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확인해달라" '설강화', 방송 이후에도 갑론을박…왜?

by김가영 기자
2021.12.20 13:51:11

‘설강화’ 포스터(사진=JTBC)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설강화’가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 속 첫 방송을 했다. 제작 단계부터 각종 의혹이 제기된 만큼 ‘설강화’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직접 보고 확인해달라”고 호소했으나, 방송이 공개된 이후에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19일 방송된 JTBC ‘설강화’ 1~2회에서는 북에서 받은 임무를 수행하다 안기부에 쫓겨 호수여대 기숙사로 피신한 수호(정해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수호는 그곳에서 영로(지수 분)를 만났고, 영로와 207호 학생들은 수호를 대학원생으로 오해해 안기부로부터 숨기고 치료해줬다.

1, 2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그려지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설강화’의 내용이 우려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는 글이 다수 등록됐다. JTBC ‘설강화’ 측은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1~2회에는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이 등장했고 이런 부분들이 그 시대를 겪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를 안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자주인공인 수호가 남파간첩이라는 것도 간첩을 미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아직 1, 2회 밖에 전개되지 않은 것을 짚으며 “더 두고 봐야한다”, “폄훼·왜곡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의견을 보이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설강화’가 상상의 이야기들을 다뤘다고 해도 실제를 연상케 하는 설정들이 눈에 띄었다며 “담겨있는 내용들을 보면 배경음악, 안기부 같은 설정부터 동백림 사건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든 것까지 보인다”면서 “(드라마를) 상상의 결과물이라고 해도 제작진이 간과한 점들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도 “섣불리 소재를 설정한 제작진의 실책이 보인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면서 “특정 인물, 사건, 기관과 관계가 없고 남녀간의 사랑 얘기를 그렸다고 하는데 그 말 자체도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 저촉될 수 있는 세계관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테크닉 보다는 세계관의 문제라며 “남파간첩이 운동권 여성을 접촉했을 때의 이야기는 레드콤플렉스를 자극한다”면서 “작품이 레드콤플렉스 범주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면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제작진이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설강화’는 2회 만에 방영 금지, 폐지를 요청하는 의견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공 평론가는 “가까운 역사를 해석하는 것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더 고민을 해야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폐지까지 이어진다면 제작 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면서 “본연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들을 잘 살리고 그 외 우려되는 것들을 수정하면서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한다. 결국 드라마다. 어떤 걸 보여줄 지에 대해 편집을 바꾸고, 내용을 정리하더라도 (시청자들의) 우려를 거둬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헌식 평론가 역시 “드라마가 다 끝나기도 전에, 방영 금지 처분을 요청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생각해야한다”면서도 ‘설강화’의 논란이 창작자들에겐 수용자의 의견을 더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김 평론가는 “만든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만들었든, 결국 수용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라며 “창작자들이 이번 계기로 수용자들의 의견을 더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