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아이돌` 피기돌스 "우린 빅마마+2NE1"(인터뷰)

by박은별 기자
2011.02.04 10:00:00

▲ 피기돌스 멤버 이지연, 김민선, 박지은(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박은별 기자] "예쁘고 마른 여자들만 걸그룹 멤버가 되라는 법 있나요?"

`어메이징한` 걸그룹이 등장했다. 평균몸무게 75kg. 걸그룹은 마르고 예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트린 `피기돌스`(박지은, 김민선, 이지연)가 그 주인공이다.

외모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이들의 눈빛에서는 비장함과 강단이 느껴졌다. 하지만 수다를 떨며 깔깔대고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들이었다. 


피기돌스는 `아기돼지 인형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름은 평생가기 마련인데, 걸그룹으로서 자신들의 이름을 `돼지`라고 짓는데 거부감은 없었을까.

"저희 사장님이 지어주신 이름인데요. 저흰 이름이 너무 귀여워서 처음 듣고 너무 좋았어요. 워낙 다들 풍채가 있는 멤버들이라 저희한테 맞는 이름이라 생각했어요. 운명이다 싶었죠."(김민선)

피기돌스는 지난 달 데뷔 미니앨범 `피기스타일`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들의 타이틀곡인 `트렌드`에는 `내 몸매 이게 뭐 어때서, 내 얼굴 개성 있잖아` 등 그녀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눈길을 끈다.
 
그렇다면 마르고 예쁜 소녀들이 가득한 국내 가요계에 이들이 데뷔한 이유는 뭘까.

"저희같이 몸집있는 사람도 당당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걸그룹들은 날씬해야 된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고, 저희같은 여성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싶기도 했고요."(이지연)

예쁜 걸그룹들이 넘쳐나는 가요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들만의 무기가 필요할 터. 이들은 주저없이 풍부한 성량과 가창력,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장점으로 꼽았다. 멤버들은 스스로를 빅마마와 2NE1 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피기돌스는 빅마마와 2NE1의 사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빅마마의 가창력과 2NE1의 퍼포먼스가 결합된 그룹이랄까요?"(김민선)
 
자신감만큼이나 목표도 대단하다.

"특히 무대에서 모든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좀 더 큰 꿈이 있다면 미국 빌보드 1위를 차지하는 거예요." (박지은)
 


사실 이들이 이렇게 가수가 되기까지 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리더 김민선은 케이블 채널 엠넷 `슈퍼스타K` 오디션으로 데뷔했지만 외모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다른 두 멤버 역시 외모 때문에 오디션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이때 이들의 손을 잡아 준 것이 지금의 소속사다. 가창력만 좋다면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게 소속사의 생각이었던 것.

"어렸을 때는 주변에서 가수하고 싶다고 하면 살부터 빼야하지 않겠냐고 했어요. 상처를 많이 받았었죠. 그런데 정말 운 좋게 지금의 회사를 만났고 여기에 들어오고 나서는 당당해졌어요. `뚱뚱한데 가수도 했어` 이런 자부심이 들더라고요."(김민선)



데뷔를 앞두고 부모님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외모 때문에 괜히 상처받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던 것. 하지만 거뜬히 해내는 멤버들의 모습에 부모님도 이제 한시름놨다고 했다.

"걱정을 많이 하셨죠. 괜히 가수 시작해서 욕도 먹을 것 같고 안티 팬들도 많이 생길 것 같고, 제가 상처받고 그럴까봐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세요. 늘 어느 프로그램에 나오냐고 물어보시죠."(이지연)

세 사람은 외모 외에도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같은 학교(아현산업정보학교) 출신이라는 것. 특히 이 학교 출신의 연예계 선배들이 많아 롤모델이 된다고 했다.

"박효신, 휘성, 환희, 나비, 버블시스터즈, 노브레인, 비스트 이기광 모두 선배님들이에요. 저희도 선배들처럼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김민선) 



피기돌스에게는 남다른 철학(?)있다. 잘 먹어야 노래도 잘한다는 것. 세 명 모두 먹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남다른 먹성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루 다섯끼는 기본이고요. 피자도 두 조각씩 겹쳐서 먹고 초밥은 낱개로 70개정도 먹어본 적도 있는 것 같아요. 셋이 야식먹을 때는 라면 5~6개에 밥도 말아먹고 아침에 붓지말라고 우유에 시리얼 말아먹기도 해요."(김민선)

같은 소속사 노라조가 이들에게 많은 힘이 됐다고 했다.

"오빠들이 소갈비를 저희랑 회사 식구분들에게 쿨하게 쏘신 적이 있어요. 정말 감사했죠. 이렇게 음식 사주시는 것 말고도 평소에 오빠들이 전화해서 모니터링도 해주고 활동에 대해 조언도 많이 해주세요"(박지은)

몸무게 때문에 겪는 고충도 있었다. 심지어는 무대가 살짝 무너진 적도 있다고.

"매 무대마다 굽이 뿌러져요. 모아놓은 굽만해도 1박스는 될 걸요?"(박지은)

"최근에 어느 무대에서 살짝 뛰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무대 바닥이 살짝 주저앉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가수가 그 부분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대요."(김민선)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도전하는 모습이 멋진 세 소녀들. 자신들의 도전으로 제2, 제3의 피기돌스가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 이들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사진=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