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설경구 "결말 염두했다면 출연 안 했을 것"[인터뷰]②
by최희재 기자
2024.07.03 12:34:19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정치가 안 남고 사람이 남았으면 좋겠어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돌풍’ 공개 기념 인터뷰에서 배우 설경구가 드라마 속 메시지에 대해 전했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설경구는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박동호 역을, 김희애는 이를 막고 더 큰 권력을 얻으려는 정수진 역을 맡았다.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정치 드라마이니 만큼 특정인이나 특정사건이 떠오른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설경구는 “작가님이 타깃을 두고 했다는 말씀은 전혀 안 하셨다. 같이 숨 쉬고 사는 사회의 일원들이니까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정치의 외피를 두른 거지 그것을 타깃으로 쓴 글은 아닌 것 같다”며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충격을 안겼던 결말에 대한 우려는 없었는지 묻자 “그걸 염두에 두고 하라고 했으면 못 하겠다고 하거나 바꿔달라고 했을 거다. 산으로 올라가는 걸음도 못 뗐을 거다”라며 “저는 박동호였지, 누구를 상상한 적도 없다.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해 “현실의 인물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촬영하면서도 ‘이 인물은 판타지다. 이런 사람이 어딨어?’ 했다”고 말했다.
‘판타지’로서는 박동호 캐릭터의 불도저 같은 면모가 이해됐다는 설경구. 설경구 본인으로서는 어떤지 묻자 “저는 신념 같은 거 없다. 신념이 뭔지도 잘 모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주어진 것만 열심히 할 뿐이다. 큰 대의는 없다. 대의가 있어봐야 뭐가 있겠나. 배우로서 어떤 철학을 갖고 하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김희애는 설경구를 ‘대한민국의 자산’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전하자 설경구는 “그분이야말로 유물이다. 살아있는 유물. 말이 이상하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42년이라는 시간을 김희애라는 인물로, 흐트러짐 없이 살아온 게 대단하지 않나.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 처음 봤다”고 전했다.
설경구는 “촬영이 들어간 줄 알았는데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대사를 그냥 반복하는 게 아니라 연기를 하고 있었다”며 “촬영에 들어간 줄 알았는데 조명이 들어가고 그랬다. ‘저 사람 저런 어수선한 순간에도 집중해서 하는구나’ 했다. 그런 배우 처음 봤다”고 감탄했다.
또 설경구는 “저랑 또래인데도 김희애 씨는 이미 책받침 스타였다”면서도 “저는 성룡 걸 썼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돌풍’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