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인물탐구]'대한이 민국씨' 최성국, "연기 위해 습관까지 버렸다"

by김은구 기자
2008.02.15 17:48:55

▲ 최성국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이런 배역에 선택받은 것만으로도 연기자에게는 행복이죠.”

14일 개봉한 영화 ‘대한이 민국씨’(감독 최진원, 제작 퍼니필름)에서 일반인보다 지능이 모자라는 대한이 역을 맡은 최성국의 설명이다.

그동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보 캐릭터는 영구, 맹구 등 코믹 캐릭터다. 숱한 애드리브와 오버액션으로 코믹연기에서 입지를 다진 최성국이 굳이 그런 캐릭터에 새로운 행복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러나 최성국은 “대한이와 민국(공형진 분)이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라며 “‘말아톤’의 조승우, ‘오아시스’의 문소리, ‘허브’의 강혜정처럼 저도 연기력을 인정받아 캐스팅된 것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조승우, 문소리, 강혜정이 보여줬던 것이 코믹연기는 아니었다. 최성국도 ‘대한이 민국씨’에서 그동안 해왔던 코믹연기를 되풀이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는 영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버리기 어려운 것이 습관이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작은 습관도 고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몸에 밴 패턴의 연기가 습관처럼 나온다. 배우들이 연기 변신을 할 때 애를 먹는 이유다.

최성국에게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는 연기가 일상화돼 있다. 큰 웃음 아니면 큰 울음을 주는 연기가 팬들에게나 최성국 자신에게나 익숙하다. 반면 ‘대한이 민국씨’에서 대한이는 잔잔한 감정을 관객들에게 전하고 이를 위해 최성국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다.

하지만 최성국은 “대한이 연기를 하며 힘든 건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했다. 자신이 해왔던 연기를 생각하면 주인공으로서 좀 ‘밍숭맹숭’한 건 아닌가 걱정은 됐지만 크게 웃기지 못하면 안된다는 부담은 없어 오히려 연기는 편했다는 것이다.



물론 평소처럼 ‘오버하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리허설 때만 스태프나 다른 연기자들에게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엄청 웃겨”라고 선보인 뒤 한바탕 웃고 넘어가는 방식으로 잠재웠다.  
▲ 영화 '대한이 민국씨'의 박형사 윤제문과 대한이 최성국, 민국이 공형진(왼쪽부터)



‘대한이 민국씨’ 개봉에 맞춰 최성국이 갖게 된 걱정은 연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영화에 대한 것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확실한 웃음을 줄 수 있는 영화들에 비해 ‘대한이 민국씨’의 인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국내 극장가의 풍토 때문이다.

“‘색즉시공2’는 개봉 2개월여 전부터 인터넷 검색순위 1위에 올랐고 ‘김관장 김관장 김관장’ 때는 서울 홍익대 인근에 포스터가 줄지어 붙어 홍보가 쉬웠어요. 그런데 진짜 신경써서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한 ‘대한이 민국씨’ 같은 영화는 2진 취급을 받고 있으니 그런 현실이 너무 싫죠.”

최성국은 ‘대한이 민국씨’가 사람들이 꼭 봐줬으면 하는 영화라고 했다. 단순히 자신이 주연을 맡았기 때문은 아니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흔히 잊고 살아가는 것들을 두 바보 대한이와 민국이를 통해 되새기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최성국은 “요즘 실업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남 밑에서 일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아요. 정해진 노선을 따라가야 하는 버스 운전도 싫고 맘대로 갈 수 있는 택시 운전만 선호하는 식이죠”라며 “세차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대한이 민국씨’가 주는 메시지죠”라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서 아쉬운 점? 최정원이 너무 예뻐 탈"


“최정원이 더 못생긴 배우였다면 좋았을 텐데….”

주연을 맡은 영화 ‘대한이 민국씨’(감독 최진원, 제작 퍼니필름)의 아쉬움에 대해 최성국은 여자 주인공 지은 역의 최정원을 들먹였다. 최정원이 너무 예쁜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최성국은 “제가 연기한 대한이가 바보여서 한 여자만 평생 사랑할 수 있다지만 그 대상이 지은이잖아요”라며 “사실 최정원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예쁜 외모를 지녔으니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거죠”라고 말했다.

최정원의 미모는 대한이 외에 민국이(공형진 분), 가깝게 지내는 박형사(윤제문 분) 등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게 최성국의 설명이다. 결국 최정원의 미모에 대한 칭찬이었다.

이 영화에서 최정원이 연기한 지은은 어려서부터 대한이, 민국이와 함께 성장한 친구로 대한이는 그녀와의 결혼을 인생 목표로 삼고 있다.
 
미용사로 일하는 지은이가 군인 손님의 머리를 깎으며 “군인이 일등 신랑감”이라고 하는 말을 들은 대한이는 군대에 가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영화 속 '바가지머리'의 비밀


배우 최성국이 영화 ‘대한이 민국씨’(감독 최진원, 제작 퍼니필름)에서 바보 대한이 연기를 위해 준비한 유일한 것이 헤어스타일 변신이다. 최성국은 이 영화의 촬영을 앞두고 혼자 미용실을 찾아 일명 ‘바가지 머리’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다.
 
바보에 걸맞은 캐릭터의 인상을 관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헤어스타일에 비밀이 숨어 있다. 최성국은 이데일리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를 공개했다.
 
“처음에는 스포츠머리로 깎으려고 했는데 ‘말아톤’의 조승우를 따라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바가지머리로 결정했는데 가위를 대는 순간 후회가 되는 거 있죠.” 그랬다면 마음을 돌려 그냥 집으로 돌아오면 됐을 터다.
 
그러지 못한 것은 최성국이 머리를 깎는다는 소식에 최진원 감독을 비롯한 전 스태프가 미용실에 몰려와 “영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다니 역시 최성국”이라며 찬사를 늘어놓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머리를 깎은 최성국은 감독, 스태프와 작별인사를 하고 돌려보낸 뒤 다시 미용실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귀 부분이 드러나도록 옆머리 손질을 받았다.
 
 “정말 바가지머리로는 사회생활을 못할 거 같더라고요. 감독이 눈치 못챘냐고요? 촬영 시작한 지 한참 지나서야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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