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가족' 수현 "김희애 선배, 많이 오픈되신 분…이런 마인드로 롱런을"[인터뷰]③
by김보영 기자
2024.10.07 14:21:51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보통의 가족’ 수현이 김희애와의 ‘화장실 기싸움’ 장면 비화와 함께 촬영장에서 지켜본 선배 김희애의 모습을 언급했다.
수현은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의 개봉을 앞두고 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수현은 재완(설경구 분)이 재혼한 젊은 부인 ‘지수’ 역을 맡았다. ‘지수’는 네 인물 중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아이들의 범죄 현장을 목격한 뒤 혼란에 휩싸인 어른들 중 가장 중립적인 시선에서 사건의 흐름과 핵심을 바라보는 관찰자같은 캐릭터다. 특히 나이 많은 동서 연경(김희애 분)과 빚어내는 묘한 기싸움과 심리전이 웃음과 긴장을 동시에 유발하며 뜻밖의 관전 포인트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극 초반부 레스토랑 화장실에서 마주친 연경과 지수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을 설경구, 장동건 등 다른 배우들도 인상 깊게 본 명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수현은 “희애 선배님과 맞서서 제가 어떻게 할지 선배님들도 궁금하셨던 것 같다. 선배님들도 긴장하셨나보다”라며 “제가 과연 안 지고 연기할 수 있을까 하고 지켜보신 것 같더라. 얼마 전에 희애 선배님이 설경구 선배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이야기해주셔서 알았다”고 선배들의 반응을 전했다.
이어 “실제 현장에서도 선배님들이 보시기에 ‘와 세다’ 하실 만큼 강한 그런 리액션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이런 저런 시도를 거쳤다”라며 “희애 선배님과는 확실히 화장실 장면 호흡이 좋았던 거 같다. 사실 대본대로 하진 않았고 서로 느낌 가는 대로 한 건데 리액션도 자연스러웠던 거 같다. 여자들이 흔히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시샘, 기싸움이 잘 느껴진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특히 수현이 연기한 ‘지수’는 격변의 감정선으로 팽팽한 긴장을 자아내는 세 인물 사이에서 유일하게 중립적인 시선으로 객관적이면서도 냉철한 지적을 내리는 캐릭터다. 이 때문에 수현은 시사회 당시 선배들의 텐션을 뚫고 적절히 끼어들기 쉽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캐릭터가 말하는 타이밍이 참 쉽지 않았다. 선배님들 앞이라 떨린다기보다는 현장 들어가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고 그건 나만 할 수 있다고 믿고 들어가는 편이다. 그 캐릭터가 하는 말이 너무 뜬금없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자칫 발연기처럼 보일 수도 있어서 고민이 됐다”며 “그렇게 치고 들어가되 너무 세게도 아니고 반은 좀 확신이 없으면서 말하는 것 같은, 그런 여지를 주는 이런 느낌으로 대사를 해야겠단 게 저와 감독님 생각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확신이 없던 지수가 사건의 흐름을 지켜보며 점차 객관화된 자신의 시각을 갖추고 연경을 통해 부모의 감정들을 이해하며 확고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나가는 성장의 과정을 대사 톤 등 디테일에도 녹여냈다고 부연했다. 그는 “연경을 바라보는 것, 남편에게 던지는 대사들을 보면 끝까지 강한 입장은 아니지만 ‘내가 확실하게 누구를 서포트한다’는 입장을 나중에 보여주기도 한다. 연경과 재완의 딸도 지수에게는 어려운 인물들인데 그들을 관찰하면서 여자로서 공감도 하고 힘들어하는 모습도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다”며 “나중에는 대치까지도 어느 정도는 할 정도로 성장하는, 예컨대 ‘이건 아니잖아요’ 하는 대사들에서도 확실히 말투의 톤이 성장함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변화가 있다. 나중에 재완의 손을 살짝 잡아주는 등 그런 디테일에서의 변화가 있다”고 귀띔했다.
선배 김희애에 대해서는 “희애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정말 조금도 예전 분 같은 느낌이 없으시다. 하다 못해 옷을 입는 것도 그걸 소화하는 능력에서도 그렇다”라며 “희애 선배님과 이야길 나누면 정말 생각이 많이 오픈되어 있으신 분이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마인드로 나도 작품을 해야겠다, 그러면 저렇게 오래 업계에서 롱런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며 “희애 선배님 뿐 아니라 함께한 선배님들을 보면 이번 영화제도 그렇고 진짜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렇게 같이 있고 싶어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이렇게 애정을 가지고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가려 한다면 오래 일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존경과 애정을 덧붙였다.
‘보통의 가족’은 10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