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팅케이지 단골손님 된 클로이드, 그 이유는
by박은별 기자
2015.06.06 13:33:08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삼성 외국인 투수 클로이드는 게임에 나서지 않는 날, 훈련 중 자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배팅케이지를 방문하는 일이다. 그는 투수들 중 단연 배팅케이지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클로이드가 자신의 훈련이 끝나고 배팅케이지를 찾는 건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김한수 타격코치, 김성래 수석코치. 그외 해설위원들, 선수들과 배팅케이지 뒤에 서 있으며 타격 훈련을 열심히 지켜본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저 노마가 저기서 뭐하는 지 모르겠다. 가끔 펑고도 받고. 클로이드가 타자를 하고 싶어서 그런가보다”며 웃는다.
클로이드가 배팅케이지 뒤에 서 있는 이유는 있다. 선수들과 농담도 하고 장난을 치고 싶어서다. 특히 나바로가 클로이드의 주요 수다 상대다. 클로이드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나바로에게 장난도 치고 수다도 떨기 위해서 가 있다”고 말했다.
간혹 따로 수비 훈련도 한다. 2루 베이스근처에 굴러오는 공을 야수처럼 깔끔하게 처리한다. 주장 박석민이 수비 코치를 대신해 펑고를 쳐줄 때도 있다.
클로이드는 타자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도 하면 나바로처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나바로는 “절대 따라오지 못할 것이다”며 손사레를 치지만 클로이드는 중·고,대학교 때까지 투수는 물론 유격수와 1루까지 겸업해 본 적 있다고 했다. 타격이나 수비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있었다.
중요한 건 클로이드의 적응력과 친화력이다. 보통은 무뚝뚝한 외국인 선수들이 많고 그중 남미 출신 선수들은 꽤 활발한 편이지만 클로이드는 예상을 깨고(?) 무척 쾌활하다. 피가로는 낯도 가리고 진중한 스타일이지만 클로이드는 조금 반대다.
투수들 뿐만 아니라 야수들에게까지 그가 적극적으로 다가가 스킨십을 하는 편이다. 장난도 잘 치고 웃음도 많다. 그가 한국 생활에 제대로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은 나바로에 이은 ‘돌+아이2’라고 장난스럽게 그를 부를 정도다.
외국인 선수들의 친밀감을 위해 비슷한 출신들을 데려온다는 게 방침인 팀도 있지만 삼성은 클로이드 특유의 친화력 덕분에 그런 걱정은 던 셈이 됐다. 자신의 훈련이 끝난 뒤에도 배팅케이지에 가서 한참동안 나바로 등 타자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하는 게 그 증거다.
성격만 좋은 용병은 크게 환영받진 못한다. 클로이드가 동료들에게 더 인정받는 이유는 성적까지 뒷받침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시즌 6승, 평균자책점은 3.10로 삼성 선발들 중 제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3위의 기록이기도 하다. 퀄리티스타트도 11번 중 9번이나 했다. 이만하면 효자 용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