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 감독과 유니콘스의 색깔 궁합은?

by정철우 기자
2008.02.04 15:26:13

사진=현대 유니콘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프로야구의 새 식구인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 초대 감독에 이광환 한국야구위원회 기술위원(전 LG 감독)이 선임됐다.

그동안 충분히 예상돼 왔던 일이다. 박노준 단장은 취임 일성으로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공격적 야구, 메이저리그식 운영을 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식'야구의 대표주자다.

이제 관심은 이 감독이 현대를 모태로 한 선수단과 어느정도 궁합을 맞출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김시진 전임 감독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수단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더욱 그렇다. 이 감독과 박 단장의 실험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현대 유니콘스의 2007시즌 최종 성적은 6위였다. 그러나 시즌 초반 상위권에 머물며 매운 맛을 보여주기도 했다. 에이스 캘러웨이의 부상 이탈, 전력 보강 미흡 등으로 뒷심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난해 유니콘스가 보여준 팀 컬러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고참 외야수 전준호는 그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들이 이기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팀으로 자리매김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기 중에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꼭 벤치의 사인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플레이를 창조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와 다르지 않다. 자율야구 역시 선수들이 직접 풀어가는 야구를 지향한다. 아니 어떤 스타일의 야구건 결국 선수들의 창의력이 없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이 감독은 한번 믿음을 준 선수들에겐 충분히 기회를 주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옛 현대 선수들이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틀을 마련해준다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 유니콘스의 야구는 '공격적'이라거나 '메이저리그식'과는 차이가 분명히 있었다. 초대 김재박 감독은 적극적으로 번트를 활용하는 스타일이었다. 2006시즌에는 시즌 최다 번트 기록(153개)까지 갈아치웠을 정도다.

현대 유니콘스와 번트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옛 현대 선수들이 알고 있는 '이기는 길목' 중 대부분엔 번트가 있을 것이다. 단지 무사 1루서 2루로 주자를 보내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따른 번트의 힘을 알고 또 실행해 왔기 때문이다. 현대는 2007시즌에도 125개로 가장 많은 희생 번트를 댔다.

이 부분에서 이 감독과는 큰 차이가 생긴다. 이 감독은 번트를 많이 쓰지 않는다. 감독을 맡을때마다 희생번트의 수는 매년 중 하위권이었다.

특히 이 감독은 자신의 색깔에 대한 신념이 분명한 스타일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을 과감히 밀어부친다.

이 감독은 지난 2003년에도 자신과 색깔이 전혀 다른 팀을 맡은 경험이 있다. 당시 LG는 2시즌(대행 포함)동안 김성근 감독 체제로 운영됐다. 2002년에는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김 감독은 SK를 맡은 2007시즌 87개의 번트로 한화와 함께 끝에서 3번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2년 당시엔 93개로 위에서 3번째였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비록 지기는 했지만 선수들이 야구에 눈을 뜨며 스스로 움직이는 고급 야구를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서 큰 힘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