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넥센 트레이드, 한국야구 흐름 보인다

by정철우 기자
2013.11.27 11:02:16

전격 트레이드가 이뤄진 장민석(왼쪽)과 윤석민(오른쪽).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넥센과 두산은 26일 내야수 윤석민과 외야수 장민석(개명 전 장기영)을 1-1 트레이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발 빠른 테이블세터형 타자를 영입해 이종욱 공백을 메우겠다는 계획이고, 넥센은 3루와 1루가 모두 가능한 윤석민을 통해 내야 자원 운영에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모든 트레이드가 그렇듯, 이번 건도 어느 쪽이 성공적인 결과를 낼 것인지는 하늘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이 트레이드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한국 야구의 흐름을 읽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과 넥센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두산이 이번 트레이드에서 트랜드에 가까운 전략을 기본으로 했다면 넥센은 팀 컬러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 야구의 최근 흐름은 누가 뭐래도 스몰볼이다. 빠른 발 야구를 앞세우면서도 번트가 많다. 작전 수행 능력이라는 큰 틀이 가장 중요시 여겨진다. 번트를 잘 대고 빠르게 뛸 수 있는 선수들의 값어치가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FA 자격을 얻은 뒤 한화에 새 둥지를 튼 정근우와 이용규는 무려 70억원과 67억원이라는 초대박을 터트렸다. 홈런과는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지만 일단 나가서 상대를 흔드는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뛰는 야구만으로 득점을 많이 올릴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아 있다. 발로 갈 수 있는 최대치는 일단 3루까지다. 상대 실수가 나오지 않는 한 발 만으로 득점을 올린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한국 야구는 테이블 세터에 대한 의존도와 믿음이 지나칠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두산이 장기영에 손을 내민 것도 같은 이유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이종욱이 빠진 자리를 대신한 젊은 피들이 적잖이 눈에 띄지만 그들 만으로는 불안함을 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넥센의 선 굵은 움직임은 그래서 더 눈에 띈다. 누구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내주는 대신 언제든 한 방을 쳐 줄 수 있는 거포형 내야수를 영입했다. 수비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고, 부상 전력도 있지만 한 방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또 하나의 카드에 투자한 것이다.

기존 구단들은 말로는 공격 야구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적인 움직임은 확률 낮은 거포형 공격 보다는 확률 높은 작전 야구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넥센은 박병호 이성열 윤석민으로 이어지는 트레이드를 통해 팀이 가고자 하는 길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자신감과 꾸준함만 장착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의 실패는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증명했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이런 한국 야구의 흐름에 대해 의미심장한 말을 한 바 있다. “우리 팀은 홈런 쳐줄 수 있는 선수가 있으니까 정근우나 이용규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했다. 그리고 이번 FA 시장엔 거포가 없었다. 홈런 쳐 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테이블 세터 보다 그에게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

유행에 맞춘 옷을 고른 두산과 세상의 흐름에 상관 없이 원하는 코디로 밸런스를 맞춘 넥센. 정말 어느 팀이 웃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