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협회 임원, 정관 위반되는 보수 수령... 선수단 물품은 원로에게”②

by허윤수 기자
2024.09.10 13:00:17

문체부, 10일 배드민턴협회 중간 조사 발표
후원 물품 공식 절차 없이 임의 배분·목적 무관 사용
보조금법 위반에 횡령·배임 가능성도
임원 재직 중인 업체 물품 사용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종로구=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대한배드민턴협회는 보조금법과 위반과 정관, 행동 강령에 위반되는 임원의 성공 보수 수령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1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 브리핑을 개최했다. 이날 브리핑은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이 맡았다.

이 국장은 “안세영의 인터뷰를 계기로 △제도 개선 △국가대표 관리 △보조 사업 수행 상황 점검 △협회 운영 실태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라며 제도 개선 과제로는 △후원 계약 △국가대표 선발 △국제대회 출전 제한 △선수 연봉과 계약 기간 규제 △국가대표 징계라고 밝혔다.

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 조사 관련 중간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페이백 의혹으로 불린 김택규 회장의 후원 물품 배임 및 유용 의혹에는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예산을 지원했으나 체육회가 공모해 협회를 승강제 리그, 유·청소년 클럽 리그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김 회장과 공모사업추진위원장의 주도로 용품구매업체(후원사)에서 물품을 사면서 위원장이 협회 직원 몰래 후원사에 요구해 구두로 지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셔틀콕, 라켓 등 실제 수령한 물품은 1억 5000만 원이며 위원장이 지역별 물량을 임의 배정하면 협회가 배송하는 체계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중 해당 위원장이 속한 태안군배드민턴협회로 약 4000만 원 상당의 용품이 배분됐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김 회장과 협회 사무처가 주도해 후원사로부터 약 1억 4000만 원 상당의 후원 물품을 받기로 서면 계약하고 현재도 공문 등 공식 절차 없이 임의로 배부하고 일부는 보조사업 목적과 무관한 대의원총회 기념품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2024년 실지급액 및 지역별 배분 규모를 파악 중이고 별도로 지역에 배분된 용품의 사용처 확인을 위해 지역 배드민턴협회를 대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도 덧붙였다.

문체부는 현재 파악한 상황만으로도 ‘보조금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8조 위반이며 협회의 ‘기부 및 후원 물품 관리 규정’ 제6조 및 제7조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횡령, 배임의 가능성도 있으며 이미 김 회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수사 기관에 제출된 만큼 추가적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수사 참고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회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용품 총 26억 원을 후원사와 수의 계약한 것에는 2000만 원을 초과하는 물품 구매 시 조달청장 또는 지자체장에게 계약을 위탁하거나 나라장터를 통한 공개 입찰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로 시합을 하던 중 주저앉아 힘들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의계약 시 협회는 후원사와 체결한 국가대표 선수단 후원 계약의 ‘우선 거래 원칙’을 근거로 삼았으나 해당 사업은 국가대표 지원과 무관하며 설사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법령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고 전했다.



편파 판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상임심판제도에는 “협회는 2018년부터 매해 상임 심판 5명의 인건비 등으로 1억 8000만 원을 지원받았다”라며 2023년 스포츠과학원 평가에서 배드민턴은 상임 심판 운영의 필요성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평가됐으나 올해 2월 제도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정확한 폐지 이유가 무엇인지, 폐지에 따른 공정성 확보 대책뿐만 아니라 심판 수당 증가에 따른 협회의 운영 비용 증가까지 고려한 것인지 경위 파악 및 시정 조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고보조금 운영관리 지침에 따르면 임직원이 운영하는 업체와 거래할 수 없으나 협회는 가사가 대표 이사로 재직 중인 회계 법인에 2021년부터 기장(장부 작성) 및 세무조정료 명목으로 약 1600만 원을 지급했다. 문체부는 “보조금법 위반 행위에 대해 교부 결정 취소, 보조금 반환 명령, 제재부가금 부과 등의 처분 조처를 내리겠다”고 전했다.

7일 귀국한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에 동행한 김 회장은 선수단보다 먼저 돌아왔다. 사진=연합뉴스
문체부에 따르면 협회 임원은 정관과 행동 강령에 위반되는 성공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협회 임원은 보수를 받을 수 없고 직무 관련자로부터 금품을 받을 수 없으나 일부 임원은 협회 마케팅 규정을 이용해 후원사 유치에 기여했다는 명목으로 유치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받았다. 이들이 받은 인센티브는 최소 800만 원에서 최대 3000만 원에 이르렀다.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협회 40명의 임원의 후원액은 2023년 결산서에 기재된 김 회장의 2300만 원이 유일했다. 다만 이마저도 전무이사의 개인 계좌에서 김 회장의 이름으로 이체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문체부는 같은 기간 협회 임원의 개인 통장으로 지급된 직무 수행 경비, 회의 참석 수당, 여비 등이 약 3억 3000만 원이라며 방만 운영, 불요불급한 수당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협회의 경기 시설 및 용품 공인 규정에 따르면 협회 임원이 재직 중인 업체의 용품은 공인 시 제척 사유로 규정한다. 하지만 협회는 이사로 재직 중인 사람이 현재 후원사 배드민턴단 감독으로 임명됐으나 해당 셔틀콕을 협회뿐만 아니라 산하 연맹 모든 대회 공인구로 지정했다. 다른 경쟁 업체의 반발이 있었으나 각종 대회에서 의무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의결 과정에서는 일부 위원이 징계를 무마하거나 1심에서 아동학대 판결이 난 지도자를 단순히 항소했다는 이유만으로 추가 조사나 검토 없이 자격 정지를 해제하는 불공정한 운영도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협회가 2020년부터 현재까지 후원사로부터 받은 국가대표 후원 물품을 전산시스템이 아닌 수기로 관리하고 접수·불출 명세를 누락해 연도별 입출고 물품 수량 차이가 나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국가대표 선수단에 지급돼야 할 의류, 라켓, 가방 등의 용품이 대의원, 이사, 공모사업추진위원회, 협회 원로 등에게 지급됐다고도 전했다.

이 국장은 “이번 조사로 문체부는 잘못된 걸 바로 잡고 협회가 선수, 지도자를 위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라며 이달 말 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발표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