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 2008 한국 축구①] 박지성 이운재 Up, 이천수 이동국 down

by김삼우 기자
2008.12.29 16:30:02

▲ 박지성, 이운재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2008년, 한국 축구는 씁쓸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화려한 추억은 간데없이 “축구장에 물 채워라 박태환 수영하게” “얼려라. 연아 피겨 타게” 등등 조롱성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야구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고 수영의 박태환과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가 한국 스포츠사의 한 획을 긋는 활약을 펼친데 비해 2008 베이징 올림픽 조별리그 탈락 등의 실패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 탓이었다. 

하지만 축구, 그리고 축구인들 또한 나름의 고지를 향해 2008년 한해를 숨가쁘게 내달려 왔다. 희망을 찾아 한껏 솟아오른 이도 있고, 날개 없이 추락한 이들도 있었다. 또 1년 사이 롤러코스트를 타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모두 경험한 이도 있었다.

이데일리 SPN은 2008년 한국축구의 업 앤 다운(Up &Down)을 선수와 지도자로 나누어 되짚어 본다. 우선 선수다.


(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은 올해에도  단연 돋보였다. 무릎부상으로 지난 해 12월 26일 9개월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한 뒤 1월 1일 버밍엄시티와 홈경기에 선발출전하는 것으로 2008년을 힘차게 시작한 그는 맨유의 더블(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우승) 달성에 기여한 것을 비롯,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챔피언 우승 트로피까지 동료들과 함께 들었다. 비록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결장, 아쉬움을 남겼지만 클럽 월드컵 결승에선 풀타임 뛰는 활약을 펼쳤다. 특히 중반에 들어선 2008~2009 시즌에는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 등 내로라하는 스타들을 제치고 맨유의 주전 멤버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수 있다.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순항중인 ‘허정무호’에서도 박지성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진출을 주도한 것은 물론, 지난 10월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3-0승)부터는 주장 완장까지 차고 ‘박지성식 리더십’을 발휘,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파 가운데는(35.수원 삼성)가 상한가를 쳤다. 지난 해 아시안컵 음주파문으로 1년간 국가대표 자격정지 등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K리그에 전념한 올 시즌에는 팀의 더블(정규리그, 컵대회 우승)을 이끌며 K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것으로 아픔을 씻어냈다. K리그 사상 GK가 MVP를 수상한 것은 이운재가 처음이었다.

대표팀에도 지난 11월14일 카타르전(1-1무)부터 복귀한 뒤 11월 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3차전에 주전 수문장으로서 투입돼 19년 만의 사우디전 승리(2-0승)의 디딤돌이 됐다. 그는 K리그 MVP 시상식장에서 "1년 동안 많이 아팠고, 속으로 운 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는 2년 연속 상종가를 친 케이스다. 인천에서 2군을 전전하다 대구로 이적한 지난 해, 토종을 대표하는 골게터로 우뚝 섰던 그는 올해에도 눈부신 진화를 계속했다. K리그에서 총 13골을 기록, 국내 선수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남겼고, ‘허정무호’에서도 주전급으로 발돋움했다.
 
2007년이 올림픽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는 해였다면 올해는 성인 대표팀에서 주전으로 올라서는 시기였다. 19년만의 승리를 맛본 사우디전 결승골을 터트린 것을 비롯, 올해 A매치에서 5골을 몰아넣었다. 2년 전 올림픽 대표 가운데 유일한 프로 2군 소속으로 잔뜩 주눅들었던 그였지만 이제는 당시 ‘축구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박주영(23.AS 모나코)에 못지 않은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20.이상 FC 서울)은 한국 축구가 올해 발견한 소중한 희망이다. 지난 해 7월 세계청소년(U-20)선수권 대회에서 창의적이고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한국 축구의 ‘골든 세대’로 주목 받았던 이들은 어느덧 올림픽 대표를 거쳐 성인 대표팀의 주전으로 급성장했다. 
 
이청용은 지난 5월 31일 요르단과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기성용은 9월 5일 역시 요르단과 치른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뒤 최종예선에서는 붙박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다. 선배들을 능가하는 기량을 발휘한 까닭이다. 소속팀 FC 서울이 이번 시즌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한데도 이들의 활약이 컸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이다.
 
▲ 이천수, 이동국


기성용과 이청용이 되돌아 봐야 할 선배들도 있었다. 이들 못지않은 어린 나이에 한국 축구를 이끌고 나갈 재목으로 각광 받았던 이천수(27.수원 삼성) 고종수(30.대전) 이동국(29.성남 일화) 등이다. 올해 빛을 잃은 별들이다.

특히끝이 없었다. 지난 해 ‘두번의 실패는 없다’고 호기롭게 외치고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떠났던 그였지만 이번에도 현지 적응에 실패, 시즌 중 수원에 임대돼 K리그로 돌아왔다. 요즘은 아예 K리그서도 퇴출위기에 몰려 있다. 수원이 훈련 불참 및 코치진의 지시불이행 등을 이유로 한국 프로축구연맹에 임의 탈퇴 공시를 요청한 탓이다. K리그 복귀 후 남긴 기록은 4경기 출전 1골. 당장 어느 곳에서 뛸 수 있을지도 모르는 그로선 새해가 그저 암담할 따름이다.

2008년도 신산스러웠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끝내 퇴출된 뒤 K리그에 돌아왔지만 ‘라이언 킹’다운 포효를 하지 못했다. 13경기에 출장, 2골 2어시스트에 그친 그는 당장 성남과의 재계약조차 확실치 않다. 실력은 있지만 부상으로 잇따라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비운의 스타’로 여겨졌지만 요즘의 그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부르지 않는 처지다. 

지난 해 옛 스승 김호 감독을 만나 재기의 불꽃을 태웠던 도 올해는 우울했다. 지난 4월 연봉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더니 8월부터는 무릎 부상으로 아예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다. 올 시즌 기록은 16경기에 출장, 2골 1도움. ‘축구 천재’의 화려한 부활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성적표다. 김호 감독의 신뢰에도 불구, 그 또한 대전과의 재계약이 불투명하다.

해외파 가운데는 이 안쓰럽다. 여전히 프리미어리거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나 좀처럼 출장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헐시티와의 1라운드에서 시즌 1호포를 작렬, 지난 시즌 부진에서 탈출하는가 싶었으나 라운드가 거듭 될수록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웨스트브로미치(WBA)전 이후 13경기 연속 결장. 현재까지 리그 4경기에 출전, 1골을 기록한 게 전부다.
 
일각에선 심각하게 거취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매 경기를 결승처럼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도 요즘엔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한 ‘백전노장’ 설기현을 외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