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승준 기자
2008.02.11 15:59:08
지난해 12월, 음반 발매 하루 만인 13일 온라인 음악 사이트 벅스 뮤직 차트 1위, 2008년 1월8일 엠넷닷컴 차트 1위, 13일 싸이월드 음악 차트 1위, 16일 네이버 뮤직차트 1위, 1월26일, 2월2일 MBC ‘쇼! 음악중심’ 2주간 연속 1위…. 솔로 앨범 '단추’의 타이틀곡 ‘보고 싶은 날엔’으로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박지헌에게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팬들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어둡고 딱딱한 이미지가 그것. 박지헌은 최근 이데일리SPN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이 좋게 말하면 나를 진중해 보인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나를 무겁게 봐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2007년 ‘쇼바이벌’ 출연 당시 V.O.S가 유독 방송에서 우는 모습을 많이 보였고, 다른 멤버에 비해 리더인 박지헌의 심각한 모습이 더욱 많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 서른인 박지헌에게는 10대 아이들 댄스 그룹 멤버가 아닌 이상, 날 선 카리스마 보단 팬들과 편안하게 음악을 공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박지헌에겐 자신의 무거운 이미지가 팬들과의 소통에 자칫 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지헌은 이렇게 팬들에게 자신이 무겁게 비춰지는 이유를 자신의 닫힌 마음에서 찾기도 했다. 그리고 그 돌파구를 선배 가수 윤종신에게서 찾았다. 박지헌은 “언젠가 방송에서 누군가 윤종신에게 자신의 좌우명이 뭐냐고 물었는데 윤종신 선배가 '나를 놔줬더니 사람들이 그때서야 나를 봐주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참 인상 깊었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윤종신은 한 방송에서 군 입대 하기 전 20대 시절에는 015B ‘텅빈 거리에서’처럼 미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군에 다녀와서 무려 목소리의 네 키가 내려가 내가 정말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팬들과 점점 멀어지는가 싶었는데 남에게 곡도 써주고 오락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윤종신은 이래야 한다’는 집착을 놔버리고 사람들에게 나를 열어 보이니 그제서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더라는 것이 당시 윤종신이 꺼낸 말의 요지였다. 박지헌은 이에 “사람들이 나를 볼 때 자신들의 생활 반경과는 동떨어진 ‘스타’가 아닌 자신들처럼 역경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보통 사람’으로 보는 인식이 큰 만큼 내 안의 집착과 강박 관념을 버리고 좀 더 편하게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소박한 바람을 내보이기도 했다. |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째째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 박지헌이 자신의 불후의 명곡으로 꼽은 것은 전인권의 ‘사노라면’이었다. 박지헌과의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소속사 관계자는 "지헌이가 이 노래를 콘서트에서 부를 때면 너무 구슬퍼 슬프기까지 하다"고 박지헌과 노래의 궁합을 설명했다. 이 노래엔 대체 어떤 사연이 녹아 있길래 박지헌은 자신의 삶을 대표하는 노래로 ‘사노라면’을 꼽은 걸까. 박지헌, 그의 나이 이제 만 서른이다. 가수치곤 뒤늦게 빛을 본 케이스이기도 하지만 2004년 데뷔해 2007년 MBC ‘쇼바이벌’을 통해 주목 받기까지 박지헌의 인생은 역경의 연속이었다. 박지헌은 집에서 가수 데뷔를 반대하던 시절 보다 오히려 2004년 가수 데뷔 후가 더 힘들었다고 어려웠던 지난 과거를 털어왔다. 박지헌은 지난 2004년 소속사와 계약을 맺으며 대전에 살던 부모님을 서울로 모셔왔다. 데뷔만 하면 금전적인 모든 것들이 다 해결될 줄 알았던 박지헌은 부모님이 하시던 일도 그만두게 하게 무작정 상경을 강행했다. 그러나 박지헌은 데뷔 후 큰 빛을 보지 못하고 급기야 아버지까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그는 가장으로서 한 집안을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게 됐다. 박지헌은 집안의 생계를 위해 “다른 가수 보컬 트레이닝은 물론 일비 3만5천원의 결혼식 축가 행사도 뛰는 등 소속사 계약조건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생계를 위해 웬만한 일은 다 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지헌은 “이렇게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당구장 부업도 했는데 결국 2000만원 정도 손해만 보고 문을 닫아야 했다”고 당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합정동에 있는 14평 월셋방에서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는 박지헌은 월세도 제 때 내지 못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며 “월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집에 들어갈 면목이 없어 PC방을 전전하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V.O.S 앨범이 호평을 받고 솔로 앨범이 기지개를 펴면서 박지헌의 앞날에도 차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월세 걱정은 벗었다”는 박지헌은 “무엇보다 부모님이 예전처럼 마음 조리지 않고 내 가수 활동을 편안하게 지켜보실 수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고 수줍게 웃어 보였다. 박지헌은 또 “내가 어려울 때는 동생도 일이 잘 안풀리더니 내 일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니 동생 일도 잘 풀린다”며 편안한 웃음을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