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으로 살펴본 8개구단 기상도
by정철우 기자
2008.03.31 14:50:02
| ▲ 개막 2연전을 승리로 이끈 로이스터 감독-마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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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008 프로야구 개막 2연전이 끝났다. 시범경기의 부실함을 메워줄 승부를 통해 8개 구단의 진짜 힘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개막시리즈를 통해 드러난 각 구단의 상황을 살펴보자.
SK는 LG전서 1승1패를 기록했다. 불펜은 지난해의 위용을 계속 이어갔다. 윤길현 가득염 조웅천 정대현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은 여전한 힘을 뽐냈다.
여기에 정우람 조영민 등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덤으로 30일 경기서는 좀처럼 감을 찾지 못했던 선발 요원 채병룡도 감을 잡았다.
그런데 선발 1,2번 카드인 레이번과 김광현이 내리 무너졌다. 썩 강하지 않은 LG 타선을 상대로 4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두산은 강하다. 발야구의 위력은 올시즌에도 계속될 수 있음을 개막전서 보여줬다. 강한 수비는 레스처럼 맞춰잡는 투수들에게 여전히 큰 힘이 됨을 보여줬다.
타선은 아직 아쉬움이 남는다. 4번 김동주를 받혀줄 타자들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최준석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장타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발야구를 더욱 빛나게 해줄 폭발력이 추가된다면 두산은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대표팀서 보니 현진이의 페이스가 좋지 않은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판단대로라면 류현진의 부진은 자칫 길어질 수도 있다.
류현진이 시범경기서 부진했을때만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여겨졌지만 개막전의 류현진은 말 그대로 최악의 투구를 보였다. 한화가 아무리 타격의 팀이라 해도 류현진이 맥을 짚어주지 못하면 크게 헤맬수 밖에 없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시즌 전 "올시즌엔 타자들에게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즈 영입과 심정수의 부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장점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다. 삼성의 최대 장점인 불펜은 개막 2연전서도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봉쇄했다. 권오준 오승환의 페이스가 좋지 않은 점은 걱정거리지만 오승환은 일단 날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개막 2연전서 LG는 희망을 보여줬다. 이름값으로는 가장 떨어지는 타선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짧고 빠르고 날카롭게'는 LG 타선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들이다. 또 정찬헌의 가세로 질적으로 향상된 불펜의 힘도 믿을 구석이다. 개막전을 지켜본 적지 않은 관계자들은 "LG가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는 타선 하나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았다. 팀은 바뀌었지만 그 조합은 그대로 전해졌다.
두산과 개막전서 히어로즈는 11안타를 때려냈다. 강정호 황재균 등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큰 수확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이 쳐도 주루 플레이나 팀 배팅등 고급 기술이 부족하면 많이 이기기는 힘들다.
이 즈음의 롯데와 같은 팀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지금은 양키스가 와도 이길 수 있다."
개막전 대승(11-1)과 31일 경기서의 재역전승(9-8)은 달라진 롯데를 마음껏 과시한 최고의 무대였다. 8개팀 중 분위기 최고다.
그러나 바람은 시즌 내내 지속될 순 없다. 언젠가 벽에 부딪힐 때가 올 수 있다. 롯데의 진짜 힘은 그 순간을 넘겨낸 후에 가려질 것이다.
시범경기 1위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크나 큰 아쉬움이다. 지난해 최하위의 설움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를 삼성이라는 큰 벽에 막혀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KIA는 만만치 않다. 짜임새 있는 삼성과 끝까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타선이 안 터져 답답했지만 삼성 마운드를 상대로 활발한 공격력을 보여줄 팀은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