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서건창, 넥센 다운 방식으로 살아났다
by박은별 기자
2014.11.08 16:45:24
[목동=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넥센이 위기를 ‘넥센답게’ 이겨냈다.
넥센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과 경기에서 9-3으로 여유있게 승리했다. 3차전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 원점으로 돌렸다.
넥센답게 위기를 넘겨냈다. 시즌 때 그랬던 것처럼 부진한 선수에게는 과감하게 휴식을 줬고, 1회부터 공격적인 주루플레이와 결정적 홈런포로 5회 이전에 승기를 잡았다.
무엇보다 1회 서건창이 그라운드 분위기를 주도한 것이 컸다. 1회 첫 타석부터 마틴을 상대로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2루, 3루를 연이어 훔쳤다. 상대 배터리를 마음껏 흔들어놓았다. 상황은 1사 3루. 서건창은 유한준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손쉽게 선취득점을 올렸다.
올해 가을야구는 ‘선취점의 시리즈’라고도 불린다. 한국시리즈 3차전을 제외하고 11경기에서 선취점을 낸 팀이 10번을 이겼다. 양팀 선수들이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서건창의 1회 출루와 도루, 그리고 팀의 첫 득점이 중요했다는 의미다. 3차전 패배의 그림자를 지우기 충분했던 활약이기도 했다.
넥센과 플레이오프를 치른 LG의 가장 큰 전략 중 하나는 ‘서건창 완벽 봉쇄’였다. LG 투수들은 “서건창만 무조건 막으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서건창을 막으면 뒤에 홈런 타자들의 스윙도 커지기 마련이고 그래야 박병호, 강정호에게 홈런을 맞더라도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맞아도 1점 홈런, 더 맞아도 2점 홈런으로 막자는 계획이다”고 했다.
서건창을 막아야 점수 루트도 단조로워지고 박병호, 강정호와 상대하기 훨씬 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발투수든 중간투수든 어떻게든 서건창은 누상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삼성 역시 그러한 전략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서건창이 출루하고 그라운드를 휘저은 것이 이후 타선의 공격흐름까지 뒤바꿨다. 넥센전 성적이 좋지 않은 마틴은 서건창을 내보낸 후 불안해질 수 밖에 없었고 1회부터 박병호를 상대해야한다는 압박도 느꼈다. 이는 투수에겐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2사 후 박병호의 2루타와 수비 실책이 연이어 나온 탓에 1회부터 2점을 내줬다. 2회는 다 채우지도 못하고 사사구 2개만을 내준 채 강판됐다. 서건창은 2회 1사 1루서 볼넷을 골라내며 마틴을 괴롭혔다. 넥센의 공격흐름을 뚫어준 셈이었다. 이후 넥센은 삼성 두 번째 투수 배영수도 공략에 성공, 유한준의 2회 3점포, 이택근의 4회 투런포로 경기를 가져왔다.
사실 이번 시리즈서 12타수 1안타로 유독 부진한 서건창이었다. 상대의 집중 마크 앞에 속수무책 당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그런 서건창을 두고 “선수 본인은 오죽하겠는가.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을 것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편안하게 해주는 것 뿐이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염 감독은 시즌 때 그랬던 것처럼 서건창에게는 특별 휴식을 줬다. 한 템포 쉬어가라는 의미도 있고 낮경기로 치러지는 4차전은 선수들의 피로감이 클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염 감독은 서건창에게 필요한 것은 훈련보다도 휴식이라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서건창은 휴식의 효과를 단단히 본 셈이 됐다. 넥센이 위기를 ‘넥센답게’ 돌파한 장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