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혁, "베드신, 남자배우에게도 어려운 작업"(인터뷰)
by장서윤 기자
2009.10.30 15:18:48
[이데일리 SPN 장서윤기자] 영화 '펜트하우스 코끼리'(감독 정승구)의 조동혁은 외로운 남자다. 그가 분한 민석은 고소득 성형외과 전문의에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아름다운 아내까지 있지만 끝없이 다른 누군가를 찾아 헤맨다.
내면의 채워지지 않는 갈망으로 매일밤 새로운 상대를 만나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만든 더 깊은 외로움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민석이란 인물에 빠져 살면서 연민이 많이 느껴졌다. 자신을 충실히 이해하고 위로해주는 단 한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던 건데 어떤 여자도 그에게 섹스 파트너 이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촬영 내내 역할에 꽤 진지하게 빠져 있었다는 조동혁의 얘기다.
장혁·조동혁·이상우가 세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겉보기에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30대 초반 남자들의 정신적·육체적인 방황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사진작가 현우(장혁), 성형외과 의사 민석(조동혁), 외국계 금융전문가 진혁(이상우)은 남부러울 것 없는 직업을 지녔지만 모두들 헤어진 연인과 첫사랑, 외로움으로 인한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간다.
조동혁은 "극중 남자들에게 적지 않은 공감대를 느끼면서 촬영했다. 장혁, 이상우 등 배우들과 정승구 감독까지 모두 30대 초반으로 나이대도 비슷해서 촬영장에서도 마치 친구처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촬영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물론 아내를 두고 습관처럼 바람을 피는 역할을 맡은 덕에 적지 않게 등장하는 베드신을 소화해야 하는 부분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베드신을 찍을 때 흔히 '남자배우들은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창피하기도 하고 정신적 부담감도 크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배우가 훨씬 더 힘들다는 걸 알고, 대부분 남자가 리드해야 하기 때문에 더 내색하기도 어렵다"는 것.
그가 생각하기에 베드신이 힘든 이유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베드신은 섹스 장면과 함께 감정 전달이 잘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그냥 정사신 자체만 담는 거라면 잠깐의 부끄러움만 감수하면 되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을 거다. 그러나 두 남녀가 정사신을 통해 감독이 요구하는 섬세한 감정을 실어내는 것은 굉장히 디테일한 노력을 요한다. 벗어야 한다는 부담감보다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가 큰 작업"이라는 것.
그래서 앞으로도 베드신 만큼은 "그다지 익숙해질 것 같지는 않다"고 귀띔한다.
'펜트하우스 코끼리'가 영화로는 첫 주연작이지만 모델 활동 기간을 합치면 어느새 그도 데뷔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특히 연기자로는 비교적 늦깎이로 데뷔한 후 몇년 간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는 지난해 스스로에게 의미 깊은 휴지기를 갖기도 했다.
"항상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몇년 간 운동-촬영-연기연습 등 짜여진 일상에 나를 적응시키면서 술이나 사람들과의 모임도 자제해왔다"는 그는 "그러다 지난해 '펜트하우스 코끼리' 촬영을 마치고 몇달 간 공백기를 맞으면서 한순간 우울해지더라"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나는 정말 열심히 달려왔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에 힘들었다"며 "아무 생각 없이 몇 개월간 진탕 놀면서 모든 고민을 놓아버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라며 웃음지었다.
몇개월간의 '일탈'을 통해 몸도 마음도 이전에 비해 좀더 여유로워졌다는 그는 "세상 모든 일에 '이론'과 '실재'가 접목돼야 하듯, 연기자로서 규칙적으로 나를 다듬어가는 것과 동시에 때로는 감성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놓아주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된 시간"이라고 전했다.
짧은 방황을 통해 다시금 '연기'라는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연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꿈도 많아졌다.
"이전보다 한결 가볍고 자유로워진 스스로를 느낀다. 다양한 역할에 차근차근 도전하면서 연기자 조동혁의 감성을 새롭게 채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