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등, 진짜 원동력은 '테이블세터+1'

by정철우 기자
2013.06.10 11:31:54

삼성 분위기 반전을 이끈 김상수, 배영섭, 박한이(왼쪽부터). 사진=삼성라이온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삼성이 두산과 주말 3연전을 싹쓸이 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주초, 넥센 3연전서 1무2패로 주춤했지만 곧바로 승수 쌓기에 성공, 2경기 차로 벌어졌던 승차를 ‘0’으로 돌려 놓았다.

이틀 연속 끝내기 홈런을 치며 넘어가는 듯 했던 흐름을 끌어온 것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그러나 삼성의 힘을 기적 같은 한방에서만 찾아선 안된다. 중심 타선의 6월 타율이 1할7푼6리에 불과할 만큼 폭발력이 떨어졌지만 흔들림 없이 팀을 지켜 낸 또 다른 힘이 있었다. 9번부터 1번을 지나 2번타자까지 이어진 테이블 세터진의 활약이 그것이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테이블 세터(1,2번 타자)+1(9번 타자)’의 집중력이다.<표 참조>

자료제공=베이스볼S(박종현)
삼성의 ‘테이블 세터+1’은 6월 들어 매우 인상적인 수치를 기록중이다. 1번 타자로 주로 나선 배영섭과 정형식은 무려 3할8푼5리의 타율과 5할4푼3리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경기의 단초를 풀어갈 수 있는 힘을 제공한 셈이다.

9번과 2번에서도 김상수+정형식, 여기에 부상 복귀 전의 페이스를 찾아 가고 있는 박한이의 활약이 더해지며 중심 타선의 부진을 만회해 주었다.

상대 투수 유형에 따라 타순이 자주 바뀌었음에도 모든 선수들이 어떤 자리에서건 꾸준하게 제 몫을 해줬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다. 자리가 주어지면 그 상황에 맞게 자신의 역할을 해냈음을 뜻한다.



박한이는 8일, 극적인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이며 김상수는 9일 대구 두산전서 7회 결승 3루타를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배영섭은 6월 타율이 무려 4할1푼2리나 된다.

5월 들어 크게 부진했던 배영섭, 시즌 초,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김상수, 부상으로 한동안 팀을 떠나야 했던 박한이의 컨디션이 꼭 필요한 순간,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 잠시 주춤했던 팀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테이블 세터의 안정적 활약에 톱 타자 같은 9번 타자가 더해진 팀은 득점 루트의 다변화 측면에서 큰 힘을 얻게 된다. 9번 타자가 7,8번이 만든 많지 않은 찬스를 살려 줄 수 있고, 안타 확률이 높은 테이블 세터에 해결사 기회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KIA는 정성훈(이하 타율 .312)-이종범(.293)-김종국(.287)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1’라인업이 맹활약 하며 다소 부족했던 중심 타선의 폭발력을 만회해준 바 있다. 당시 KIA의 팀 홈런은 120개로 6위에 불과했지만 득점은 643개로 3위였다.

장기 레이스에선 언제든 어느 곳에서건 빈 자리가 생기거나 나쁜 흐름으로 빠질 수 있다.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팀 순위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중심 타선의 부진으로 주춤했던 삼성이 작지만 굵은 확약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건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