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픈워터, 매직으로 'KOR' 쓴 수영모 쓰고 출전 망신

by이석무 기자
2019.07.16 11:33:26

지난 13일 여수 엑스포 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오픈워터수영 남자 5km 경기에서 매직으로 ‘KOR’이라고 쓴 수영모를 쓴 백승호가 역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참가한 한국 남자 오픈워터 대표팀 선수들이 국가명을 매직으로 쓴 수영모를 쓰고 대회에 참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한수영연맹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 오픈워터 국가대표인 백승호(29·오산시청)와 조재후(20·한국체대)는 지난 13일 전남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오픈워터 남자 5㎞ 경기에서 경기 전 대회 운영측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규정에 어긋난 수영모를 썼다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이 쓴 수영모에는 ‘KOR’이라는 글자와 힘께 태극기가 그려져있었다. FINA 규정에 따르면 오픈워터 종목에는 국가명만 적힌 수영모를 써야 한다. 그런데 이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수영연맹이 잘못된 수영모를 선수들에게 지급한 것이었다.

다행히 코치들이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 경기 시작 30분 전 아무런 글자가 없는 수영모를 퀵서비스를 통해 받았다. 이어 선수가 직접 자원봉사자에게 매직을 빌려 ‘KOR’이라는 글자를 그린 뒤에야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그나마 급하게 구한 수영모는 머리에 맞지 않아 흘러내렸다. 선수들은 한 손으로 수영모를 잡고 수영을 하는 악조건 속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연맹의 어설픈 준비와 안일한 태도가 빚은 참사나 다름없었다.

아무리 수영이 비인기종목이고 오픈워터 출전 경험이 없다고는 하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참사였다.

백승호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황당해 아무런 생각도 안 났다”며 “첫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기회가 날아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영모가 계속 머리에서 벗겨져서 매우 아쉬웠다”고도 밝혔다.

첫 날 호되게 당한 오픈워터 대표팀은 14일 경기부터 제대로 된 수영모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