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만? K팝 스타들 빌보드 도전 뜨겁다
by김현식 기자
2020.09.04 10:53:57
슈퍼엠·몬스타엑스·블랙핑크 등 호성적
미국 음반사와 손잡고 현지 공략 박차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 빌보드200과 핫100 정상 고지를 모두 밟으며 K팝의 위상을 드높인 가운데 현지 음악 시장에서 한국 가수들의 활약세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빌보드 메인 차트의 높은 벽을 넘고 상위권에 올라 호성적을 거두는 가수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은 밝다. 지난해 10월에는 태민, 백현, 카이, 태용, 마크, 루카스, 텐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인기 남자 아이돌 7명이 뭉친 연합팀 슈퍼엠이 데뷔 앨범 ‘슈퍼엠’(SuperM)으로 앨범차트 빌보드200 정상에 등극했다. 한국 가수 중 방탄소년단에 이은 두 번째 빌보드200 1위였다.
또, 같은 해 빌보드200에서는 ‘유튜브 퀸’으로 불리는 국내 최정상 걸그룹 블랙핑크가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로 24위를, SM 차세대 보이그룹 NCT127이 ‘NCT #127 위 아 슈퍼휴먼’(NCT #127 WE ARE SUPERHUMAN)으로 11위를 차지하며 상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는 빌보드200 ‘톱5’ 진입에 성공한 팀이 방탄소년단 외에 두 팀이나 더 나왔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대표 보이그룹 몬스타엑스가 ‘올 어바웃 러브’(ALL ABOUT LUV)로, NCT 127이 ‘NCT #127 네오 존’(NCT #127 Neo Zone)으로 5위를 차지했다.
싱글차트 핫100에서는 블랙핑크의 기세가 단연 눈길을 모은다. 2018년 ‘뚜두뚜두’(DDU-DU DDU-DU)로 55위에 오르며 핫100에 첫 진입한 블랙핑크는 이후 영국 출신 팝스타 두아 리파와 함께한 ‘키스 앤드 메이크 업’(Kiss And Make Up)으로 93위를, ‘킬 디스 러브’로 41위를,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와의 협업곡 ‘사워 캔디’(Sour Candy)로 33위를 기록, 꾸준히 핫100에 이름을 올리며 입지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워낙 뛰어난 성적을 거둬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는데 전반적으로 모든 K팝 가수들이 현지 음악 시장 내에서 차츰차츰 사이즈를 넓히며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SNS를 중심으로 한 팬 중심 음악 문화를 전파하며 현지 가수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메워주고 있다는 점이 K팝 가수들의 특징이자 인기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빌보드 메인 차트에서 존재감을 보여준 이들은 미국 유명 음반사와의 협업을 통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플랜 아래 앨범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방탄소년단 역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컬럼비아 레코드와의 협업을 통해 현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데뷔 직후 빌보드200 1위를 찍었던 슈퍼엠은 SM이 유니버설뮤직그룹 레이블 캐피톨뮤직과 손잡고 기획한 팀이다.
이밖에 블랙핑크는 유니버설뮤직 산하 레이블 인터스코프 레코드를, 몬스타엑스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레이블인 에픽 레코드를 파트너로 정하고 현지 공략에 나서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 센터 출신 전소미(유니버설뮤직 인터스코프), 차세대 여자 솔로 가수라는 평가를 받은 청하(아이씨엠 파트너스), 음원 강자로 자리 잡은 걸그룹 (여자)아이들(유니버설뮤직 리퍼블릭레코드) 등이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음반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활동에 한창인 가수들이 신곡 혹은 앨범 발표 시점을 현지 팝스타들이 주로 신보를 내는 금요일로 맞추기 시작했다는 점도 이목을 끄는 지점이다. 국내 음악 시장에선 하교 및 퇴근 시간대 음원 이용자를 공략하기에 용이한 월~목 오후 6시 발매가 대세인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슈퍼엠 등은 최근 금요일 오후 1시(미국 동부시간으로 금요일 0시)를 신곡 발표 시간으로 택했다.
또 하나의 키워드는 ‘영어 가사’다. 핫100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imite)는 영어 가사곡이었고, 블랙핑크가 미국 팝스타 겸 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한 ‘아이스 크림’(Ice Cream)과 슈퍼엠의 ‘100’은 가사의 거의 대부분이 영어였다. 이는 기존 팬덤을 넘어 보다 넓은 팬층에게 음악을 알리고 빌보드 차트 집계 주요 지표인 라디오 방송 횟수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신곡 ‘헬리콥터’(HELICOPTER)를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한 걸그룹 CLC는 ‘빌보드 차트 진입’을 활동 목표로 내걸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전 세계적으로 청년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 문화를 이 정도로 잘 만들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빌보드 메인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가수가 계속해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다만 SNS와 유튜브를 통한 공략에 한계가 있는 만큼 현지 음반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프로모션, 팝스타들과의 컬래버레이션 작업 등을 동반해 폭넓은 소비층을 공략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