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임은수, '포스트 김연아' 우려를 희망으로 바꾸다
by이석무 기자
2017.03.19 16:05:06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 차준환(16·휘문고)과 임은수(14·한강중)가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피겨선수권대회에서 밝은 미래를 선물했다.
차준환은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끝난 남자 싱글에서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인 총점 242.45점으로 종합 5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 선수로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4회전 점프를 시도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2위에 오르는 등 세계 정상권 실력을 확실히 입증했다. 필살기인 4회전 점프 역시 지난 대회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을 보여줬다.
임은수도 18일 끝난 여자 싱글에서 총점 180.81점으로 종합 4위에 올랐다. 역시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이었다. 2006년 김연아가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한국 여자 선수가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 결과는 한국 피겨에 고무적이다. ‘피겨여왕’ 김연아의 시대는 ‘한여름밤의 꿈’인듯 보였다. 김연아의 은퇴 이후 한국 피겨는 깊은 침체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우려는 희망으로 바뀌었다. 차준환이라는 남자 피겨의 새로운 기둥이 탄생했다. 차준환은 김연아가 주니어 시절 걸어온 ‘왕도(王道)’를 착실히 걷고 있다. 지난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때부터 보여준 국제적 경쟁력을 확실히 증명했다.
차준환이 더 기대를 모으는 것은 이제 만 16살이라는 점이다. 이번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한 45명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어렸다. 시상대에 오른 3명의 선수는 모두 18~19살이었다.
주니어 선수에게 1~2살 차이는 실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1~2년 뒤 차준환은 지금보다 훨씬 기량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보다 내년이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다.
최고 난도 기술인 쿼드러플 점프를 두 차례나 시도하는 등 완전히 자기 기술로 습득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다.
임은수의 결과도 놀랍다. ‘연아키드’의 대표주자인 임은수는 다양한 3회전 점프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이미 기술적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했음을 입증했다.
더구나 임은수는 올해 처음 주니어 무대에 데뷔했다. 경쟁자인 일본이나 러시아 선수들보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했다.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4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더욱 대단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4살 소녀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강한 정신력과 승부근성이 빛을 발했다.
김연아가 활짝 길을 닦은 여자 싱글은 장래가 훨씬 밝다. 임은수를 비롯해 김예림(도장중), 유영(과천중) 등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쑥쑥 커 나가고 있다.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최다빈(수리고)도 기대주로 손색없다.
차준환과 임은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후배들은 값진 선물을 남겼다. 한국은 그동안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남녀 각각 6명과 7명의 선수만 내보낼 수 있었다. 국가별 순위가 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톱5’에 오르면서 다음 시즌부터는 한국 선수가 남녀 각각 14명씩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후배가 귀중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것.
대회를 마친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실수가 있어서 아쉽다”며 “하지만 좀 더 높은 구성으로 도전한 것은 만족스럽다. 비시즌 동안 스케이팅 기술을 더 연마하고 점프의 안정성도 높이고 싶다”고 의젓하게 소감을 밝혔다.
임은수는 “결과는 아쉽지만 프리스케이팅 마지막 그룹에 들어간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라며 “큰 대회에서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하면서 부족한 점들을 느꼈다, 부족한 점들을 차근차근 보완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