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화룡점정' 이뤄낸 빙가다 리더십
by송지훈 기자
2010.12.05 15:51:54
| ▲ 넬로 빙가다 FC서울 감독(사진=FC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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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송지훈 기자] FC서울(감독 넬로 빙가다)이 '돌풍의 주인공' 제주유나이티드(감독 박경훈)를 꺾고 K리그 정상을 밟았다.
서울은 5일 오후2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쏘나타 K리그 2010 챔피언결정2차전에서 2-1로 승리하며 안양LG 시절이던 지난 2000년 이후 10년 만에 우승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은 앞서 끝난 컵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정규리그서도 챔피언의 자리에 오르며 올 시즌 '2관왕'에 오르는 영예도 맛봤다.
매 시즌 우승권 언저리에 이름을 올리면서도 간발의 차로 축배를 들지 못하던 서울이 정상에 어울리는 팀으로 변모한 배경에는 넬로 빙가다 감독의 '아버지 리더십'이 큰 몫을 했다.
올 시즌 서울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할 무렵만 하더라도 옆집 아저씨처럼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 빙가다 감독에게 큰 기대를 거는 이는 드물었다. 전임자 세뇰 귀네슈 감독이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선보이며 워낙 강한 인상을 남긴 탓이다.
당시 많은 축구 관계자들은 "개성이 또렷한 서울 선수들에게 부드러운 리더십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장수, 귀네슈 등 강단 있는 지도자들도 이루지 못한 '정규리그 우승의 꿈'을 유순한 스타일의 감독이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뤘던 셈이다.
시즌 초반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화려한 진용을 갖추고도 수비 안정에 기반을 두는 전술을 활용하자 '새가슴'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주축 선수 중 다수가 새 얼굴로 바뀐 점을 감안해 조직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지만, 일부 홈팬들조차 '서울이 수비축구로 돌아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빙가다 감독은 우려의 눈길과 비아냥의 목소리를 묵묵히 견뎌냈다. 이기든 지든 특정 선수를 원인으로 지목하지 않고 '선수단 전체의 힘'을 강조하는 특유의 화법 또한 꾸준히 유지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감이 눈에 띄게 늘었고, 조직력 또한 차근차근 쌓여갔다. 자신감을 찾은 빙가다 감독은 이후 본격적으로 공격축구를 구사하며 긍정적인 흐름을 유도했다.
서울은 시즌 중반인 19라운드까지 1~5위를 오가며 소폭의 순위 변동을 경험했지만, 20라운드를 기점으로 2위에 올라섰고, 막판에 정규리그 1위를 탈환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그리고 제주와의 '마지막 승부'서 승리하며 10년의 한을 털어냈다.
빙가다 감독이 올 시즌 동안 서울 선수들에게 주입한 '우승 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