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경쟁…리메이크 음원, 이젠 '콘셉트 싸움'

by김현식 기자
2022.04.15 16:41:27

김나영 ‘너의 번호를 누르고’ 재킷(사진=투톤 프로젝트)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리메이크 곡이 봇물 넘치듯 쏟아지고 있다. 음악의 힘이 검증된 곡들이 새 옷을 입고 리스너들 곁을 찾는 중이다. 이 가운데 확고한 콘셉트와 테마를 기반으로 한 리메이크곡을 제작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 12일 발매돼 주요 차트 순위권에 안착한 김나영의 ‘너의 번호를 누르고’도 확실한 콘셉트 아래 완성된 리메이크곡이다. 원곡과 다른 성별의 가수가 가창을 맡는 콘셉트를 내세운 음원 프로젝트인 투톤(TwoTone)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앞서 투톤 프로젝트 측은 지난달 여성 보컬 로시가 가창한 남성듀오 길구봉구의 ‘이별’ 리메이크 음원으로 프로젝트의 포문을 열었다.

김나영의 ‘너의 번호를 누르고’는 프로젝트의 2번째 곡으로 가수 #안녕이 2019년 발표한 동명의 곡을 재해석했다. ‘이별’과 마찬가지로 남성 보컬의 곡을 여성 보컬 곡으로 새롭게 제작했다.

팬들 사이에서 ‘이별 장인’으로 통하는 김나영은 특유의 애절한 목소리로 ‘너의 번호를 누르고’를 불러 원곡과는 또 다른 듣는 재미를 주고 있다. 김나영은 이미 2년여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너의 번호를 누르고’ 커버 영상을 올려 5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곡 소화력을 증명한 바 있다. 정식 리메이크 음원으로 만들어진 김나영 버전 ‘너의 번호를 누르고’는 발매 후 멜론, 지니, 벅스 등 주요 음원사이트 일간 차트 순위권 진입에 성공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6일에는 송하예의 ‘니 소식’의 후속판인 ‘니 소식2’가 발매된다. ‘니 소식2’는 유명 발라드곡의 뒷이야기를 다룬 음원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인 빅오션이엔엠의 ‘탑 발라드 프로젝트’ 첫 음원이다. 원작자가 프로듀싱을 담당하고 원곡과 동일한 아티스트가 가창을 맡는다는 점이 ‘탑 발라드 프로젝트’의 차별화 포인트다.



탑 발라드 프로젝트 티저(사진=빅오션이엔엠)
원곡인 ‘니 소식’은 송하예가 2019년 발표했다. 연인과 헤어진 여성의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가사와 송하예의 폭발적 고음이 돋보이는 이 곡은 발매 후 주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끈 바 있다.

빅오션이엔엠 측은 “‘니 소식2’에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지난 사랑이 작은 추억으로 인해 다시 떠올라 가슴 아파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전했다.

콘셉트 기획이 리메이크 음원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흐름이다. 최근 제이세라는 디셈버 곡을 3연속으로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별이 될게’, ‘가슴으로 운다’, ‘배운게 사랑이라’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스웨덴 세탁소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자신들의 대표곡을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를 ‘나의 스웨덴 세탁소’를 전개 중이다. 지난 4일에는 전건호와 보라미유가 가창한 3번째 음원인 ‘목소리가’ 발매됐다.

한 음악 프로듀서는 “리메이크 곡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리스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느낀다”며 “원곡의 감성과 서사를 이어가면서 새로움을 더하는 작업과 곡에 걸맞은 가창자를 선정하는 과정뿐 아니라 기획을 통해 리메이크 음원의 설득력을 높이는 부분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