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송지훈 기자
2008.12.30 10:16:23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홈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발렌시아와의 프리메라리가 16라운드 경기(1-0승) 이후 보름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즐기고 있다. 1월4일 안방에서 열리는 비야레알과의 다음 경기까지 아직도 일주일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간 쉼 없이 달려 온 선수들 입장에서는 체력을 보충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하지만 망중한에 빠진 레알 군단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라앉아 있다. 디펜딩챔피언이자 리그 3연패에 도전 중인 강자이면서도 자중지란에 빠져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수비라인에서부터 최전방에 이르기까지 부상 폭풍이 휘몰아치며 전반기 내내 선발진 구성에 애를 먹었는데, 특히나 연말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시즌 아웃이 확정된 R.반 니스텔루이를 비롯해 A.로번, G.이과인(이상 FW), R.델 라 레드, M.디아라, W.스네이데르(이상 MF), G.에인세, F.칸나바로, 페페(이상 DF) 등이 돌아가며 스쿼드에서 이탈해 구단 관계자들을 한숨짓게 만들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 속에서 성적 또한 실망스런 수준에 머물렀다. 16라운드 현재 레알 마드리드는 9승2무5패(34골25실점)를 기록, 승점29점에 그치며 리그 5위에 간신히 턱걸이한 상태다.
특히나 채 반환점을 돌지도 않은 상황에서 5패를 일찌감치 허용한 건 우려스럽기 그지 없는 부분이다. 2000-2001시즌 이후 라 리가서 우승한 클럽들은 한 시즌 평균 5.9패를 허용하며 정상을 밟았다. 이러한 공식이 올 시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가정하면 레알이 염원하는 리그 3연패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머지 일정을 1패 이내로 틀어막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전반기 16경기서 단 1패만을 허용한 수위 바르셀로나의 상승세가 후반기 들어 주춤한다는 가정까지 보태야만 성립되는 시나리오다. 최근 로번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레알이 남은 경기서 전승을 거두면 우승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한 건 동료들의 분발을 촉구하기 위한 멘트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정상을 밟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베른트 슈스터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거머쥔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거함을 이끌어갈지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라모스 감독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클럽 토트넘 핫스퍼에서 중도에 경질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지만 스페인 무대에서는 발군의 지도력을 과시하며 여전히 명장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특히 세비야에 몸담고 있던 2006년 ‘역습’과 ‘압박’ 이라는 2가지 무기를 활용해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이뤄낸 건 지도자 이력을 통틀어 최고의 발자취로 평가받는다. 대다수의 현지 전문가들은 라모스 감독에 대해 “야망이 클 뿐만 아니라 탁월한 리더십에 전술적인 역량까지 두루 갖췄다는 점에서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레알 군단을 통솔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며 긍정적인 평을 내놓고 있다.
올 시즌 종료시점까지로 계약 기간을 한정한 점, 최근 5년 간 무려 8명의 감독을 갈아치울 정도로 레알 구단 경영진의 변덕이 심한 점 등은 신임 사령탑에게 부담스런 부분이지만 “특유의 적극적인 지도방식이 녹아들 경우 잔뜩 가라앉은 팀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 의견도 적잖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서 제니트에 3-0의 완승을 거둔 것이나 라 리가 무대에서 강호 발렌시아에 1-0으로 승리한 건 지구방위대 재도약의 불씨를 되살리는 소중한 흔적들이기도 하다.
이에 발맞춰 ‘슈스터호’에서 ‘라모스호’로 팀 컬러를 바꾸기 위한 구단 측의 지원 또한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허리지역의 볼 점유율을 높여 주도권을 장악하는 감독 특유의 전술적 특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중앙MF L.디아라를 영입하며 중원을 보강하는 한편 최전방 스트라이커 K-J.훈텔라르를 데려와 타깃형 스트라이커로 활용할 채비를 갖췄다. 뿐만 아니라 측면 공격을 중시하는 지도자의 스타일을 살려주기 위해 A.영, 페넌트, A.레논 등 EPL 시절 라모스 감독이 눈여겨 봐 둔 수준급 날개자원들과도 꾸준히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이는 자국리그에서의 선두 재탈환뿐만 아니라 UEFA챔피언스리그까지 염두에 둔 선택이기도 하다. 참고로 레알 군단은 지난 19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선 토너먼트 조 추첨 결과 ‘서바이벌 매치의 강자’ 리버풀과 맞붙게 돼 전력 보강과 팀 분위기 쇄신이 절실하다. ‘스페인 최고’를 자부하는 명문 구단답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리그’와 ‘챔스’의 두 마리 토끼에 모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올 겨울 들어 흥미로운 이슈를 꾸준히 생산하며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켜 온 레알마드리드의 부활 몸부림은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까. 라모스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던 토트넘 시절의 굴욕을 만회해 다시금 유럽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라설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점찍어 둔 스타급 플레이어들을 모두 영입해 새로운 팀 컬러를 확립할 수 있을까. 겨울 이적 시장을 맞아 유럽축구계는 ‘거듭난 레알’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