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미애 기자
2015.12.08 09:08:19
[이데일리 스타in 박미애 기자]올해도 세 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을 시작으로 ‘암살’ ‘베테랑’이 천만영화 대열에 합류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17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한국영화는 2003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첫 천만영화가 된 이래 13편이 탄생했다. 1년에 한 편 나올까 말까 했던 천만영화는 1~2편이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다.
천만영화는 어떻게 탄생하는 것일까. 천만영화는 하늘이 점지하는 것이라고 업계에선 말하지만 천만영화에도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천만영화, 스토리의 힘
원톱 주인공에 갈등이 확장되고 익숙한 이야기가 천만영화로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특히 천만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리다. 길종철 한양대 연극영화과 교수도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CGV압구정에서 열린 ‘천만영화 스토리텔링의 비밀’이라는 강연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토리는 인물, 사건, 배경으로 기본 요소로 하는데 각 요소들이 잘 구성된 작품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명량’ ‘국제시장’ ‘암살’ ‘변호인’에는 이야기를 이끄는 중심 인물, 주인공이 나온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주인공 한 사람에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몰입감이 높았던 작품이다. ‘명량’은 12척의 배로 300여척의 적군에 맞서 싸운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이며, ‘국제시장’은 가족을 위해 일생을 희생한 덕수라는 평범한 가장의 이야기다. ‘암살’은 여성 독립군 안옥윤이 일본군 수뇌부와 친일파를 저격하는 내용을 그렸고 ‘변호인’은 변호사 송우석이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는 이야기다.
이들 영화는 주인공의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이 있고 주인공이 사건을 대하며 느끼는 감정, 심리 등 내면을 잘 포착한 덕분에 관객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명량’에서 전투 직전까지 악몽에 시달렸던 이순신이 불안감을 떨쳐내고 전장에서 승리하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고뇌와 리더십에 대해 돌아보게 했으며 ‘변호인’에서는 상고 출신 변호사 송우석이 법조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는 모습에서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알려진 인물·사건·배경 등을 장치로 익숙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도 작품에 호감을 높였다. ‘명량’은 세종대왕과 함께 국민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위인 중 한 명인 이순신에 관한 이야기며, ‘국제시장’은 한국전쟁,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산가족 상봉 등으로 현대사의 익숙한 사건들을 다뤘다.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군의 이야기를, ‘변호인’은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인권변호사로 거듭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했다.
◇천만영화, ‘입소문’의 힘
천만영화가 되기 위해 영화 내적으로 스토리가 중요하다면 영화 외적으로는 입소문이 중요하다. 입소문이 흥행몰이에 중요한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작은 영화들이 입소문을 타고 주목을 받으며, 개봉 초반에는 관객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이 입소문 때문에 뒤늦게 흥행한다. 입소문이 흥행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입소문에는 극장의 메인 고객 2030세대 역할이 크다. 2030세대들이 영화를 본 후 SNS나 커뮤니티 사이트 영화 관련 포털사이트에 올려놓은 평점, 리뷰들이 입소문에 점점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승원 CJ CGV리서치센터 팀장은 “극장 고객의 절반 이상, 대략 60%가 여성인데 여성은 영화를 선택할 때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점이 평점, 리뷰 등이다”며 입소문을 중요하게 봤다.
2030세대들이 흥행에 불을 지피면 그 이후에 4050세대인 중장년층이 바통을 이어받아 천만영화를 탄생시킨다. 지난해와 올해 천만영화 탄생에 중장년층의 활약이 컸고 극장업계에서는 중장년층의 극장 유입을 중시하고 있다. 실제 CGV가 분석한 자료에는 4050세대는 전년(2013년) 대비 지난해 45~49세 30.1%, 50~59세 35.4% 증가했다. 그는 “40대는 한 손에는 그들의 부모인 60대를, 다른 한 손에는 그들의 자녀인 10대를 잡고 있다”며 “양쪽에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세대여서 이들의 평가가 흥행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