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임성일 기자
2008.12.24 16:12:06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2008-09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가장 큰 조명을 받았던 클럽을 뽑으라면 역시 디펜딩 챔피언 인터 밀란일 것이다. 일단 지난 시즌까지 3연패를 달리고 있었기에, 유벤투스와 AC밀란 등 라이벌들이 몸을 추스리고 제대로 출사표를 던진 올 시즌에도 네라주리 군단의 비상이 가능할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하나였다. 만약 올 시즌까지 우승을 차지한다면 1950년대 이전 리그 초창기 때나 가능했던 4연패의 대업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 감독이 과연 이탈리아 땅에서도 자신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이기는 축구’의 성공가도를 달릴지도 적잖은 관심사였다.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았을 때, 적어도 현재까지는 꽤나 준수한 성적표를 줄 수 있겠다.
윈터 브레이크 휴식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뉴 감독의 인터 밀란은 특별한 흔들림 없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7번을 싸우면서 패배는 단 1번밖에 그치지 않았으니 무리뉴 특유의 경제적 축구도 빛을 발하고 있다는 표면적 분석이 가능한데, 특히 단 11실점밖에 허용치 않았다는 데이터가 이에 힘을 더한다.
그렇다고 마냥 틀어막은 결과도 아니다. 31골을 뽑아낸 공격력 역시 리그 최다이니 적어도 지금까지는 안팎으로 무난한 형국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금은 ‘무난함’에 그치는 수준이다. 인터밀란이 무리뉴 감독을 천거한 것은 세리에A 우승보다 더욱 특별한 무언가를 원했기 때문인데, 그토록 고대하는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에서는 ‘냉철 카리스마’도 마음이 편치 않다.
32강 조별라운드를 마친 인터밀란은 2승2무2패 B조 2위라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으로 16강 녹아웃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함께 배를 탄 클럽들이 파나티나이코스(그리스) 베르더 브레멘(독일) 아노르토시스(키프로스) 등 상대적으로 수월했기에 인터밀란의 여유로운 16강행을 점쳤으나 무척이나 고전했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상당부분 책임을 지어야할 인물이 있으니 바로 간판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자타공인,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플레이어다. 올 시즌에도 역시 17경기 10골로 득점랭킹 4위를 달리며 톡톡히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유난스레 침묵인지라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인터밀란이 소화한 6경기에 모두 출전했는데 고작 1골을 뽑아내며 ‘체면치레’에 그쳤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큰 경기에 약하다’는 꼬리표의 괴로움이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른바 메이저무대에서 이브라히모비치는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스웨덴 대표팀과 출격했던 2006월드컵이나 유로2008에서도 그러했고 입때껏 유럽클럽대항전에서도 이브라히모비치라는 공격수의 위력은 그리 신통치 않았다. 축복받은 하드웨어에 어울리지 않는 기술까지 겸비해 ‘타고난 축구재능’이라는 칭찬을 받으면서도 'BEST FW'로 꼽기에는 무언가 부족해보였던 이유 역시 큰 판에서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지 못한 까닭이다. 이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분명 한계가 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올 시즌에도 우물 안 킬러에 그칠 것인가. 본인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든 인터밀란의 숙원을 해소하기 위해서든, 장신 스트라이커의 킬러다운 본능이 필요한 시점이다./<베스트일레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