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기획]대기업 회사원, 미인대회 출신...아나운서도 개성시대!
by김은구 기자
2008.01.29 17:09:48
| ▲ 이색 경력을 지닌 전현직 아나운서들. 한준호, 한성주, 이윤아, 김정근(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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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이색 경력을 지닌 아나운서들이 늘고 있다.
한창 화제가 된 미인대회 출신 아나운서만 있는 게 아니다. 지방 또는 라디오, 케이블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상파 TV 방송사에 신입으로 재입사하는 아나운서도 많고 아예 다른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업종전환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 신입사원 공채 아나운서 합격자들 중에는 MBC 양승은과 SBS 이윤아가 눈길을 끌었다.
양승은 아나운서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주류 CF모델, KBS 어린이 드라마 ‘화랑 전사 마루’에서는 연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윤아 아나운서는 2006년 미스 서울 출신으로 그해 미스코리아 본선에 도전했다. 미인대회 출신 아나운서는 계보(?)가 있을 정도로 이제 더 이상 특이한 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부터 한성주 전 SBS 아나운서, 서현진 MBC 아나운서, 김주희 SBS 아나운서가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의 계보를 이었다.
서현진과 손정은 아나운서는 부산 MBC에서 아나운서 생활을 하다 MBC에 신입으로 재입사를 한 것을 비롯해 지방 방송사 출신들은 더 많다.
또 김성주 전 MBC 아나운서는 케이블 방송사 스포츠캐스터 출신이며 지난해 MBC에 입사한 서인 아나운서는 CBS에서 1년여 간 아나운서로 일한 경험이 있다.
MBC의 한준호 아나운서는 증권거래소, 김정근 아나운서는 대기업에서 각각 근무하다 업종전환을 했다.
이색 경력을 지닌 아나운서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
지방 또는 라디오, 케이블 방송사 아나운서들은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심에 지상파 방송사로 재입사를 한다. 이들은 아나운서를 시작했으니 더 큰 무대에 대한 갈망도 당연할 터다.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아나운서로 이직을 하는 경우나 미인대회 출신 아나운서들이 늘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에 대해 한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는 “어려서부터 키워온 아나운서의 꿈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려서부터 동경해온 직업인 만큼 그 매력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미스코리아에 선발된 미녀들이 자연스럽게 연예계로 진출했으나 요즘은 아나운서로의 진출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직업을 가졌다가 아나운서로 업종전환을 하는 경우, 전 직장의 고액연봉을 포기하는 일도 있을 정도로 이들의 아나운서에 대한 ‘꿈’은 집념에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아무리 집념이 강하다고 해도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어려운 일. 다른 직업 종사자, 또는 지방 및 케이블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지상파 방송사 신입 입사는 방송사들이 신입사원 모집 요강에 연령제한을 철폐하면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색적인 이력이 지상파 방송사 신입 아나운서 입사에 ‘+α’의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 더구나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면접자에 대한 자료 없이 진행하는 면접)이 진행되기 때문에 면접자가 어떤 이력을 지녔는지 면접관들이 알지 못하는 방송사도 있다.
다만 아나운서는 ‘표준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미인대회 출신 또는 아나운서나 대중 앞에 서는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처음 면접을 보는 사람들보다 표현능력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게 한 방송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표현을 할 때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의 경우는 오히려 감점을 받기도 한다”며 이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인대회 출신의 아나운서는 어떤 점에서 유리하고 또 어떤 점에서 불리할까?
우선 미인대회 출신이라고 해서 방송사 아나운서 입사시험에서 무조건 유리한 점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인대회 입상자 가운데 많은 이들이 아나운서가 꿈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우선시 되는 것은 아나운서로서의 자질과 능력이다. 최근 아나운서 입사자들 가운데 미인대회 출신이 아직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미인대회 출신 아나운서는 등장과 동시에 매스컴과 대중의 집중 관심을 받는다.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KBS 아나운서로 입사했던 1992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의 장은영과 SBS 아나운서가 된 1994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한성주는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둘은 이전까지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던 미인대회와 방송국 아나운서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이런 화제성 덕분에 이들은 다른 동기들에 비해 비교적 빨리 자신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05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김주희 역시 2006년 SBS 아나운서로 입사해 여러 가지 화제를 만들었고 SBS를 대표하는 아나테이너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006년 미스코리아 서울 미 출신의 이윤아는 2007년 SBS 공채 아나운서에 합격해 최근 '생방송 TV 연예' 리포터로 다른 동기들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 MBC에는 2001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 중인 서현진 아나운서가 있다.
그러나 미인대회 출신 아나운서에게 미인대회 출신은 후광일 수 있지만 자신을 따라다니는 거추장스러운 꼬리표가 되기도 한다. 현재 프리랜서 MC로 활동하고 있는 한성주는 최근 한 케이블 방송에 출연해 “후배들 역시 많은 고민거리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결코 쉬운 길을 가고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아나운서 재직 당시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KBS2TV '8 뉴스타임'을 진행하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는 대학시절 미스유니버시티 한국대회 3위와 미스 유니버시티 세계대회 베스트 드레서상을 수상한 미인대회 출신이지만 미스 유니버시티 출신 이력을 입사 원서에 일부러 쓰지 않은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조 아나운서는 “미인대회 출신이 앵커가 되는 데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알리지 않았고, 대학시절 추억으로 참석했는데 사회생활에까지 그런 꼬리표가 계속 따라붙는 게 싫었다”고 밝혔다.
미인대회 출신 아나운서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방송국의 한 PD는 “방송국에서 아나운서에게 원하는 것은 미모보다는 기본적인 방송 진행 능력과 아나운서로서의 차별성이다”며 “미인대회 출신이라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 대한 편견으로 작용해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