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2008 K리그 화두, '공격축구'에서 '페어플레이'로

by김삼우 기자
2008.03.03 17:40:34

13개 구단 사령탑, 3일 기자회견서 출사표 던져

▲ 3일 열린 K리그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팀 감독들이 올시즌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재미있는 공격축구에서 페어플레이 정신 회복으로’

2008 K 리그 화두가 달라졌다. 지난 시즌에는 ‘재미있는 축구’ ‘공격 축구’가 그것이었다면 올해는 ‘페어플레이’다.

K리그 13개 구단 사령탑(광주 상무 불참)이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공식 기자 회견을 갖고 2008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오는 8일 지난 해 챔피언 포항과 FA컵 우승팀 전남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9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가는 2008 시즌을 앞두고 13개 구단 감독들은 제각각 시즌 운영 계획과 목표, 그리고 각오를 밝혔다.

각 팀의 처지에 따라 감독들의 이야기는 달랐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도 지난 해와 비교해 귀담아 들을 대목도 있었다. 13개 구단 사령탑의 2008 시즌 출사표의 특징을 살펴본다.


지난 시즌까지 K리그 감독들은 이구동성으로 ‘공격축구’를 다짐했다. ‘팬을 위한, 그리고 팬을 그라운드로 부르기 위한 축구’에는 ‘공격 축구’가 제격이라는 인식이 바탕이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성적’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운명 탓에 ‘공격축구’ 구호는 퇴색하기 일쑤였다.

이번 시즌 감독들이 던진 화두는 변했다. 여전히 팬들을 위한 ‘재미있는. 또는 화끈한 축구’를 다짐했지만 ‘페어플레이 정신 회복’을 강조하는 지도자가 많았고 아예 ‘지지 않는 축구’를 이야기한 감독도 있었다.



특히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지난 해 실추된 우리의 페어플레이를 복구시키는데 목표를 두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지난 해 9월 22일 수원과의 K리그 최종전에서는 선수들끼리 침을 뱉고 중계 카메라를 향해 욕설을 한 일로 전재호가 벌금 500만원의 징계를 받은데 이어 10월 3일 전남과의 FA컵 4강전에서 방승환이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지는 추태로 출장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는 등 소속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을 의식한 각오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단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난 시즌 K리그 그라운드는 각종 추태가 이어져 심각한 문제점을 던졌다. 이 때문인지 지난 해 ‘공격 축구’ 주창자였던 세뇰 귀네슈 FC 서울 감독도 ‘페어플레이’로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 것을 비롯, 수원 삼성의 차범근, 부산의 황선홍 등 대부분의 감독들이 페어플레이를 다짐했다.

최근 K리그도 구단별 목표가 구체화하고 있다. 너나없이 ‘우승’을 이야기하기보다 그들의 형편에 맞춰 우승에서부터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중위권 유지’ 등을 목표로 상정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해 우승팀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부터 수원, FC 서울, 울산 현대 등 전통의 강호를 이끄는 감독들은 내놓고 우승을 말하거나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을 한 반면, 전남 경남 대전 제주 인천 등을 지휘하는 감독들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 또는 중위권’을 목표로 했다.
 
더 나아가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단지 우승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K리그 최다득점과 최소 실점 달성’, 장외룡 감독은 ‘평균 관중 5000명 늘리기 도전’ 등의 이색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또 새내기 사령탑 황선홍 부산 감독은 “그라운드에서는 절대 지고 싶지 않다”는 투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우승을 지향하는 팀은 모든 팀을 이겨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다른 팀들을 모두 이기고 싶은 건 지도자들의 똑 같은 마음이다. 이날 대부분의 감독들도 특정 팀을 겨냥하기보다는 “모든 경기를 이기고 싶다”(귀네슈 감독), “13개 팀을 상대로 모두 이기고 싶고 이겨야 한다”( 파리아스 포항 감독) “13개 구단에게 모두 한번씩은 이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장외룡 감독)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유는 여러가지겠으나 감독 입장에서 반드시 이기고 싶은 팀도 있다. 라이벌 의식에서 비롯된 것 일 수 있고, 과거의 악연 때문일 수도 있다.

황선홍 감독과, 조광래 경남 감독은 반드시 이기고 싶은 팀으로 포항을 지목했다. 악감정 때문이 아니라 지난 해 우승팀을 이기고 싶다는 강한 투지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해 높이 평가됐던 ‘파리아스 감독 매직’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포항을 기필코 이기겠다”고 밝혔고, 조광래 경남 감독도 “포항이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모든 팀을 이기고 우승하는 것을 보고 꼭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백전노장’ 김호 대전 감독은 성남을 필승 상대로 꼽았다. 김 감독은“기록을 보면 대전이 성남에 잘 이기지 못했다”며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대구의 변병주 감독 역시 “지난 시즌 수원과 성남을 한번도 못 이겨 꼭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덧붙여 “선수 시절 룸메이트이자 방장이었던 조광래 감독이 그때 심부름을 많이 시켜 이번에는 조 감독을 이겨 심부름값을 치르게 하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진=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