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로 변한 프로야구 중계 협상

by노컷뉴스 기자
2009.04.21 13:24:45

[노컷뉴스 제공] 중계 불방 사태를 맞은 프로야구 중계 협상이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 대행사인 에이클라와 스포츠전문 케이블 4개 채널 간의 힘겨루기가 여론몰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SBS스포츠를 대표로 한 MBC ESPN, KBS N스포츠, 엑스포츠 등 스포츠채널은 21일 오전 각 언론사에 '프로야구 중계권 협상 파행에 관한 진실'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송했다.

4개사는 " 에이클라 측이 중계 파행과 관련해 중요한 사실들을 왜곡하고 있다 " 면서 " 스포츠 방송사들의 제작 영상을 불법 판매해 이윤을 취한 에이클라가 중계 중단 책임을 방송사들에 전가하고 있다 " 고 주장했다. 이어 "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성실한 자세로 협상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 고 덧붙였다.



4개사의 주장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에이클라의 제시액은 사실상 19억원 ▲방송사들의 제작 영상에 대한 에이클라의 2차 판매는 명백한 불법 ▲'일본야구 중계권료 100억원'은 허위 사실 ▲중계 중단 책임은 KBO와 에이클라 때문 ▲KBO와 에이클라, 여론 선동 중단 등이다.

방송사들의 구체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 에이클라는 방송사들에 각 사당 지난해 16억원에서 3억원 오른 19억원의 중계권료를 요구했다. 이후 에이클라가 협상에서 14억원으로 낮췄다고 하지만 5억원의 차감액은 이미 중계 영상을 인터넷 매체와 IPTV 등과 판매 계약을 맺은 것에서 충당한다는 것이다. (에이클라는 당초 제시한 중계권료가 17억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십억원을 들여 제작, 중계한 영상을 2차 판매하는 것은 방송사들의 명백한 권리다. 이른바 2차 판매권, 중계영상저작권은 KBO가 아닌 방송사에 있다는 것이다. 에이클라는 지난해 인터넷 매체와 수십억원대에 중계 영상을 판 데 이어 올해도 IPTV 3개 업체와 100억원대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SBS스포츠가 중계 중인 이승엽(요미우리) 등 일본야구 중계권료가 100억원이라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주장이다. 방송사들은 " 중계권료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었다 " 면서 " 중계 제작비를 더하면 국내야구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 " 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과 국내야구 중계비용이 얼마 차이가 나는지, 일본야구 중계권료가 얼마인지는 대강이라도 밝히지 않았다.

이어 지난 주말 프로야구 중계가 불방된 데 대해서도 " 16일 KBO에 중재 요청을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 고 밝혔다. 에이클라도 17일 이후 임시중계 허용기간 연장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에이클라는 이에 앞서 " 방송사 측에 편성요청을 하면 일주일간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요청이 없었다 " 고 밝힌 바 있다.)



프로야구 중계 협상은 지난 17일 양 측의 결렬 선언 이후 재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에이클라는 또다른 케이블채널 디원 TV에 21일 잠실 LG-삼성전부터 중계할 수 있도록 중계권을 판매했다. 그러나 디원 TV와 함께 일부 지역민방, 지상파 방송사를 더해도 팬들의 시청권 충족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방송사 측은 지난 20일과 21일 에이클라와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단 이날 각 언론사에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보냈다. 사실상 여론을 통한 힘겨루기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1일 주중 경기가 시작되는 만큼 극적 타결 가능성도 있지만 자칫 장기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방송사 측과 에이클라는 이날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협상에 임할 공산이 적잖다. KBO는 여전히 협상 중재에 대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지난 주말 중계 갈증에 시달렸던 야구팬들. 양 측의 힘겨루기에 이번 주도 야구 중계가 없는 고통의 시간이 이어질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