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 속 버디 쇼"..이일희, LPGA 생애 첫 우승 '쾌거'(종합)
by김인오 기자
2013.05.27 11:59:33
[이데일리 스타in 김인오 기자] 이일희(25·볼빅)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이자 프로 입문 후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카리브 해의 섬 바하마에서 일궜다.
이일희는 27일(한국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클럽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마지막날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타를 잡아내 5언더파 42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126타를 기록한 이일희는 아이린 조(미국·9언더파 128타)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약 2억1천600만원)를 챙긴 이일희는 올 시즌 30만9000달러를 쌓아 시즌 상금 랭킹 37위에서 12위권으로 수직상승했다.
이일희의 우승으로 올해 한국여자골프군단은 LPGA 투어에서 5승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는 폭우로 골프장이 잠기는 바람에 하루에 12개홀을 소화하는 ‘36홀 미니대회’로 축소됐다. 그러나 ‘36홀 이상 경기는 공식 대회로 인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일희의 우승은 공식 우승으로 기록된다.
이일희의 골프 선수 인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당시 골프광이었던 아버지는 주말이 되면 “맛있는 짜장면 사줄게”라며 이일희를 데리고 골프 연습장으로 향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무료했던 이일희는 깨진 볼을 주워다 치며 시간을 보냈고, 골프에 흥미를 느껴 선수의 길로 입문했다. 2004년에는 신지애(25·미래에셋)와 함께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히는 등 아마추어 때부터 발군의 실력을 입증했다.
2006년에는 꿈에 그리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성했다. 하지만 언제나 ‘유망주’였다. KLPGA 투어 3년 동안 우승 없이 준우승만 두 차례 거둔 이일희는 과감하게 LPGA 투어에 도전했다. 당시 이일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미국 진출에 대해 반대가 많았지만 큰물에서 놀고 싶었다”며 각오를 밝힌 바 있다.
2009년 퀄리파잉스쿨을 20위로 통과한 이일희는 2010년부터 LPGA 투어 멤버가 됐다. 기대도 컸고 자신감도 넘쳤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우승과의 인연은 없었다. 친한 친구들인 신지애와 최나연(26·SK텔레콤),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우승 축포를 지켜봐야만 했다.
존재감을 알린 건 지난해부터다. 이일희는 2012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고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하며 우승 가능성을 엿봤다. 올해도 6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하고 공동 3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5월이 채 가기 전에 첫 우승 샴페인을 터뜨리면서 ‘메이퀸’으로 우뚝 섰다.
이일희는 마지막 날 강풍을 뚫고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았다. 공동 3위로 출발한 지은희(27·한화)가 버디를 1개도 못 잡고 7타를 잃은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결과다.
1,2라운드에서는 파45로 치러졌던 경기는 최종 라운드에서 파47로 변경됐다. 물에 잠겨 있던 18번홀(파5)이 정상 컨디션으로 바뀌어 4번홀(파3)과 바뀌었기 때문이다.
강풍으로 대부분의 선수가 고전한 가운데 이일희의 샷은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첫 번째홀을 버디로 출발한 이일희는 두 번째 홀(파4)에서 칩인 버디를 잡았고, 세 번째 홀(파5)에서는 2.5m 거리에서 버디퍼트를 성공했다. 이 버디로 먼저 경기를 끝낸 재미교포 아이린 조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여덟 번째 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단독 선두로 나서며 첫 우승을 기대감을 높였다. .
위기도 있었다. 타수를 잃지 않으며 단독 선두로 질주하던 이일희는 11번째홀(파4)에서 위기를 만났다. 페어웨이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강풍으로 짧아지더니 그린 위에 올라갔다가 백스핀을 먹고 그린 밖으로 굴러내려 갔다. 어프로치 샷 후 홀컵과의 거리는 1.2m. 크게 심호흡을 한 이일희는 짜릿한 파퍼트를 성공하며 위기를 벗어났다.
마지막 홀(파5)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샷으로 두 번 만에 그린에 올렸다. 세 번의 퍼팅으로도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이일희는 과감하게 홀컵으로 이글 퍼트를 보냈고, 가볍게 버디를 잡아 확실한 팬서비스를 했다.
이일희는 “11번째홀에서 파를 잡았을 때 우승을 예감했다”며 “믿기지 않았는데 스코어카드에 싸인하고 우승 트로피를 받고 나서야 실감이 났다. 오늘 샷감이 좋아 처음부터 우승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1. 이일희 -11 126(41 43 42)
2. 아이린 조 -9 128(45 43 40)
3. 안나 노르드크비스트 -8 129(40 44 45)
4. 폴라 크리머 -7 130(43 42 45)
미야자토 미카 130(42 43 45)
민디 김 130(39 46 45)
크리스티 커 130(44 40 46)
13. 유소연 -5 132(42 46 44)
유선영 132(42 44 46)
27. 김인경 -4 133(44 45 44)
박희영 133(41 43 49)
32. 최운정 -3 134(43 44 47)
최나연 134(42 43 49)
서희경 134(42 42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