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 김영호 "영화에 대한 목마름 홍상수 감독 덕에 풀었다"
by김은구 기자
2008.03.02 16:00:30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목말랐던 영화 연기를 한방에 풀었어요. 후회 없이 맘껏 싸웠죠.”
배우 김영호에게 자신이 남자 주인공을 맡아 2월28일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과 낮’(제작 영화사 봄)은 한풀이 마당이었다.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주연으로 출연 계약을 맺은 영화 4편이 연이어 제작이 무산돼 그 기간 4회 분량의 1편을 포함해 드라마 3편과 특별 출연한 영화 1편이 출연작의 전부였다. 당시 가장 절실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연기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해줄 수 있는 작품.
김영호에게 ‘밤과 낮’은 그런 의미가 있는 영화다. 그는 ‘밤과 낮’에서 여자 목욕탕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했고 또 이 영화는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김영호에게 베를린 레드카펫을 밟는 영광을 안겨줬다.
‘밤과 낮’에서 김영호는 국선 화가 김성남 역을 맡았다. 극중 김성남은 대마초를 피운 걸 경찰이 알게 됐다는 소식에 겁을 먹고 아내를 한국에 둔 채 혼자 프랑스 파리로 도피하는 인물이다. 영화는 김성남이 프랑스에 도착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람은 죄와 죄가 아닌 것 사이에서 어중간하게 살잖아요. 김성남도 그런 불안한 현대인 중 한명이죠. 적당히 선하고 가끔 일탈을 꿈꾸는.”
김영호는 김성남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약간 일탈을 더 많이 꿈꾸는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통화로 그리움을 털어놓으면서도 정작 파리에서 만난 유학생 유정(박은혜 분)과 사랑에 빠진다. 일탈이 약간 더 많다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성남은 사정이 있어 파리에 간 만큼 프랑스를 즐길 여유도 없고 돈도 없잖아요”라며 “여자를 만나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별로 없었을 거예요”라고 옹호했다.
김영호에게 ‘바람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었다. “부는 바람은 좋아해요. 프랑스에서도 바람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바람을 시를 썼어요. 다른 바람은 하면 안되죠.”
김영호가 암송해주는 시를 옮겨 적었다.
바람을 따라 길을 만들고
바람을 따라 도시를 만든 곳이 파리
파리에서는 바람이 자유롭다
홍상수 감독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홍상수 감독은 김영호가 쉬고 있을 때 전화를 걸어 “너무 좋아한다. 함께 영화를 하자”고 했고 김영호는 “대마초를 피워 파리로 도망간 화가”라는 설명만 듣고 수락을 했다.
“홍상수 감독은 배우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이잖아요. 사실 작품이 굉장히 독특하고 작품 안에서 상식 밖의 행동도 많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적은 것 같아요.”
김영호는 홍상수 감독과 작업을 하며 일치점이 늘 같았다며 ‘찰떡궁합’을 자랑했다. 극중 김성남도 김영호 자신과 홍상수 감독의 모습이 반반씩 섞인 인물이라고 했다. 실제 자신의 성격을 드러내며 연기를 했지만 늘 비닐봉투를 들고 다니는 등의 모습은 홍상수 감독의 습관이라는 게 김영호의 설명이다. 게다가 바람을 좋아하는 등 서로 비슷한 점도 많다고 했다.
덕분에 그는 아쉬움이 남지 않는 연기를 할 수 있었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참석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수상은 못했지만 배우로서 흥분되는 경험을 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듯했다.
김영호는 현재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에는 아마 악당의 모습으로 팬들과 만날 것 같다고 했다.
“하루에 혼자 2시간씩 연기연습을 하는데 나에게 어떤 역할이 맞는지, 내 매력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아무리 악한 역할을 해도 눈이 선해서 그렇게 안보인다고. 그래서 이번에 아주 악한 캐릭터에 도전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