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만약애]김성배가 6회에 던진 슬라이더의 의미
by정철우 기자
2012.10.19 21:19:33
| 롯데 투수 김성배가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서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포수 강민호(왼쪽)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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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롯데 김성배는 1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SK와 플레이오프 3차전의 영웅이었다. 2차전에 이어 또 한번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의 역투가 없었다면 롯데의 가을은 이번에도 무기력하게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다.
문자 그대로 ‘구세주’요 ‘보물’이었다. 이날 롯데는 뒷문이 허전한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강 마무리 정대현이 무릎 근육통 탓에 출전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5회까지 3-0으로 리드를 하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롯데엔 김성배가 있었다. 김성배는 3-0으로 앞선 6회 1사 1,3루의 절체 절명의 위기에서 등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내며 SK로 향하던 흐름을 차단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며 8회도 2사까지 책임졌다. 비록 2사 후 볼넷과 2루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지만 그 곳까지 경기를 끌고와 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불과 이틀 전 투구수가 37개나 됐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김성배의 역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6회 2사 1,3루 박정권 타석이었다. 첫 타자였던 이호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맞이 한 두 번째 타자. 김성배는 초구 직구가 볼이 되자 2구째는 한 가운데로 슬라이더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해 냈다.
사이드암스로 투수가 좌타자 그것도 거포에게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로 슬라이더 승부를 들어간다는 건 보통 배짱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이 든든했음을 의미한다. 상대가 SK임에도 김성배의 당당함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슬라이더가 김성배의 기존 주무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SK 타자들은 2차전이 끝난 뒤 김성배에 대해 “이전엔 거의 보지 못했던 공이다. 전력 분석에도 없던 슬라이더가 기가 막히게 들어온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새로운 무기를 중요한 순간에 던질 만한 배짱을 가진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불펜 투수에겐 자신감이 절반이라고들 말한다. 기량은 백짓장 차이지만 자신의 공을 믿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A급과 B급으로 나뉜다고들 말한다. 김성배의 2구째 슬라이더 승부는 이제 김성배가 특급 불펜의 반열에 올랐음을 상징하는 공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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