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대표의 폭로… '하이브 SM 인수전'에 끼칠 영향은
by윤기백 기자
2023.02.16 13:02:54
이성수 SM 대표, 16일 유튜브 통해 입장
이수만 역외탈세·부동산 욕심 등 의혹 제기
하이브, 이수만 의혹 해명 못하면 되려 역풍
SM 주가 12만원 돌파… 지분 인수계획 난항
|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사진=SM엔터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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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이성수 SM엔터테인먼트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역외탈세, 부동산 사업권 욕망 등 의혹들을 제기하면서 SM 경영권 분쟁이 폭로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성수 대표는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이성수 성명 발표 1차’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SM 대표 보이그룹 NCT 127이 적힌 의상을 입고 등장한 이성수 대표는 ‘SM 제국의 황제 이수만’, ‘해외판 라이크기획 CTP’, ‘이수만 일가를 위해 희생당한 자회사들’ 등의 14개의 목차를 공개하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관련한 내용을 모두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먼저 이성수 대표는 ‘CTP’에 대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해외판 라이크기획’이라고 주장했다.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SM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 세운 회사다. 그는 프로듀싱 명목으로 매년 200억원 가량을 SM으로부터 받아 논란이 됐다. 지난해 말로 SM은 라이크기획과 계약을 종료한 바 있다.
이성수 대표는 “‘CTP’(CT 플래닝 리미티드)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2019년 자본금 100만 달러로 홍콩에 설립한 100% 개인회사”라며 “기존의 프로듀싱과 하는 일은 똑같은데, 계약 구조만 해외 레이블사와 해외판 라이크기획인 CTP를 거치게 하면서 기형적으로 구조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과 (해외) 레이블사 간의 정산 전에 6%를 선취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이성수 대표는 “SM과 라이크기획의 계약은 2014년과 2021년에도 국세청으로부터 정당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결과 SM은 수십억, 수백억원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했다”며 “이런 해외를 거치는 이상한 구조는 이수만이 한국 국세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질에 맞지 않는 거래 구조를 통해 홍콩의 CTP로 수익이 귀속되게 하는 것, 전형적인 역외탈세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아울러 CTP는 각 레이블사로부터 6%를 선취하기 때문에 앞선 사안들에서 CTP가 수취하는 금액은 과거 라이크기획 사안들의 두배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성수 대표는 하이브와 이 전 총괄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국내 프로듀싱은 3년간 제한되어 있지만, 해외 프로듀싱은 전혀 제한이 없다”면서 “하이브는 ‘이수만의 해외 개인회사인 CTP’의 위법요소를 알고도 동조하거나 묵인한 것이냐. 아니면 모르고 계약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성수 대표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측근들에게 ‘아티스트는 이수만이 필요하다고 언론에 성명을 내라’ 등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성수 대표에 따르면 △임직원들을 시켜서 이수만이 필요하다는 선동을 해라 △이수만과 에스엠은 국내에서는 임시 고문계약을 맺고 이수만 활동의 정당성을 부여해라 △앞으로 해외에서 제작되는 모든 앨범과 아티스트 활동은 이수만 소유의 해외법인, 즉 CTP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라 △아니면 차라리 이수만과 한국에서 제2의 프로듀싱 계약을 체결해라 △100억을 들여서라도 이수만을 위한 주총대응반을 만들어라 △이수만 없는 회사는 매출액이 나오지 않도록 1분기 매출액을 낮출 방안을 강구해라 △12월에 제작 완료된 음반/음원이 출시되고 난 뒤, 즉 2023년 2월 중하순부터 3월까지의 음반/음원은 발매시기를 4월 이후로 늦추는 방안도 생각해 봐라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성수 대표는 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나무심기에 대한 관심 때문에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었던 소속 걸그룹 에스파의 컴백이 밀렸다고 주장했다.
