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농구 자존심 무너뜨린 '독일병정' 노비츠키
by이석무 기자
2011.06.13 12:47:40
| ▲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고 환호하는 덕 노비츠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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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독일에서 건너온 유럽 농구의 간판스타가 미국 NBA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댈러스 매버릭스가 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4승2패로 누르고 1980년 창단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댈러스로선 5년전 챔프전에서 마이애미에게 2승4패로 패해 우승을 놓쳤던 아쉬움을 고스란히 되갚았다.
댈러스 우승의 일등공신은 의심할 여지없이 단연 덕 노비츠키(33)였다. 노비츠키는 이번 챔프전 6경기에서 평균 26.0점 9.7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댈러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당연히 챔프전 MVP도 그의 차지였다.
노비츠키는 이번 플레이오프 내내 기적같은 활약으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챔프전 2차전에서는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성공시키는 등 4쿼터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해 수차례 역전 드라마를 썼다. 국내팬들로부터 '사기츠키'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였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등 미국 농구가 대표하는 초호화스타들이 모인 마이애미도 노비츠키의 기적같은 활약을 막지는 못했다.
1998-99시즌부터 댈러스 유니폼을 입은 노비츠키는 데뷔 3년차인 2000-01시즌 부터 12년 연속 평균 20점 이상 기록 중이다. 1999-2000시즌 이후 한 시즌 73경기 밑으로 뛰어본 적이 없을 만큼 부상도 그를 가로막지 못할 만큼 '꾸준함의 상징'이었다.
선수로서 그는 이미 최고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2002년 세계선수권대회 MVP에 오르는가 하면 2007년에는 NBA 정규시즌 MVP에 등극하면서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NBA를 대표하는 최정상 선수로 놓기에는 2%가 부족했다. 기록으로는 전혀 손색이 없었지만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었다. 번번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면서 큰 경기에 약하다는 비야냥도 받았다.
그렇지만 노비츠키는 이번 우승으로 그런 아쉬움까지 말끔히 씻어냈다. 상대의 집중 수비를 특유의 페이드 어웨이슛으로 무력화시켰고 90%가 훨씬 넘는 자유투로 상대의 추격의지를 잠재웠다.
과거에는 골밑 플레이가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과감한 몸싸움도 불사했다. 4쿼터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골밑슛을 성공시킨 적도 여러 번이나 됐다.
정규시즌에는 평균 7.0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던 노비츠키지만 이번 챔프전에서는 무려 9.7개의 평균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그가 얼마나 골밑에서 분전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수치다. 더구나 챔프전에서는 감기와 고열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부상투혼까지 발휘했다.
NBA 역사상 미국 선수가 아님에도 이처럼 강한 인상을 남기면서 팀의 우승을 이끈 선수는 노비츠키가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댈러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노비츠키의 고국인 독일에서도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노비츠키는 이번 시즌을 발판으로 진정한 슈퍼스타로 거듭났다. NBA에 온지 10년이 훨씬 지나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그의 전성시대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