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회복한 신태용 감독, 이제부터 진짜 월드컵 준비
by이석무 기자
2017.11.15 14:27:06
| 14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세르비아의 경기.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면서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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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벼랑 끝에 몰렸던 신태용호가 콜롬비아-세르비아와이 평가전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기사회생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제압한데 이어 14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동유럽의 복병’ 세르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홈 평가전이기는 하지만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가는 남미와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경기력 논란으로 쏟아졌던 비난의 화살을 어느 정도는 지우기에 충분했다.
▲수렁 벗어난 신태용 감독, 월드컵 본선 준비 본격화
신태용 감독은 이번 평가전 직전까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기고 ‘소방수’로 투입됐돼 간신히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에게 쏟아진 것은 축하가 아니라 비판과 우려였다.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무득점 무승부라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공격과 수비 모두 불안했다. ‘강제 월드컵 진출’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이 “한국 축구에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히딩크를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는 일부 축구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치른 유럽 원정에서 러시아와 모로코에게 참패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신태용 감독에게 붙은 물음표는 점점 커져만 갔다. 신태용 감독 본인도 “이대로라면 ‘월드컵에 왜 나갔느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 2연전을 통해 신태용 감독의 표정과 말투는 확 바뀌었다. 한 두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면 안되지만 적어도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의 높아진 자신감에는 새로 가세한 스페인 출신 코칭스태프의 존재도 한 몫한다.
대한축구협회가 영입한 스페인 출신의 토니 그란데 기술 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전에서 고요한(서울)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워 상대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꽁꽁 묶은 것도 그란데 코치의 작품이다. 세르비아전에서도 맞춤형 전략을 조언하는 등 달라진 대표팀 경기력의 숨은 공신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한 경기를 준비하는데 급급했던 신태용 감독은 이제 길게 바라보고 월드컵 본선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다음달 열리는 동아시안컵부터 본격적인 ‘신태용 축구’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실험은 끝났다...이제부터는 옥석가리기
지난 두 차례의 평가전에 출전한 선수들은 사실상 월드컵 예비멤버였다. 특히 선발 출전한 선수를 보면 월드컵 본선의 주전 구상을 대강 엿볼 수 있다.
일단 ‘에이스’ 손흥민(토트넘)과 ‘캡틴’ 기성용(스완지시티)은 이번 평가전에서도 절대 없어서는 안될 팀의 기둥임을 확실히 증명했다. 올림픽 대표팀 시절부터 ‘신태용호의 황태자’로 불리는 권창훈(디종)과 K리그 클래식 MVP 후보인 이재성(전북)도 2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신태용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수비에선 중앙 수비수 장현수(FC도쿄)와 권경원(텐진)이 안정감을 보였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 최철순(전북)도 투지넘치는 플레이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들 3명도 지난 평가전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과 최전방에서 짝을 이룰 공격수 파트너와 최후방 수비수는 여전히 변수가 있다.
지난 평가전 2연전에선 이근호(강원), 이정협(부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손흥민과 짝을 이뤘다. 이 가운데 이근호가 왕성한 활동력을 앞세워 가장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근호도 안심할 수 없다. 이번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은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복귀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허벅지 부상으로 이번 소집에 합류하지 못한 황희찬은 올림픽 대표 시절부터 신태용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최전방 자리를 놓고 이근호와 황희찬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 수비수는 김민재(전북)가 복귀하면 경쟁 구도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벡전에서 좋은 수비를 보인 김민재는 현재 왼쪽 무릎 연골판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내년 3월 평가전 때 대표팀에 복귀하면 수비라인 한 축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 김진수(전북)와 김민우(수원)이 경쟁하는 왼쪽 풀백과 기성용의 짝이 확실치 않은 중앙 미드필더 자리도 주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