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의 패셔니스타①]'말' 대신 '색'을 품다...新 '악녀' 스타일 코드
by최은영 기자
2009.03.17 14:55:02
| ▲ 대중문화계에 악녀 바람을 몰고온 스타들. 사진 왼쪽부터 '미워도 다시 한번' 전인화, '아내의 유혹' 김서형, '악녀일기 리턴즈'의 에이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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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당신, 부셔버릴 거야"('청춘의 덫' 심은하), "뭬야?"('여인천하' 도지원)
과거 드라마 속 '악녀'들은 이렇듯 대사로 기억됐다. 하지만 돌아온 '악녀'들은 다르다. 악은 기본에 돈 있고, 실력 되고, 멋까지 갖춘 그녀들은 '말' 대신 '색'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친구의 남편을 빼앗은 여자('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 동생을 버린 언니('태양의 여자' 김지수), '한 남자의 몸과 마음을 나눠갖은 두 여자'('미워도 다시 한번' 최명길, 전인화)···.
만약 '내 남자의 여자'에 일명 '뽀글이 파마'라 불린 김희애의 구불 펌이 없었다면? 지난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화영 신드롬은 애시 당초 불가능했을지 모를 일이다. 최근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을 재촉하고 나선 '아내의 유혹' 장서희의 깜짝 변신도 마찬가지다. 하얗게 분칠한 얼굴에 점 하나 찍고 긴머리 싹뚝, 그 덕에 장서희는 '지고지순' 은재에서 '악녀' 소희로 두 얼굴의 변신이 가능했다.
이렇듯 요즘 악녀들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게 바로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의 스타일은 대중문화계를 넘어 패션계까지 강타하며 이름하여 '악녀 패션 붐'을 일으키고 있다.
2009년 봄 여심을 흔들고 나선 악녀 패션. 악녀가 되기 위한 스타일 변신 키워드를 살펴봤다.
여자의 변신은 헤어스타일로 시작돼, 헤어스타일로 완성된다는 말이 있다. 악녀 변신에 있어서도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이 헤어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 은재(장서희 분)가 복수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 또한 바로 머리를 자르는 일이었다.
악녀 헤어는 크게 두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과도하게 구불거리는 펌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거나, 짧은 머리라면 날카롭게 커팅을 해 샤프한 느낌을 더하는 것이 그것이다.
일명 '뽀글이 파마'라는 구불 펌으로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 '아내의 유혹' 김서형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악녀일기' 에이미, '아내의 유혹' 장서희 등이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아내의 유혹'의 은재는 옆 기장이 뒷 기장보다 긴 커트 헤어에 끝을 더없이 날카롭게 커팅해 샤프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더했다. 같은 드라마에 출연 중인 김서형은 반대로 뱅 웨이브 헤어로 포악스런 악녀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케이블채널 올리브 TV '악녀일기 리턴즈'로 컴백한 원조 악녀 에이미는 날카로운 보브컷으로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일명 '에이미 단발'로도 통하는 이 스타일은 끝부분을 날카롭게 정리해 세련된 느낌을 강조한 동시에 충분한 볼륨감으로 귀여운 느낌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 ▲ 스모키 메이크업과 붉은 립스틱으로 악녀 분위기를 더욱 강조한 '아내의 유혹' 장서희-김서형(사진 왼쪽)과 영화 '인사동 스캔들'의 엄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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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 어린 여자들의 표정을 더욱 실감나게 하는 데는 메이크업의 묘미를 또 빼놓을 수가 없다. 악녀 변신 화장법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해보면 크고 또렷한 아이 메이크업에 치켜 올라간 눈꼬리와 붉은 립스틱의 강렬한 조화를 들 수 있다. 사실 둘 중 하나만 제대로 표현해도 악녀 변신에는 큰 무리가 없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로 데뷔 이래 첫 악역에 도전하는 엄정화는 새빨간 립스틱과 진한 아이라인 등, 악녀 메이크업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해 예비 영화 관객들의 시선을 단박에 잡아 끌었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손에 넣고야 마는 갤러리 회장 배태진. 아직 영화는 공개 전이지만 엄정화의 파격 변신은 최근 공개된 스틸컷만으로도 뜨거운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은재의 날카로운 복수와 나락으로 떨어지는 애리의 발악이 점차 흥미를 더해가는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의 두 악녀, 장서희와 김서형의 메이크업도 화제다.
'후천적 악녀' 장서희는 아기처럼 맑고 하얀 피부에 눈매가 살짝 올라가는 여우 눈꼬리 메이크업, 또 눈가 점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고, '선천성 악녀' 김서형은 장서희와 대비되는 스모키 메이크업에 한층 눈을 크고 또렷해 보이게 하는 눈화장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지고지순한 은재가 악녀 소희로 변신하기까지 럭셔리한 패션도 한몫 했지만 눈꼬리 메이크업과 눈밑 점 등이 없었더라면 180도 다른 이미지 성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 같은 평가에는 점 하나 찍고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식의 이견도 존재하지만 말이다.
한편, 애리의 주 화장술인 스모키 메이크업은 눈에만 포인트를 주고 립스틱은 스킨 컬러로 가볍게 바르고 끝내는 것이 특징. 여기에 애리처럼 막장 악녀로 팜므파탈의 극치를 보이려면 얼굴의 윤곽을 살려주는 하이라이트를 절대 잊어선 안된다. 자칫 얼굴이 밋밋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악녀의 도도함을 논할 때 절대 빠져서는 안될 아이템이 있다. 바로 발목이 꺾일 듯 굽이 높은 구두가 그것이다.
하이힐, 그중에서도 굽의 높이가 한마디로 살인적이라는 뜻의 '킬힐(Kill Heel)'은 악녀 룩의 기본인 동시에 올 봄 최고 유행 아이템이기도 하다.
요즘 드라마 속 악녀들을 비롯, 트렌드세터들은 이 킬힐의 매력에 흠뻑 빠져 산다. 굽 높이가 10cm 이상인 하이힐을 뜻하는 킬힐이 요즘처럼 인기를 끌었던 적이 과연 있었을까.
이는 최근 악녀 붐과 불황이 맞물리며 나타난 자연스런 유행 기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오래 전부터 붉은 립스틱과 더불어 하이힐은 불황에 더욱 각광받는 아이템으로 꼽혀왔다. 동시에 립스틱과 하이힐은 악녀를 표현하는 대표적 패션 키워드이기도 하다.
당당하고 능력있는 여자들이 각광받는 요즘 세태와 불황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맞물려 악녀 패션 유행에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 ▲ '아내의 유혹'의 미워할 수 없는 두 악녀, 장서희와 김서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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