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2012]무국적 마라토너, 한(恨)을 품고 달리다

by최선 기자
2012.07.31 17:13:50

무국적 마라토너 구오르 마리알.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최선 기자] “올림픽은 나에게 빛이다. 정말 오래 기다렸다.”

2012 런던올림픽 개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무국적 마라톤 선수 구오르 마리알(28·남수단)이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륜기를 달고 참가하는 자신의 심경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7월 고국 남수단이 수단에서 분리되면서 올림픽 참가가 무산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새 회원국은 2년이 지난 뒤부터 참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운이 찾아왔다. 지난달 22일 IOC 집행위원회는 마리알의 올림픽 출전을 허락했다. 남수단 국기가 아닌 오륜기를 달고 무국적 출전을 해야 하는 조건부 출전이었다.

마리알의 삶은 올림픽 출전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다.

7살 때 인신매매로 집을 떠나야 했던 마리알은 양과 염소를 치며 노예에 가까운 생활을 했다. 한 달 수입은 고작 1달러. 그래도 그 일을 해야 했다. 단돈 1달러라도 벌어야 굶거나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마라토너 운명은 부상과 함께 찾아왔다. 몸을 다치자 그는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 마리알의 선택은 도망치는 길 밖에 없었다.



마리알은 “그때 열 살에서 열 두 살 정도 돼 보이는 형들을 만났다. 그들은 ‘잡히면 우리는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함께 도망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들은 밤새도록 쉬지 않고 달렸다. 마리알은 “그때 달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달리기가 내 목숨을 구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후 이집트를 거쳐 미국에 온 마리알은 평온함을 느꼈다. 하지만 수단에 살고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은 여전했다.

마리알은 “내가 지금 안전하구나. 다른 어떤 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겠구나 싶었다. 우리 부모님을 빼고는…”이라며 “지난 20년 동안 부모님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희망도 놓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 나보다 더 들떠 있을 것이다”며 “남수단이 이제 바깥세상에 눈을 떴으면 좋겠다. 그리고 런던에서 달리는 날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마리알은 “올림픽은 내가 그 어두운 터널을 걸어오면서 봐왔던 한 줄기 빛이다. 정말 오래도록 기다렸다”며 감격스러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