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오 기자
2015.02.24 08:55:00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지난 12일 무기한 투어 중단을 선언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부상 후유증이 골프채를 놓게 만든 원인이다.
우즈는 올해 첫 출전 대회였던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피닉스오픈에서 82타라는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컷 탈락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선 2라운드 경기 도중 허리 통증을 이유로 기권했다. 우즈는 “물리 치료를 받고 있으며 점점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고의 몸 상태에서 경쟁을 펼치기 위해 잠시 투어를 뛰지 않겠다. 나 스스로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즈의 몸 상태에 물음표를 던졌다. ‘살아있는 골프 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는 지난 21일 미국 골프채널에 출연해 “지금 우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의 최근 부진이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입스(Yips)가 찾아와 당분간 우승이 힘들 거라는 진단도 나왔다. 사전에서는 입스를 ‘골프 선수가 퍼트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몹시 불안해하는 증세로 호흡이 빨라지며 손에 가벼운 경련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최악의 결과를 의식해 몸을 더 움츠리게 된다는 뜻이다. 입스는 야구, 농구, 축구 등 다른 스포츠 종목에서도 나온다. 미국 메이저리그 유망주 투수였던 릭 엔키엘이 폭투를 경험한 후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대 직장인에게도 입스는 무서운 적이다. 다만 입스라 불리지 않고 스트레스로 인한 슬럼프로 표현된다. 하지만 입스 증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번아웃(Burnout) 증후군이다. 이는 과도한 정신적, 신체적 피로로 인해 무기력증, 자기혐오, 직무 거부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슬럼프는 자신의 일에 적극적인 사람, 열정을 쏟아 붇는 사람에게 자주 찾아온다. 경력이 많은 사람, 직위가 높은 사람 등 소위 베테랑 급이 슬럼프의 단골 손님이다. 가장 무서운 적은 자신의 기대치보다 낮은 결과가 나타났을 때의 좌절감이다.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고 느낄 때 모든 자신감을 잃게 된다. 경쟁에서 뒤처지게 되면 동양인에게만 나타난다는 홧병도 찾아온다.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입스를 치료하기 위한 최선책을 ‘칭찬’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최고의 기량을 보였던 과거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매우 행복한 선수라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도 관대해져야 하고 나아지는 모습에 스스로 마음껏 칭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트레스로 인한 직장인들의 슬럼프가 우울증으로 바뀌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전문의의 상담 치료와 의약품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행복했던 과거를 떠올리거나 스스로를 칭찬하는 등 심리적인 요법만으로도 쉽게 해결된다. 만약 슬럼프가 길어져 자신에게 실망하는 증상, 즉 화병이 왔을 때는 좀 더 주의해야 한다. 김진세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화에 대해서 ‘내 몸에 슨 녹’과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소 습관을 고치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마음 속의 ‘녹’을 제거하기 위해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산책이다. 업무 외에 여행이나 운동 등 취미생활을 만드는 것도 권하고 싶다.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음이다. 우즈는 두 번의 실패 후 곧바로 여자친구를 찾아갔다. 골프를 떠나 잠시라도 행복해지는 시간을 선택한 셈이다. 비단 골퍼에게만 유효한 교훈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