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중계 결산③]올림픽 통해 '뜨고 진' 스타 해설가, 캐스터는?
by양승준 기자
2008.08.25 13:06:06
| ▲ 허구연 임오경 이원희 최승돈 심권호 배기완(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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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24일 2008 베이징 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올림픽 장외전이라 불리는 방송사의 중계 경쟁도 막을 내렸다.
지상파 방송 3사 KBS MBC SBS는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올림픽 스타 해설가와 자사의 유명 아나운서를 내세워 시청자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각 방송사가 준비한 올림픽 중계 비밀 병기에 대한 시청자들은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올림픽 중계를 통해 부각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낮은 성적표를 받아쥔 이들도 있다.
올림픽 중계로 뜨고 진 해설자와 캐스터를 살펴봤다.
“고마워요 사토”
22일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인 한국과 일본의경기 8회에 일본 좌익수 사토 타카히코가 고영민의 플라이볼을 놓치자 MBC 허구연 해설위원이 방송서 한 말이다. 허 위원은 한국과 대만 전 후 아나운서와 나운 사적인 대화가 방송을 타는 아찔한 사고로 홍역을 치르기는 했지만 재치있는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인터넷에서는 '독도를 넘어 대마도까지 날아간 홈런' 등의 허 위원의 해설이 ‘어록’으로 떠돌고 있는 상태다.
허 위원은 무엇보다 연륜에서 비롯된 전문 지식과 선수들의 개인사까지 아우루는 풍부한 해설로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 잡았다. 허 위원은 한국과 쿠바의 결승전에서 투병 중인 아내를 두고 올림픽 출전 여부까지 고심한 김동주의 고군분투에 연방 격려를 보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우생순’의 주인공 임오경도 감동의 해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임오경 MBC 핸드볼 해설 위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해설에 대한 불만이라면 모두 받아들이겠지만 고생 끝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절대 참지 못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여자 핸드볼 대표팀에 대한 애착이 컸다.
임 위원은 풍부한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 흐름을 관통하는 전문적 해설, 선수들과 현장에서 같이 호흡하는 듯한 생생한 중계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헝가리를 꺾고 동메달을 확정지은 순간 임 위원은 “핸드볼 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소외 스포츠인 핸드볼에 열광해주신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해설자 이기에 앞서 핸드볼인의 한 사람으로서의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방송 중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며 울먹였던 임오경 위원의 해설은 자칫 감정적 해설로 비춰져 시청자들의 불만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네티즌들은 “임 위원의 해설로 경기가 더 감동적이었다”며 그의 해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중론을 이루었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의 생동감과 전문성이 살아 있는 유도 해설도 시청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원희 KBS 유도해설 위원은 선수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올림픽에 뛰고 있는 선수들이 위기의 순간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또 그 난관을 어떻게 풀어야할지를 비교적 차분하게 잘 풀어 중계의 맛을 살렸다. 또 부상으로 결승전에서 13초 만에 패한 왕기춘 선수에게는 그간 왕 선수가 선수촌에서 훈련해왔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패배로 침통해 있는 선수를 위로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최승돈 KBS 아나운서와 강재형 MBC 아나운서는 비교적 차분함을 잃지 않는 중계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오랜 기간 구기 종목 중계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최 아나운서는 여자 핸드볼 상대 선수의 경기 스타일까지 설명해주는 전문 지식을 뽐냈다. 남현희 선수의 펜싱 경기 중계를 맡은 강 아나운서도 남 선수의 선전에 흥분을 감추지 목한 다른 방송사의 아나운서와는 달리 중계의 완급을 조절하며 경기 상황의 문제점 등을 집어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파문을 일으켜 한동안 방송에 나서지 못했던 임경진 MBC 아나운서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성공적인 복귀를 했다. 임경진 아나운서는 임오경 해설위원화 한국 대 헝가리의 여자 핸드볼 동메달 결정전 중계에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울리는 중계를 하기도 했다.
특유의 넉살로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심권호 SBS 레슬링 해설 위원은 이번 올림픽 중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해설자 중 한 명이다. "심판이 못 볼 때는 반칙해도 괜찮다"는 유머러스함으로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부터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까지 수많은 어록을 남긴 심 위원은이번 올림픽에서 막말 방송으로 추락의 길을 걸었다.
심 위원은 그레코로만형 55㎏급 박은철과 60㎏급 정지현의 경기를 해설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야", "바보야" 등 지나친 반말과 고성을 쏟아 내시청자들의 반감을 샀다.
이날 심 위원의 해설을 지켜 본 시청자들은 SBS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백번 양보해 후배라서 반말 중계를 했다고 쳐도 방송에서 '아이씨' 같은 말을 하는 것은 너무 하지 않나?", "방송 보면서 화난 적은 처음이다" 등의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
김봉조 SBS 수영 해설 위원도 방송 내내 흥분만 하고 해설이나 분석은 없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위원은 박태환의 2008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승 중계 해설에서 "태환아!"를 연발하며 제자인 박태환의 응원에만 그치는 해설로 시청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이날 중계가 너무 흥분해서 말도 더듬고 해설이 하나도 없다며 일본판 중계 방송을 찾는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벌어지기도 했다.
수영 경기를 중계한 배기완 SBS 아나운서도 극도의 감정적 진행으로 인한 시청자들의 뭇매를 피할 수 없었다. 배 아나운서의 중계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아~”라는 고성을 질러가며 경기 중계 보다는 응원에 치우쳤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선수 출신 해설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 사용은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또 좋은 경기 결과에 같은 운동 선수 출신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정이 벅차올라 방송 도중 감정의 균형을 잠시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림픽 중계는 다양한 연령층과 전국민이 함께 보는 방송인 만큼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방송에 대한 책임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