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영화 결산①]흥행작으로 돌아본 '2008 스크린 월별 보고서'
by김용운 기자
2008.12.18 13:06:07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2008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상승세를 탔던 한국영화는 2008년을 기점으로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집계한 올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관객수 기준 한국영화 점유율은 41.6%에 머물렀다. 2002년 48.3%의 점유율을 보인 이례 한국영화 점유율이 50%에 못 미친 것은 올해가 두번째로 최저 기록이라는 점에서 근심을 낳고 있다.
그렇다고 올 한해 한국영화계가 가만히 앉아 불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바쁘게 돌아갔던 올 한해 한국영화계에는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월별 흥행작을 중심으로 올 한해 영화계를 결산해봤다.
1월 극장가는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 예상치 못한 흥행을 기록하며 호쾌한 출발을 알렸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한국 여자핸드볼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스크린에 옮긴 '우생순'은 개봉 전 '과연 흥행 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임순례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김정은, 문소리, 김지영 등 배우들의 열연, 실화가 지닌 감동의 힘이 배가되어 '우생순'은 1월 4일 개봉 후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400만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제작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되던 영화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가 이른바 대형사고를 쳤다. 지난 2월14일 발렌타인데이에 개봉한 '추격자'는 당시 할리우드 영화 '점퍼'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개봉 2주차에 접어들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꿰차고 나선 '추격자'는 평단과 관객들의 지지 속에 '청소년관람불가'라는 핸디캡을 딛고 장기흥행 체제에 돌입, 결국 507만 관객을 모으며 2008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하반기 열린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추격자’는 다른 영화들의 추격을 허락하지 않은 채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감독상과 작품상 등 주요부분을 석권하는 저력을 보였다.
'추격자'의 흥행이 3월로 이월되면서 이를 저지할 작품으로 '숙명'이 꼽혔다. 한류스타 송승헌과 권상우가 김해곤 감독과 함께 의기투합한 '숙명'은 '제 2의 '친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개봉 했다.
하지만 '숙명'의 도전은 '좌절'로 끝이 났다. 지난 3월30일 개봉한 '숙명'은 개봉 첫주 34만 관객을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숙명'의 선전은 1주 천하로 끝이 났다. 예상대로 송승헌, 권상우의 남성미는 빛났지만 관객들의 기대치에는 못미쳤던 탓이다.
결국 '숙명'은 100만 관객도 채우지 못하고 도리어 2월에 개봉한 '추격자'의 흥행을 지켜보다 극장에서 간판을 내려야 했다.
'테이큰'을 수입한 스튜디오2.0은 4월14일 영진위의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개봉 첫 주말 관객 동원 수치가 예상보다 다소 높기는 했지만 '테이큰'이 막상 41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할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딸을 납치 당한 아버지가 전직 특수요원이었던 경험을 살려 무차별한 복수극을 펼쳤던 '테이큰'은 4월 극장가의 깜짝 주인공이 됐다. '테이큰'은 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 한 뒤 200만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모으는 의외의 저력을 보였다.
할리우드의 신작 블록버스터의 공습은 역시나 매서웠다. 특수 제작한 로봇 의상을 입고 하늘을 날아다니던 '아이언 맨'은 국내 극장가도 거침없이 누볐다. '아이언 맨'은 5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국관객 300만을 돌파하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저력을 한껏 과시했다.
비슷한 기간, 비의 할리우드 진출작인 '스피드 레이서'도 개봉됐지만 '아이언 맨'의 스피드를 따라가진 못했다. 결국 '아이언 맨'은 5월 한달간 4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들을 부진의 늪으로 밀어넣었다.
5월부터 시작된 할리우드 영화끼리의 흥행전쟁은 6월에도 계속됐다. '아이언 맨'을 필두로 '나니아 연대기:캐스피언 왕자', '인디아나 존슨: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섹스 앤 더 시티' 등이 연이어 개봉하며 한국 극장가의 박스오피스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에 '화룡정점'을 찍은 영화가 바로 드림웍스의 '쿵푸팬더'였다.
6월5일 개봉한 '쿵푸팬더'는 '인디아나 존스'를 밀어내고 개봉 첫주 88만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가만히 앉아서 안방을 내주지는 않았다.
제작자가 아닌 감독으로 돌아온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1-1 강철중'은 6월 19일 개봉과 동시에 2주 연속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던 ‘쿵푸팬더’를 누르고 개봉 첫 주 100만 관객을 모아 한국영화의 반격을 알렸다.
