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박성현 닷새 만에 또 우승..18세 사소 2타 차 제쳐

by주영로 기자
2019.03.08 16:24:06

필리핀여자골프 TCC레이디스에서 통산 17승째
HSBC 챔피언십 우승 뒤 5일 만에 또 우승
쭈타누깐과 세계 1위 경쟁에서 조금 더 앞서

박성현(왼쪽)이 8일 필리핀 라누나의 더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필리핀여자골프투어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뒤 엔리케 라존 솔레어 리조트 회장으로부터 트로피를 받고 있다. (사진=박준석 프리랜서 사진기자)
[라구나(필리핀)=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이 닷새 만에 또 하나의 우승트로피를 추가했다.

8일 필리핀 마닐라 근교 라구나의 더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필리핀여자프로골프(TPGT) 겸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 투어 더컨트리클럽 레이디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 3라운드. 18번홀(파4)에서 박성현이 짧은 거리의 파 퍼트를 넣자 그린 주변에 몰려 있던 팬들의 함성이 터졌다. 합계 7언더파 209타를 친 박성현은 유카 사소(필리핀, 5언더파 211타)의 추격을 뿌리쳤다. 지난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이후 5일 만에 다시 우승을 맛봤다. 미국에서 6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0승을 기록한 박성현의 개인 통산 17번째 우승이다.

마지막 날 우승 경쟁은 예상외로 긴장감이 흘렀다. 4타 차 여유를 안고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박성현은 뜻밖에 고전했다. 경기 초반 2번홀(파5)에서 버디 보다 보기를 먼저 했고, 사소는 이 홀에서 버디를 해 순식간에 2타 차로 좁혀졌다.

선두를 내주지는 않았으나 박성현은 계속해서 사소의 추격을 받았다. 7번홀(파4)에서 버디를 다시 3타 차 선두로 달아나 여유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11번홀(파3) 보기로 다시 주춤했고, 사소가 14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하면서 2타 차가 됐다. 박성현은 15번홀(파4)에 이날 3번째 보기를 적어내 1타 차까지 추격을 당했다.

아슬아슬하던 승부는 17번홀(파3)에서 희비가 갈렸다. 먼저 티샷한 사소는 그린 왼쪽에 있는 홀을 직접 노렸다. 그러나 빗맞은 공은 그린에 이르지 못하고 물에 빠졌다. 박성현은 티샷을 그린에 올렸고, 침착하게 파를 잡았다. 사소는 3타째 공이 벙커에 빠졌고, 5타째 만에 홀아웃해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마지막 한 홀을 남기고 다시 3타 차로 벌어져 사실상 박성현의 우승이 확정됐다.

박성현은 “어제는 샷도 좋고 퍼트도 좋았는데 오늘은 다 안 됐다”며 “특히 그린의 경사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1타 차로 추격당했을 때도 특별하게 긴장을 하거나 부담되지 않았다”며 “3개 홀이 남아 있었고 내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다”고 세계 1위 다운 여유를 엿보였다.



박성현과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친 18세 아마추어 골퍼 유카 사소(필리핀)은 예상 밖의 선전을 펼쳤다. 그는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골프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필리핀 여자골프의 희망이다. 사흘 내내 박성현과 함께 경기를 펼친 그는 2타 차 준우승(5언더파 211타)을 거둬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박성현은 “유카를 보면서 왠지 나하고 비슷한 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18세 때는 저 정도로 경기하지 못했다. 나보다 수준 있는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닷새 만에 우승을 추가한 박성현은 때마침 이날이 어머니 이금자 씨의 생일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박성현은 “어머님께 멋진 생신 선물을 드려서 기쁘다”고 더 환하게 웃었다.

필리핀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 굳히기에도 기회를 잡았다. 같은 기간 LPGA 투어는 휴식기를 맞아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랭킹 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하지만,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소폭 상승해 조금 앞서 나갈 전망이다.

박성현(왼쪽)이 준우승을 차지하며 아마추어 1위에 오른 18세 골퍼 유카 사소와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박준석 프리랜서 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