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 박스오피스 조작 의혹 벗었다…"영진위·경찰 진심어린 사과해야"

by김보영 기자
2025.03.12 13:54:52

'그대가 조국' 등 순위 조작 의혹, 검찰 무혐의 처분
영화인연대 "영화계에 대한 무책임한 정치적 공격"
"결과 환영…관계자들 명예·표현의 자유 등 회복되길"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국내 영화 배급사 등이 관객수를 부풀려 박스오피스 순위를 조작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벗고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의혹을 벗은 영화인들은 이에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와 경찰 측에 사과를 요구하며 쓴소리를 냈다.

(사진=뉴스1)
영화계 20여개 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영화인연대) 측은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송치된 영화인 전원의 혐의없음 처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발표했다. 영화인연대는 “일부 언론과 정치권 등이 제기한 영화계의 ‘관객 수 부풀리기’ 의혹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며 “우리는 이 결과를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6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대가 조국’ 등 일부 영화들의 박스오피스 순위 조작 의혹을 대대적으로 수사한 바 있다. 경찰 측은 당시 국내 영화관 3사와 24개 배급사 관계자 70여명이 관객수를 허위로 부풀려 영진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 서울서부지검 측은 지난달 26일부로 관계자 전원의 ‘혐의없음’ 처분을 결정했다.

영화인연대는 “일부 영화 관계자가 영진위의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업무를 방해했다는 경찰조사 결과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의 일부 조항을 곡해한 것이었다. 그 결과 많은 배급사와 영화관이 시장 질서를 교란했다는 오명을 썼다”고 처분과 관련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된 영화 중 ‘그대가 조국’은 일부 정치권과 언론으로부터 관객 수를 허위로 부풀린 대표적인 영화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그대가 조국’에 대한 의혹과 수사는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치적 의도가 결합한 부당한 것이었다”라고 부연했다.

크라우드펀딩은 해외에서도 자주 활용되는 자금 조달 방식으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의 제작과 배급의 투자금을 조달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통상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후원자는 투자금을 지원해 영화 제작과 배급에 기여한 대가로 영화 관람권을 지급받는다.



영화인연대는 “‘그대가 조국’ 역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인 후원금으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입장권을 발권했고 이를 영진위의 통합전산망에 투명하게 반영했다. 이는 정당한 절차였으며, ‘관객 수 부풀리기’라는 주장은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혐의없음’ 처분으로 진실이 밝혀졌으나 배급사와 영화관 관계자들은 그동안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며 “일부 정치권과 언론사는 잘못된 의혹 제기로 표현의 자유와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침해했음을 인정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도 비판했다.

영화인연대는 “이 사건은 영화계에 대한 무책임한 정치적 공격이었으며, 헌법이 보장한 예술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영진위와 경찰에 책임 있는 후속 조치와 함께 실제 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번 결정을 계기로 관계자들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라며,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다시는 이와 같은 부당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문화예술의 자유와 다양성을 지켜나가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영화인연대에는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PGK),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CGK),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SGK), 한국미술감독조합(PDGK),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지역영화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전국독립영화전용관네트워크, 영화제정책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여성영화인모임 등이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