.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었나.
이)안경을 내려 쓰고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하라고 했다. 앉을 때도 구부정하게 앉으라고 했다. 원래 자세가 꼿꼿해서 도도해 보였다. 뭘 해도 예쁘니까 너드한 느낌을 주려고 이것저것 시켰다. 그렇지만 너무 귀엽다. 현장에서도 다들 귀엽다, 예쁘다는 말을 반복했다. 보고 있으면 좋아할 수밖에 없다.
박)몰랐는데, 남성팬 만큼 여성팬도 많더라.
이)SNS에 단체 사진을 올렸는데 ‘배추언니’라는 댓글이 달려서 누군가 했다. 알고 보니 배주현(아이린의 본명) 언니였다.
박)난 다 알았다. (웃음) 촬영 전에 아이린에 대해 조사를 했다. 레드벨벳을 알았지만 각 멤버를 잘 알지는 못했다. 긴팔 옷을 입을 때 손목을 꺾고 소매를 늘리는 버릇이 유명하더라. 그걸 4화에서 써먹었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