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노출연기 안해!`···깐깐한 그녀와의 솔직토크

by최은영 기자
2010.11.02 10:54:26

코미디 영화 `불량남녀` 주연
"형용사 보다 명사형 캐릭터에 끌려"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배우 엄지원(33). 이 여자, 의외로 깐깐하다. `불량남녀`(감독 신근호). 이름부터가 불량하기 짝이 없는 코미디 영화. 게다가 극 중 역할은 빚 독촉 전문 카드사 상담원이다. 30분에 한 번씩 전화를 거는 건 예사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처음에는 "엄지원이? 과연 어울릴까?"라는 생각도 솔직히 했다. 하지만 그녀는 완성된 영화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잘 만난 파트너 덕분일까? 이 같은 물음에 엄지원은 "`스카우트`에서 창정 오빠(그녀는 배우 임창정을 이같이 불렀다)와 호흡이 잘 맞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라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고 했다.

사실 그녀의 변신은 전작인 MBC 드라마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맛보기로 살짝 보이긴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코미디물은 이번이 처음. 드라마 `황금마차` `매직`, 영화 `주홍글씨` 등 청순하거나 혹은 가련했던 초창기 작품을 떠올리면 더욱이 상상이 안 되는 변신이다.

엄지원은 왜 `불량남녀` 였냐는 질문에 "똑 부러지는 명사형 인간에 끌려서"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감정선이 복잡한 `형용사` 같은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면 최근 들어선 단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명 가능한 `명사형` 인물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는 것.

그녀가 선택한 극 중 무령이 바로 그랬다.

"예전에는 주로 작품을 보고 출연작을 결정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이상하게 캐릭터가 먼저 보여요. 그것도 관객이 좀 더 편안하게 느낄만한 단선적인 역할 말이죠. 그런 점에서 `불량남녀`는 배우 엄지원이 대중에게 좀 더 편안하고 쉽게 다가선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작품 중에서 가장 밝은 영화랄까요?"

`불량남녀`는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거액의 빚은 떠안은 강력계 형사 방극현(임창정 분)과 독촉 전문 카드사 상담원 김무령(엄지원 분)이 빚을 두고 벌이는 에피소드를 담은 작품. 애초 영화제목은 `사랑은 빚을 타고`였으나 신용불량 남자와 성격불량 여자가 만났다고 해서 `불량남녀`로 제목이 뒤늦게 변경됐다.



실제 성격 가운데 `불량한 면모`가 있느냐 묻자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가슴 형 인간은 아닌듯하다. 굳이 말하자면 장형 인간?"이라고 했다. 기분이 안 좋을 땐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일할 때에도 배가 고프면 짜증부터 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었다.
 
도도하면서도 새침한 외모의 그녀가 때아닌 `밥 타령`을 하는데 솔직히 피식 웃음부터 났다.(실제 엄지원은 점심을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며 인터뷰 도중 양해를 구하고 피자 한 조각을 간식으로 뚝딱 해치우기도 했다)

 
서른셋 혼기가 꽉 찬 나이에 아직도 미혼인 이유에 대한 대답은 더욱이 기가 찼다. "눈이 높은 건 아닌데 저만의 이상형이 뚜렷해서요"라고 시작된 이야기는 `네버 엔딩 스토리`처럼 끝이 날 줄 몰랐다.

"음...우선 외모는 쌍꺼풀 없는 북방계 스타일로 생겨야 하고 키는 180cm 이상, 피부는 좀 까맣고 성격은 혈액형 0형 타입에 종교는 저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착하고 나를 진짜 사랑해주는 사람이어야겠죠? 직업적으로는 자기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면서 또 동시에 잘하는 사람이 좋아요. 나이는 상관 없고요. 창정 오빠요? 에이~ 그분은 북방계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눈 위에 살도 많고 비교적 달콤하게 생겼잖아요."

지금껏 수많은 스타를 만났지만 그녀처럼 묻는 말에 답변을 구체적으로 쏟아내는 이는 처음이었다. 매사에 똑 부러졌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얄밉다기보다는 귀여웠다. 극 중 무령처럼 말이다.

영화 촬영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할 때는 너무 웃겨 웃음도 빵 터졌다.

"때리는 역할이 처음이었어요. 극중 한 출연자의 얼굴을 세면대에 박는 신이 있었는데 경험이 없어서 촬영 전 양해를 구했죠. 괜히 덜 아프게 한다고 살살 했다가 테이크 여러 번 가면 더 힘들 테니 실제처럼 때리고 한 방에 끝내자고요. 결과요? 당연히 한 번에 안 끝났죠. 그분 표정이 `한 번에 가자더니….` 하는 것 같아 미안해서 혼났네요. 그래도 기분은 괜찮던데요? (웃음)"

성격만큼이나 배우로의 인생계획 역시 확실했다. 혹자는 배우 엄지원 하면 드라마에 영화, MC까지 못하는 게 없는 만능이지만 반대로 과도하게 폭이 넓은 활동으로 색깔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엄지원의 생각은 단호했다.

"제 꿈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배우예요. 신인시절엔 오히려 영화만을 고집했죠. 제가 활동영역을 넓히고 캐릭터의 범주를 확장해가는 건 그만큼 제 연기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에요. 단 노출연기는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난 10년간 그런 제안이 들어왔으면 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노출연기 말고도 할 수 있는 게, 하고 싶은 연기가 너무 많아서 말이죠."

올해로 배우인생 꼭 10년째를 맞는 엄지원은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고, 노력한 만큼 충분히 이뤘다고 자평했다. 10년 전 자신이 원하고 바랬던 그 모습, 그 위치에 정확히 서 있다는 것. 하지만 앞으로의 10년은 같으면서도 달라야 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밝힌 30대 도전과제 중 하나는 배우로 대표작을 갖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