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지선에 8년간 도움받아…살아갈 이유 깨닫게 해주신 분”
by장구슬 기자
2020.11.04 10:18:0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지난 2일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36)의 미담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지난 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제 다시 못 보는 박지선 선생님께, 너무 보고 싶어요’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게재됐다.
현재 대학교 3학년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 A씨는 고인에게 8년 동안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A씨는 “8년 전 중학교 1학년이었을 때 아버지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시고 어머니는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우리 집은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내가 두 동생을 챙기느라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없었다. 힘들었던 시기 나를 불러서 힘을 준 건 국어 선생님이었다”라고 털어놨다.
A씨는 “알고 보니 그 국어 선생님은 개그우먼 박지선 선생님과 고려대 과 동기였고, 완전 친한 사이었다”며 “국어 선생님은 공부는커녕 꿈도 없었고 그런 꿈을 꾸는 건 사치라고 느꼈던 학생에게 학생이라면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주셨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어 선생님은 급식비조차 낼 수 없던 환경에서 급식비뿐만 아니라 문제집 사는 비용까지 충당해 주셨다”며 “국어 선생님은 결혼 준비에 가정환경이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이제는 그만 지원해주셔도 된다고 거듭 말했고, 그 얘기가 박지선 선생님 귀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박지선 선생님은 얼굴도 모르고 누군지도 잘 몰랐던 저를 뒤에서 지원해주시겠다고 하셨다”며 “수도 없이 거절했지만 박지선 선생님은 ‘학생이라면 공부를 하는 게 본분이며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게 사람이다’라며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분”이라고 전했다.
A씨가 졸업을 1년 정도 앞둔 가운데, 국어 선생님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박지선 선생님은 우는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자기가 있지 않냐며 울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셨다”면서 “박지선 선생님이 제게 보여주셨던 사랑과 관심들, 진짜 8년 전 그 한마디 그 사랑 아니었으면 저는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지선 선생님은 제가 사람으로서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해주셨고,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 주셨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앞서 박지선은 지난 2일 오후 1시40분께 서울 마포구의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박지선은 평소 앓던 질환으로 치료 중이었으며, 그의 모친은 서울로 올라와 함께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선의 부친은 두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으며, 경찰은 외부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미루어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