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장근석 "5년 만의 복귀, 연기 레슨 받으며 호흡 다시 배워" [인터뷰]①

by김보영 기자
2023.04.04 12:47:23

"'미끼'로 로맨틱 코미디 이미지 깨부숴, 용기 얻었다"
"연기 레슨 받다 펑펑 울기도…첫 촬영 끝나고 카타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미끼’를 하고난 뒤 제가 받는 대본들의 장르가 굉장히 다양해졌어요. 이를 통해 그동안의 틀을 내가 어느 정도는 깨부쉈구나 생각했죠.”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감독 김홍선)로 5년 만에 복귀한 배우 장근석이 “‘미끼’가 배우이자 인간 장근석의 겁을 없애주고 용기를 심어준 작품”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장근석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미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미끼’는 8년 전 죽은 역대 최악의 사기꾼이 연쇄 살인 용의자로 지목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앞서 지난 1월 파트1을 공개한 후, 오는 7일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있다. ‘미끼’ 파트1은 전세걔 186개국에 공개된 후 해외 평점 9.4점, 쿠팡플레이 인기작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미끼’는 ‘아시아 프린스’란 수식어를 보유한 원조 한류스타 장근석이 군 복무 및 휴식 등 공백기를 거쳐 5년 만에 복귀한 작품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간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드러내왔던 장근석이 도전한 장르물로, 첫 OTT 진출작이다. 특히 장근석은 ‘미끼’에서 장르는 물론, 이미지에서도 역대급 변신을 시도했다. 꽃미남의 이미지를 벗고 수염을 길러 거친 남자의 모습을 표현했다.

장근석은 파트1이 호평 속에서 마무리된 소감을 묻자 “결과물에 대한 만족이라기보단 성취감이 더 컸다”며 “무엇보다 팀워크가 정말 좋았다. 지금까지 촬영한 작품들 중 가장 팀워크가 좋았던 작품”이라고 뿌듯함을 전했다.

이어 “5년 만의 컴백이다보니 제 스스로도 내 모습이 많이 긴장되어보이고 딱딱해보이진 않을까 고민했다”며 “다행히 다른 배우들이 잘 끌어주셔서 극에 원활히 녹아들 수 있었다”고 함께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장근석은 ‘미끼’에서 주인공 구도한 역을 맡았다. 구도한은 재벌 기업 전문 잘나가던 변호사였지만, 여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살인사건들만 파헤치는 형사가 된 인물이다. 동생의 죽음에 얽힌 서사 등 숨겨둔 과거사가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아역스타로 6세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31년차를 맞은 배우 장근석. 웬만한 중견 배우들을 압도하는 연차의 베테랑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 준비를 위해 연기 레슨을 받았다고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장근석은 “그 전에 오랫동안 쉬다보니 감정 등이 굳어있는 상태였다. 연기 레슨을 받으며 촬영을 준비했다”며 “그렇게 준비해 임했던 첫 촬영 당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테이크가 오케이 사인을 받았을 때의 희열감을 잊지 못한다. ‘이래서 내가 배우를 하는구나’, 스스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회상했다.

연기 레슨을 받은 이유를 묻자 장근석은 “사실 주변에서도 의아해했다”면서도 “그런데 운전을 10년 이상 한 사람들도 1년을 쉬면 몸이 굳고 헷갈리는 부분이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그는 “물론 5년을 쉬었어도 오랜 시간 연차를 쌓으면,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세포를 어느정도 간직하고 있다. 다만 그 세포를 다시 몸밖에 꺼내 원활히 표현할 수 있게 훈련을 거친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일종의 스트레칭 작업이었다. 호흡법부터 하나하나 다 레슨을 받았다. 대하교 때 생각도 나고, 아역 때 생각도 나더라. 적당한 긴장감을 느꼈고, 이를 통해 겸손해지는 느낌을 받았던 뜻깊은 시간”이라고 떠올렸다.



켜켜이 쌓은 인생의 감정들을 꺼내는 작업이었다고도 털어놨다. 장근석은 “레슨을 받고 메마른 감정들을 하나하나 일깨우다 보니 어느 순간 서럽게 울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며 “그리고 자신감이 생겼다. 메마른 감정에 물을 주는 기분이더라”고 설명했다.

구도한 캐릭터를 구축해나간 과정도 밝혔다. 그는 “배우는 자신의 삶과 완전히 반대편에 놓인 캐릭터라도 표현해내야 한다. 도한은 그런 캐릭터였다”며 “캐릭터를 위해 수염을 기르는 것도 감독님과 사전에 여러 논의를 거쳐 탄생한 설정”이라고 말했다.

또 “처음엔 제 자신도 ‘수염이 어색하진 않을까’ 의심을 가졌다”면서도, “다만 그 모든 설정이 명분을 가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표현력이더라”고 강조했다.

다만 단순히 변신한 모습을 보이고자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아니었다고도 부연했다. 장근석은 “처음부터 변신을 노린 건 아니다. ‘미끼’의 스토리 자체에 매력을 느꼈던 게 크다”고 설명했다.

다소 어두운 캐릭터의 성격, 특성에 설득을 부여하고 서사를 이해시키기 위해 많은 공을 기울였다고. 장근석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만 보면 구도한의 배경, 서사가 부족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다. 사실은 처음 나왔던 ‘미끼’의 대본은 지금보다 더 드라이한 편이었다”며 “다만 시청자들이 캐릭터의 성격을 이해하고 극에 몰입할 수 있게 장면 장면에 숨겨둔 디테일들이 있다. 그런 장면 속 단서와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표현해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끼’가 그런 점에서 친절한 작품은 아니지만, 숨겨둔 장치들을 시청자들이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파트1에서 구도한을 비롯한 각 인물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파트2를 기점으로 박진감 넘치게 바뀐다. 구도한을 둘러싼 수수께끼들이 파트2에선 명확히 해소될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표현이 자유로운 OTT의 세계에 매력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장근석은 “표현의 세계가 제한적이지 않아 큰 매력을 느꼈다”며 “표현의 제한으로 인해 정화된 느낌으로 작품이 나왔다면 ‘미끼’ 본연의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끼’가 쿠팡플레이란 OTT와 합이 잘맞았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끼’를 향한 전세계적 호평, 높은 평점을 확인하며 뿌듯함을 느꼈다고도 말했다. 장근석은 “그런 피드백들이 정말 많은 힘을 준다”며 “5년간 고민해 내린 나의 선택이 잘못된 게 아니었구나 스스로도 안도했다”고 털어놨다.

다음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자신의 틀을 깨부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장근석은 “‘미끼’를 통해 ‘다음 작품도 로맨스 코미디가 되지 않겠어?’란 대중의 예상을 깨부수는데 성공했다. 다음 작품을 통해 또 다른 저의 틀을 깨부숴보고 싶다”며 “물론 그 방향이 어떤 식이 될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미끼’를 통해 용기를 얻었으니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