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잘하는' 존슨, 사상 첫 'WGC슬램'까지

by조희찬 기자
2017.03.27 09:52:01

더스틴 존슨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월드 골프 챔피언십(WGC) 시리즈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총상금 975만달러) 결승전에서 존 람(스페인)을 한홀차로 꺾고 우승한 후 우승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AFPBBNews)
[이데일리 스타in 조희찬 기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193cm의 거구로 공을 찢는듯한 힘찬 스윙을 한다. 의심 없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다. 그러나 장타만으로는 세계랭킹 1위에 오를 수 없었다. 그는 과격한 티샷을 날린 후 그린 주변에선 매우 섬세한 남자로 돌변한다.

존슨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따르면 27일 기준 공식적으로 가장 멀리 공을 보낸 선수다. 428야드로 이번 시즌 공식 기록된 비거리 중 으뜸이다. 티박스에 설 때마다 평균 316.2야드를 보내 역시 이 부분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멀리 친다고 정확히 보낸다는 뜻은 아니다. 존슨은 드라이버를 10번 잡으면 그 중 절반 조금 넘게 페어웨이를 지킨다. 이 부문에선 136위(58.52%)로 투어 하위권이다.

존슨은 의외로 티샷 이후에 빛난다. 페어웨이에서 벗어나도 그린에 대부분 공을 보내는 능력을 가졌다. 그린 적중률이 2위(75.25%)다. 존슨은 골프에서 현재 가장 믿을만한 지표로 알려진 이득타수(strokes gained)의 그린 주변 플레이에선 0.511타(8위)를 더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프로치로(11위·0.856타)와 퍼팅(31위·0.517타)으로도 남들보다 더 타수를 아낀다.

여기에 숫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강철 멘털까지 입증했다. 존슨은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월드 골프 챔피언십(WGC) 시리즈 델 테크놀로지 매치플레이(총상금 975만달러) 결승전에서 존 람(스페인)을 한홀차로 꺾고 우승했다.

존슨은 이전까지 세계 톱랭커들이 총출동하는 WGC 대회에서만 5승을 거뒀지만 매치플레이로 치러지는 이 대회 트로피는 수집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번만 삐끗해도 탈락하는 이 대회마저 거머쥐며 현재 남자 골프계는 ‘존슨 천하’임을 알렸다. 또 WGC 4개 대회(멕시코 챔피언십,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HSBC 챔피언스)를 모두 제패하며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못해본 WGC 슬램을 달성했다.



존슨은 또 올 시즌 3승째를 거두며 저스틴 토머스(미국)와 다승 공동선두로 나섰다. 우승상금 166만 달러를 보태 시즌 상금 순위 1위로 올라섰다.

‘신예’ 람은 아쉽게 결승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5홀차 열세를 1홀차까지 좁히는 뒷심을 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번 대회에서 세계 톱랭커들을 꺾고 준결승까지 올라오며 돌풍을 일으킨 다니하라 히데토(일본)는 준결승에서 빌 하스(미국)에 2홀차로 패하며 4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