이성수 대표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A&R팀과 유영진 이사에게 SM에서 나올 모든 주요한 곡에는 가사에 나무심기,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투영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들여 만든 세계관이 돋보이는 그룹 에스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나무심기를 투영한 가사를 넣은 노래를 부를 것을 지시한 것”이라며 “가사 일부에 ‘저스트 서스테이너빌리티’(Just Sustainability), ‘1도라도 낮출’, ‘상생’, ‘그리니즘’(Greenism) 같은 단어들이 들어갔고, 초기 단계 가사에서는 직접적으로 ‘나무심기’라는 단어까지 등장해 에스파 멤버들이 속상해하고 울컥해 했다”고 말했다. 무리한 지시로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콘텐츠가 나왔고, 에스파를 위해 이번 곡 발매 취소를 결정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성수 대표는 “나무심기, 서스테이너빌리티, ESG를 표방한 메시지, 새로운 시장 개척과 문화 교류를 외치는 이면에는 이수만의 부동산 사업권 관련 욕망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수 대표는 “실제로 어느 국가에서는 부지의 소유권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사용권으로만 가능해 이를 조율하는 상황도 벌어졌다”며 “이수만이 주장하는 뮤직시티 건설에는 카지노가 연결돼있다. 이수만은 심지어 많은 관광객이 카지노와 페스티벌을 더욱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대마 합법’까지 운운하는 것을 여러 사람이 듣고 목격했고, 말렸다”고 언급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성수 대표의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이날 오전 SM 현 이사진에게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주주제안서를 통해 제안한 정기주주총회의 목적사항은 지배구조 개선, 이사의 책임 강화, 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정관 변경 안건 및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과 이사회의 전문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이사 선임안건 등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현 이사진에 이 제안의 수용 여부를 오는 20일까지 서면으로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주주 제안을 하게 된 이유로 “SM을 가장 모범적인 지배구조가 실현되는 기업으로 도약하게 하고, 주주들의 권익을 최우선하는 것이 본인의 책임을 다하는 자세이고, 이로써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함께 제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SM의 중장기적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정관 등이 선진적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회사 경영을 담당하게 하여 회사 경영의 전문성과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에 제28회 정기주주총회와 관련된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제출한 주주제안서에 기재된 제2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및 비상근감사 후보자들은 모두 하이브가 지명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하이브는 사내이사 후보자로 이재상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President)와 정진수 하이브 CLO(최고법률책임자),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제안했다. 사외이사 후보자로는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와 홍순만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임대웅 유엔환경계획(UNEF) 금융이니셔티브 한국 대표를 추천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자로는 변호사 출신으로 로커스홀딩스 대표와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역임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 파트너를 추천했다. 비상근 감사 후보자로는 안진회계법인과 김·장 법률사무소 등에 재직한 경험이 있는 공인회계사 최규담 NC소프트 상무를 추천했다.
이성수 대표의 폭로전 이후 SM 주주들과 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체적으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SM 주주들과 팬들은 각종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라이크기획 말고도 CTP가 있다니 충격적이다”, “이수만의 입장도 들어봐야겠지만, 이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수만을 더이상 지지할 수 없을 듯”, “역외탈세라니, 인수를 떠나서 명명백백 밝혀야 할듯”, “에스파 컴백이 밀린 이유가 저것 때문이라니, 너무 당황스럽다”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성수 대표를 향한 비난의 여론도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SM 대표를 3년 동안 했으면서 왜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안했나”, “이성수 대표도 SM 경영진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듯” 등 의견을 개진하며 SM의 현 상황을 초래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SM 인수에 나선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누리꾼들은 “이수만의 CTP를 알고 있었을까, 알았다고 해도 몰랐다고 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SM 주주뿐 아니라 하이브 주주들에게도 방시혁이 나서서 이번 폭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주주환원을 한 번도 안한 하이브가 주주환원을 운운하는 게 아이러니”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성수 대표의 폭로 이후 SM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16일 낮 12시 30분 현재 SM의 주가는 전일 대비 1.96% 오른 1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주주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하이브의 SM 경영권 확보에 난항이 예상된다.
더불어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는 부담도 안게 됐다. 그중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인 ‘CTP’에 대한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