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8번대' 등번호를 주목하라
by박은별 기자
2015.01.10 13:44:51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장원준, 노경은, 이현승, 장민익, 성영훈. 이 투수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두산에서 8번대 등번호를 가진 선수라는 점이다.
성영훈이 상징과 같았던 김동주의 등번호 18번을 물려받으면서 8번 류지혁(내야수)을 제외하고 8번대 등번호는 모두 투수들의 몫이 됐다. FA로 입단한 장원준이 28번을 달기로 했고 노경은과 이현승은 기존 등번호 그대로 38번, 48번을 단다. 장민익은 58번이다.
8번대 등번호를 가진 투수들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따로 있다. 두산의 올시즌을 책임져야할 주축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장원준, 노경은, 이현승은 선발, 불펜의 주축으로 당장 좋은 성적을 내줘야하는 선수들이다.
가장 기대치가 큰 건 아무래도 28번, 장원준이다. 두산이 야심차게 영입한 FA 선수. 좌완 투수 자원에 고민이 많았던 두산은 이번 겨울 통 크게 무려 84억원을 투자했다. 리그에서 가장 값비싼 투수. 모든 관심이 그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장원준 합류로 인해 “로테이션도 물론 좋아졌지만 투수진 조합, 분위기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효과를 기대했고, 구체적인 기대치에 대해선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면 그걸로 만족이다”고 했다. 어차피 결과는 꾸준히 로케이션만 채워준다면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원준도 구체적인 승수를 말하기보다는 170이닝은 책임져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는 “올해는 꼭 팀이 플레이오프를 넘어서 우승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개인성적보다는 팀이 우승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며 이를 악 물었다.
팀에서 가장 곤란스러운 건 뭐니 뭐니 해도 에이스의 갑작스러운 전력 이탈이다. 그가 부상없이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170이닝만 소화해준다고 해도 두산 선발진을 운영하는데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다. 장원준이 실력만 그대로 보여준다면 공격, 수비가 다 되는 두산에서 승수는 그리 걱정할 일이 아니다.
38번, 노경은의 부활도 관심사다.
2012, 2013시즌 10승 이상을 거두며 선발진에 큰 역할을 했던 노경은. 하지만 지난해는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다. 그의 성적은 3승15패, 평균자책점 9.03. 지난 해 최다패(15패) 등 불명예 기록들을 품에 안은 그는 올해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팀에서 이닝이터의 역할을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투수 중 하나가 노경은이다. 늘 “체력은 자신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2013시즌엔 무려 180.1이닝을 소화해줬다. 그랬던 그가 지난 해 주춤한 것이 두산 투수진 줄부진의 큰 원인이 되기도 했다. 144경기 체제로 치러지는 올시즌 그의 비중이 더 중요한 이유다. 노경은만 살아나준다면 두산으로선 한숨을 돌릴 수 있다.
48번, 이현승도 기대된다.
그는 지난 해 군복무 후 첫 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65경기에 출전해 3승3패15홀드에 평균자책점 5.07을 기록했다. 불펜에서 55이닝을 책임져줬다. 1군 적응기를 잘 보낸 이현승은 올해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찬스를 잡았다.
선발진에 장원준, 유희관이 버티고 있는 터라 그의 올시즌 역할은 셋업맨, 혹은 마무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불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태형 감독도 현재 이현승을 마무리감 후보로 보고 있다. 나이와 구위, 경험을 두루 살펴볼 때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선수가 이현승이다. 지난 해보다 더 큰 활약이 필요하고 그에겐 막중한 임무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산 마운드엔 새 얼굴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58번, 장민익은 두산의 새 히든카드가 되어 줘야할 선수다. 두산이 가장 기대하는 유망주 중 하나.
지난 해 1군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준 유망주 좌완이 함덕주였다면 올해는 장민익이 그 역할을 해줘야한다. 207cm에 달하는 압도적인 신체 조건에 파워까지 갖춘 투구를 보여준다면 가뭄과 같았던 두산의 좌완 시장은 단번에 풍년이 될 수 있다.
18번, 새 번호를 달고 새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는 성영훈은 하루 빨리 전력에 보탬이 되어주길 바라는 선수다. 초고교급 에이스로 주목 받던 그는 2009년 입단했지만 아직 프로로 제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11시즌부터 4년 동안은 1군에서 보지도 못했다. 그를 괴롭히는 팔꿈치 통증때문이었다.
올해 역시 1군 스프링캠프에 참여할 수 있을지, 1군에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래도 구단과 코칭스태프, 두산 팬들은 여전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가 그 기다림이 끝나는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에 보너스. 김태형 두산 신임 감독도 등번호 88번을 달았다. 올시즌 두산의 ‘8번’ 등번호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