여름방학 성수기인 7월 초반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핸콕'과 중화권의 대작 '적벽대전:거대한 전쟁의 시작'이 흥행의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이들은 김지운 감독의 만주 웨스턴 무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의 개봉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7월 17일 개봉한'놈놈놈'은 개봉 첫 주 2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흥행의 서막을 알렸다. 이 수치는 '괴물'의 263만명과 '디워'의 226만명에 이은 역대 한국영화 개봉성적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놈놈놈'과 함께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도 7월24일 개봉하며 관객에 선을 보였지만 668만 관객을 동원한 '놈놈놈'에 밀려 170만에도 못 미치는 성적으로 간판을 내렸다.
미국 개봉시 북미흥행 역대 3위에 오른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가 한국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8월7일 개봉한 '다크 나이트'는 개봉 첫주 109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는 배트맨 시리즈 전작인 '배트맨 비긴즈'가 국내 개봉시 거둬들였던 총 관객수보다 많은 수치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조커 역의 고 히스 레저가 보여준 광기 어린 연기는 '다크 나이트'를 단순한 할리우드 오락영화에서 한 단계 진화한 블록버스터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다크 나이트'는 8월 한 달간 370만 관객을 모아 역대 국내에서 개봉한 '배트맨' 시리즈 중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8월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는 올해 유일했던 학원호러무비인 '고死:피의 중간고사'가 150만 관객을 동원, 제작비 대비 가장 쏠쏠한 수익을 올린 영화로 기록됐다.
7월 개봉한 '놈놈놈' 이후 6주간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외화에 내주었던 한국영화는 세종대왕 시절 개발된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포인 '신기전'의 발사로 박스오피스 정상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김유진 감독의 '신기전'은 9월 4일 개봉해 첫 주 99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신기전'은 개봉 4주차에 접어들며 300만 관객을 돌파해 '우생순'에 이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 중 흥행 5위에 올랐다.
이러한 '신기전'의 흥행 속에서 아바의 히트곡 역시 관객들을 끌어모았다. 아바의 히트곡을 소재로 한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는 9월 4일 '신기전'과 동시에 개봉, 9월 박스오피스에서는 '신기전'을 이기지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장기상영에 돌입, 결국 '신기전'의 최종스코어 370만 보다 많은 430만 관객으로 9월 개봉작 최후의 승자가 됐다. '맘마미아'는 올해 외화 최고 흥행작인 '쿵푸팬더'가 기록한 455만 관객을 돌파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10월 2일, '놈놈놈'과 '님은 먼곳에', '신기전' 이후 한국영화의 기대작으로 평가받았던 정지우 감독의 '모던보이'와 최호 감독의 '고고70'이 나란히 간판을 올렸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흥행열풍과는 거리가 멀었다. '모던보이'와 '고고70'은 100만 관객을 동원하지 못한 채 10월 극장가에서 서둘러 간판을 내렸다. 두 작품 모두 손익분기점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은 물론이다.
'모던보이'와 '고고70'의 부진한 자리를 대신한 것은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였다.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아내가 결혼했다'는 18세 관람가임에도 10월23일 개봉이후 첫 주동안 50만 관객을 모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아내가 결혼했다'는 이후 130만 관객을 더 모았다.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혀온 11월, 그러나 될성 부른 영화는 흥행이 됐다. 007시리즈 중 가장 많은 제작비인 2억 달러를 쏟아부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11월5일 개봉과 동시에 첫주 전국 69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비수기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 '007'은 11월 박스오피스를 석권할 것처럼 보였지만 뜻밖의 강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한국영화 '미인도'였다.
전윤수 감독의 '미인도'는 한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에로티시즘을 전면에 내세워 성인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 흥행에 성공했다. '미인도'는 11월13일 개봉 첫주 59만 관객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2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미인도'는 이후 꾸준한 흥행세를 보이며 12월까지 230만 관객을 동원했다.
차태현, 박보영 주연의 영화 '과속스캔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만들어졌던 영화다. 코미디 영화에 강한 차태현이 남자주인공이었지만 여자주인공 박보영과 감독 강형철의 이름은 영화 팬들에게 낯설었다.
그러나 '과속스캔들'은 흥행 스캔들을 만들어냈다. 지난 4일 개봉한 '과속스캔들'은 12월 4일 개봉이후 한 주동안 67만 관객을 끌어모은 뒤 입소문을 타고 승승장구, 12월 둘째 주말 박스오피스까지 석권하며 단숨에 150만 관객을 동원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물론 영화 출연진에게 '보너스'로 얼마를 줘야할지 고민할 단계까지 올라온 것.
반면 여균동 감독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1724 기방난동사건'은 '과속스캔들'과 같은 날 개봉했지만 개봉 2주간 30만 관객도 동원하지 못해 대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