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야' 시청률 부진 탈피 위한 3대 과제

by김은구 기자
2009.02.02 15:06:53

새 자리·출연진 활동 확대·새 패러다임 '절실'

▲ MBC '개그야' 출연진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MBC 공개코미디프로그램 ‘개그야’가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그야’는 코너를 개편하고 웃음의 농도도 높였지만 시청률은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도 두자릿수 시청률을 넘나들 정도로 회복을 했지만 ‘개그야’만큼은 요지부동이다.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서 ‘개그야’의 지난 1월31일 시청률은 7.0%에 머물렀다.

‘개그야’의 부진 원인으로는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의 주요 시청 타깃은 젊은 층이다. 코미디프로그램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3~5분의 짧은 코너들로 꾸며져 빠르게 진행되는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은 젊은 층의 호응이 기반이 돼야 시청층을 넓힐 수 있다.

그러나 ‘개그야’가 편성된 시간대는 토요일 오후 11시55분이다. 토요일 밤에는 젊은 층들이 TV 앞을 떠나는 경우가 많고 TV 앞을 지키고 있다 하더라도 꼬박꼬박 챙겨보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앞서 방송되는 ‘명랑 히어로’가 1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이 끝난 뒤 광고가 방송되는 사이 오후 11시10분 편성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나 11시15분에 방송되는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으로 채널이 돌아가 버리면 다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재미있는 코너를 새로 선보여도 시청자들이 알지 못한다면 무용지물. 이로 인해 '개그야'는 입소문도 타지 못하고 시청률 상승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그야’의 인터넷 홈페이지 ‘출연 개그맨 소개’ 코너에는 63명의 명단이 올라가 있다. 이들 중 시청자들에게 낯익을 만한 이름은 박준형과 정종철, 오지헌, 김세아, 조원석, 김미려, 고명환 등 10여명뿐이다.

더구나 고명환은 올해 데뷔 12년째를 맞은 고참으로 ‘개그야’ 이전, MBC 개그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누렸을 때부터 입지를 다져왔으며 드라마, 영화 등으로 활동범위를 넓혀왔다.



또 박준형과 정종철, 오지헌, 김세아 등은 타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다 ‘개그야’로 영입됐다. 한때 ‘개그야’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모님’의 김미려, ‘죄민수’ 조원석은 현재 ‘개그야’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정성호와 추대엽, 전환규, 양헌, 김완기 등 MBC 공채 개그맨 출신으로 MBC 개그프로그램에서 잔뼈가 굵은 개그맨들도 있지만 활동범위가 ‘개그야’에만 편중돼 있어 ‘개그콘서트’, ‘웃찾사’ 출연진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이 ‘개그야’ 이외의 다른 프로그램들에 얼굴을 내비치는 경우가 극히 적다는 것이다. MBC 공채 개그맨 중 ‘개그야’와 함께 타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것은 지난해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던 황제성 정도에 불과하다. MBC의 다른 예능프로그램들이 ‘개그야’ 출연진에게는 너무 인색하다는 느낌도 줄 정도다.

오정태, 김경진 등 눈에 띄는 출연진도 있고 경쟁 방송사와 비교해 미녀 개그우먼도 다수 포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개그야’지만 출연진의 얼굴을 더 알리지 않는다면 시청자들과 가까워지기에는 한계가 있다.

1월31일 방송이 끝난 뒤 한 시청자가 올린 글 중 “이름 석자 아는 사람도 극히 없다”는 지적을 되새겨봐야 할 필요가 있다.



‘개그야’는 지난해 박준형과 정종철, 오지헌과 함께 ‘웃찾사’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마리오 이상훈을 영입했다. 그러나 이상훈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차했고 지금은 ‘출연 개그맨 명단’에서조차 빠진 상태다.

정종철도 이름은 올라 있지만 ‘개그야’에 얼굴을 안 내비친 지 꽤 됐다. 영입한 스타들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개그콘서트’와 ‘웃찾사’에서 인기를 끈 스타들의 영입이 기대를 모았던 것은 이들이 기존 ‘개그야’ 스타일의 개그와 조화를 이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시너지 효과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의 문을 연 ‘개그콘서트’는 서울 대학로 소극장에서 백재현이 이끌던 개그 공연을 방송으로 옮겨 인기몰이를 했다. 당시 콩트 위주의 코미디프로그램에 백재현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는 천편일률적으로 공개 코미디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가장 후발주자인 ‘개그야’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입한 스타들을 단순히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이름을 내세우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이 될 만한 새로운 시도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