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연예 핫이슈]②`슈퍼스타K2`가 노래한 3가지 기적

by양승준 기자
2010.12.14 11:45:38

▲ 엠넷 '슈퍼스타K2'


[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슈퍼스타K2'는 2010년의 화두였다. 엠넷 '슈퍼스타K2'는 방송가에서 '지상파 시청률 압도'라는 화제를 낳았다. 정계에서는 '공정사회'의 방정식으로도 해석됐다.

'슈퍼스타K2'를 통해 시대의 트렌드를 읽어내려는 사람도 많았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환풍기 수리공' 허각의 우승을 두고 "민주당이 가야 할 감동 정치의 길"이라고 했고, 불교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공정사회의 모델"이라고 봤다. '슈퍼스타K2'와 지원자의 성공스토리가 그만큼 세상 이야기의 중심이 됐다는 얘기다.

'슈퍼스타K2'는 방송가에서 올해 낚은 월척 중의 월척이었다. 지난 10월 22일 마지막회 시청률이 19.379%(TNmS기준). 이는 케이블 방송 15년 역사상 최고 시청률이었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톱스타도 없었던 '슈퍼스타K2'의 성공 열쇠는 기획력에 있었다. 사실 오디션 포맷은 해외는 물론 국내 방송가에서도 이미 시도된 소재였다. 하지만 '슈퍼스타K2'에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달리 '이야기'가 있었다. '아메리칸 아이돌'·'브리튼스 갓 탤런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오디션이란 리얼리티에 지원자들의 캐릭터와 개인사 등 휴먼스토리를 엮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원자의 사생활을 팔아 시청률을 높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는 지원자가 왜 가수가 되어야 하는지를 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통해 공감하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이 입체화되자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몰입도도 높아졌다. 방송 관계자들은 "'슈퍼스타K2'가 한국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슈퍼스타K2'의 성공은 케이블TV에 대한 인식전환을 낳는 계기도 됐다. '슈퍼스타K2'의 인기는 MBC '위대한 탄생'이라는 파생 상품을 낳았다. 지상파에 밀려 서자 취급받던 케이블TV는 '트렌드 세터'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2'의 쌍방향 방송 효과도 높이 평가됐다. 케이블 TV는 시청자 참여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슈퍼스타K2' 오디션에는 1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지원했다. 게다가 문자 투표 참여율도 회당 70만 건을 웃돌았다. 케이블 TV의 혁명이었다.

김진경 케이블TV협회 기획의원은 "'슈퍼스타K2'의 성공은 기존 스타 의존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제작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또 유명 연예인들과 시청자들이 케이블 채널로 눈을 돌리게 되는 계기도 마련했다"고 봤다.
 
▲ '슈퍼스타K2'톱 11





'슈퍼스타K2'의 경제적 후폭풍도 거셌다. '슈퍼스타K2'는 엠넷의 주식 시가 총액을 600억가량 높였다.

엠넷의 주가는 '슈퍼스타K2' 첫 방송일인 7월23일 1690원이었지만 마지막회가 방송됐던 10월22일에는 2900원을 기록했다. 주식총액이 818억 원에서 1400억 원으로 1.7배나 뛰어오른 셈이다.

엠넷의 주가는 '슈퍼스타K2' 종영 이후에도 두 달여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지난 10일에는 3275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기업 브랜드 이미지 상승효과를 고려하면 수익은 더 커진다. 대우증권 김창권 연구위원도 "엠넷의 올해 주가 상승은 CJ E&M 합병 이슈도 있었지만 '슈퍼스타K2' 흥행으로 인한 영업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엠넷은 '슈퍼스타K2' 제작비에 80억 원을 투자해 광고·협찬 수입 등을 통해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엠넷의 '슈퍼스타K' 시리즈를 통한 수익은 내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청률이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높아졌고 화제성도 배가 돼 광고 단가가 폭등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김진경 케이블TV협회 기획의원도 "'슈퍼스타K2'가 케이블TV의 마케팅 방식을 채널에서 프로그램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며 "프로그램 단위의 광고 계약 가능성도 활짝 열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K2'는 아이돌 일변도의 가요계에 희망을 쐈다. '슈퍼스타K2' 우승자 허각은 163㎝의 작은 키에 통통한 몸매, 평범한 얼굴이다. '슈퍼스타K2'에서 주목받았던 장재인과 김지수도 비주얼이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슈퍼스타K2' 본선 진출자 중에는 비주얼 중심의 댄스 가수보다는 보컬지향의 가수와 싱어송라이터를 희망하는 지원자가 훨씬 많았다. 단조로운 가요계를 풍성하게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얘기다. 

'여우야'·'마법의 성' 등 히트곡을 남긴 클래식 멤버 김광진은 "가수의 한 사람으로서 '슈퍼스타K2'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모와 군무가 아닌 그냥 노래만으로도 감동을 받을 수 있지 않나 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고 했다. 또 "지난 10년간은 포기했지만 장재인이나 허각같은 음악 지망생이 이 정도의 관심을 받은 것만으로도 나는 '슈퍼스타K2'가 참 고맙다"고 의미를 뒀다.

윤종신도 장재인 등의 등장에 "통기타로 곡을 쓰고 자기 사는 이야기도 그 음에 옮기고 그런 친구들이 늘어나는데 (장)재인이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며 '슈퍼스타K2'가 가요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지원자를 발굴하고 있다는 데 동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